일자리와 대우조선해양의 분투
일자리와 대우조선해양의 분투
  • 이춘욱 기자
  • 승인 2016.01.1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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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 칼럼

극일(克日)의 표상인 조선산업의 불황이 극심한데
그 중심에 대우조선해양이 있다.
창업주가 없어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옥포만에서 충무공 유적을 보며
또 다른 영웅을 기다렸다.

           이춘욱/논설주간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거제도 옥포에 며칠을 머문 적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최초의 승리를 이곳에서 거둔다. 옥포항을 출발하여 해안을 따라 난 길을 죄다 걸어도 당시 해전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다만 건너편으로 필설로 형언하기도 힘든 거대한 조선소가 눈이 부실 뿐이다. 이곳이 과연 우리나라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다. 대우조선해양이다.

백여 년 전에 남대문을 보고 온 당숙은 그 크기에 압도를 당한 모양이다. 동네 작은 산보다 더 웅장하다 했다고 전한다. 올망졸망 초가집 위로 남산만큼 우뚝 선 숭례문의 옛날 사진을 보면 그리 생각한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라 할 만하다. 대우조선은 분명 옥포만에 안겨 있건만 바다보다도 더 크고 산보다 더 높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보는 이를 압도하여 기가 죽을 지경인데 작금에 조선소는 매우 어렵다. 살을 깎는 구조조정은 젊은이의 꿈도 거두어 가는 모양새다. 세계 5대 조선소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조선산업은 상당한 불황에 신음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걱정하는 지적은 아주 많다.

그런데 이 회사의 어려움은 특별히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다. 바로 주인이 없어 그렇다고 한다. 상법상 회사의 주주가 엄연한데 주인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창업주가 회사를 떠나고 없음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의 조선소이다. 수주 잔량으로 매기는 순위는 웬만한 중국회사를 죄다 합친 것 보다 많다. 400만㎡의 드넓은 부지 위에 세계 최대 100만 톤급 도크와 900톤 골리앗 크레인을 갖추고 남산보다 더 높이 배와 시추선을 만드는 이곳을 만든 것은 국가도 민족도 아니다.

일개 개인의 의지로 만들었다면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 협력업체를 비롯하여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일터이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 해도 절대 부족하지 않다. 그를 칭하여 김우중 회장이라 한다. 저토록 거대한 조선소를 두고 그는 떠나고 없다. 그 상실의 아픔은 어디서 어찌 달랬는지 모른다. 그곳에 없어도 그는 이미 영웅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영웅은 수백만 군사를 가지는 것 보다 낫다고 하였다. 대륙에 칭기즈 칸이 있었다면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 임진년 왜란 이전에 율곡선생은 10만양병설을 주장하였다. 선조는 피난을 가면서 그리하지 못한 것을 몹시 후회한 대목이 글로 전한다. 진언대로 10만의 정병을 길러냈으면 당시로는 초현대식 무기인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의 침탈에서 나라를 보전하였을까?

만약 10만의 정병과 충무공 중에 선택을 하라면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자문해 본다. 이것은 가려 선택할 것이 아니라 영웅과 정병이 서로 어우러질 때에 비로소 국난이 극복될 것임을 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둘 중에 하나라면 역사에 답이 있다. 10만 대군 없이도 영웅과 민초가 있어 나라를 보전할 수 있었으니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다름 아니라 김우중과 같은 기업가다. 산업화와 보폭이 맞지 않았던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어느덧 저와 같은 영웅을 꺼리는 잘못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마윈이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현인들이 삼성과 현대 그리고 대우라고 이름 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 곁에 왔다. 그러나 근자에는 그와 같은 거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빈국에 속하는 네팔도 ‘초드리‘라는 영웅을 길러내건만 지금 우리는 주변을 서성이며 둘러보게 한다.

500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모형을 이용하여 짓지도 않은 조선소에 선박을 수주한 정주영 회장의 일화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10만 정병보다 더 나을 수 있는 진정한 시대의 영웅을 기다리며 대우조선해양의 건투를 어찌 기원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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