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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천추에 조종(祖宗)이 있음을 어찌 허용하리 : 人牛俱忘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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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4  17: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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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에 조종(祖宗)이 있음을 어찌 허용하리 : 人牛俱忘 / 만해 한용운

소를 잊은 다음 자신도 잊어버리는 상태를 묘사한 것으로 텅 빈 원상(圓象)만을 그리게 된다. 객관적인 소를 잊었으면… 이번에는 주관적인 자신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는 원리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본성에도 집착하지 않고 나를 모두 비웠으니 자타가 다르지 않고 내외가 다르지 않으니, 전부가 오직 공(空)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체적인 나’도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시인은 티끌 하나 서지 못할 천검(天劍)에 의지하니, 천추에 조종(祖宗)이 있음을 어찌 허용하리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人牛俱忘(인우구망) / 만해 한용운

한갓 생은 공이요 공 또한 공이라 했네
막힘도 없다하니 통할 것이 있으련가
천추에 조종(朝宗)이 없으니 어찌 허용하리요.

非徒色空空亦空 已無塞處又無通
비도색공공역공 이무새처우무통
纖塵不立依天劍 肯許千秋有祖宗
섬진불립의천검 긍허천추유조종

천추에 조종(祖宗)이 있음을 어찌 허용하리(人牛俱忘)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갖 색은 공이요 공 또한 공이라 했거늘 / 이미 막힘도 없으니 통할 것 있으련가 // 티끌 하나 서지 못할 천검(天劍)에 의지하니 / 천추에 조종(祖宗)이 있음을 어찌 허용하리]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색은 공이요 공은 공이니 막힘과 통함 없네, 천검에만 의지하니 조종 어찌 허용하리’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사람과 소를 다 잊었나니]로 번역된다. 소를 찾았다면 다시 소와 사람도 다 잃어버린다는 시상이다. 사람은 '색'이라는 물질계다. 이 물질계는 보이는 '질량'이라 하니 이것이 색즉공(色則空)이고, 보이지 않는 공(空)을 알게 한다. 공은 물질적 개념으로 본다면 한 에너지다.

시인은 색은 공이요 공 또한 공임을 상가하면서, 이미 막힘도 없으니 통할 것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을 천명했다. 색과 공은 불이(不二)다. 사찰마다 대문에 ‘불이문(不二門)’이라고 쓴 간판을 걸어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으리라.

화자는 색과 공이 둘이 아니라는 금강경에 귀를 기울일 일이다. 그래서 티끌 하나 서지 못할 천검(天劍)에 의지하였으니 천추에 조종(祖宗)이 있음을 어찌 허용할 수 있으리라는 법어적인 시상의 얼게를 짜놓았다. 생과 사가 반복하여 일어나는 이 세상이 극락(生死卽涅槃)이라는 불가의 논리겠다.

불가에서는 인우구망(人牛俱忘)를 다음과 같이 기린다(頌). [채찍과 고삐, 사람과 소는 다 비어 있나니(鞭索人牛盡屬空) / 푸른 허공 가득히 펼쳐져 소식 전하기 어렵네(壁天遼闊信難通) / 붉은 화로의 불꽃이 어찌 눈을 용납하리(紅爐焰上爭容雪) / 이 경지에 이르러야 조사의 마음과 합치게 되리라(到此方能合祖宗)]

【한자와 어구】

非徒: 한갓 ~이 아니다. 色空: 색은 공이다. 空亦空: 공 또한 공이다. 已: 이미. 無塞處: 막힌 곳이 없다. 又: 또. 無通: 통하는 곳이 없다. // 纖塵: 가는 티끌. 不立: 서지 못하다. 依: 의지하다. 天劍: 하늘 검. 肯許: 허용하다. 千秋: 천추. 有祖宗: 가장 근본이며 중요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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