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용어의 심각한 훼손
행정용어의 심각한 훼손
  • 성광일보
  • 승인 2016.01.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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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 칼럼

            이춘욱/논설주간
단어가 가지는 고유의 의미를 무시한 행정용어는
국민들이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해괴한 명칭을 쓰는 것이 개혁의 상징인양 착각하는 경우이다.
그곳에는 필경 불편해 할 주민에 대한 배려는 없다.

현재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가 있는데 사유지다. 도로는 공공시설로 도시계획사업으로 성동구청장이 사업시행자가 되어 개설한 곳이다. 자치구에는 토지 등을 보상하는 부서가 있다. 협의보상에 이르지 못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게 토지수용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하는 곳이다.

토목사업을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로 치부하고 현금지급을 선호하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향으로 부서의 일거리가 많이 줄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로 확장과 지하철 건설이 한창일 때에는 업무량이 많았고 일하는 자부심도 높았다.

개인적인 일로 미불보상 토지에 관한 상담을 위해 구청을 찾았다. 직제표 등으로 해당부서를 특정하여 찾아 가는데 아주 힘이 들었다. 그런데 부서를 찾고 보니 실로 허망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십 년을 건설관리과라고 하던 과는 안전관리과로 되어있다.

인근의 광진구는 건설관리과인 것과 비교된다. 광진구에 있는 보상팀이 성동구에 당연히 있을 것이라 짐작한 것은 아예 착각이다. ‘보행환경개선팀’이란 생소한 부서가 있고 그곳에 손실보상에 관한 업무를 한다. 건설관리와 안전관리는 왜 달리 써야 하고, 더불어 손실보상업무는 안전한 보행환경과 연관이 되지 않는다.

부서의 명칭이나 업무의 배분은 서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묶는 것이 원칙이다. 명칭이 가지는 고유한 의미만으로도 대강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 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주민을 배려하지 않아 생뚱맞은 나만의 행정청이 되고 만다. 민주주의 이전에 아예 민본을 잊은 것이다.

행정용어의 훼손과 오용이 매우 심하다. 그 중에 자치행정의 용어가 더욱 심각하다. 지방자치는 이미 20년이 지나 성년의 완숙한 경지로 가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맞는지 행정안전부가 타당한지는 모를 일이다. 5년마다 인수위원회가 바꾸는 국가기관의 명칭도 이렇듯이 우스개 소재가 된지도 오래지만 자치행정은 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해괴한 것을 개성이라고 보는 시각은 구축되어야 한다. 옛것을 철저하게 부정하면 개혁세력이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희한한 명칭을 만들어 낸다. 옛 것을 익혀 미래를 예단한다는 뜻을 지닌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된지 오래다. 아예 각인이 된 운동권적 시각은 이른바 ‘나는 너를 서울 한다.’는 'I SEOUL YOU'라는 기상천외한 것을 만들어버렸다.

성동구와 광진구가 분리된 것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구성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이 두 곳이 보조기관에 대하여 어떠한 명칭을 쓰는지를 서로 비교해보면 확연하다. 성동구청이 얼마나 황당한 용어를 창조하여 훼손하고 있는지 그 심각성을 알기에 충분하다.

광진구는 ‘주택과’인데 성동구는 ‘공동주택과’이다. 단독주택 업무는 하지 않고 아파트, 연립주택과 다세대 등 공동주택만 관리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지금은 재개발 사업으로 많이 줄어들었겠지만 예전에 성동구의 무허가건물은 수만 여개를 관리하였다. 무허가건물은 공동주택이 없었다. 그런데 왜 공동주택과는 단독주택도 관리하도록 하여 자기부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동업무도 함께하는 어떤 부서는 ‘노인청소년과’라고 하였다. 대영사전에도 등재된 아줌마는 어디에서 담당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주거정비과와 도시재생과의 차이를 구분하는 주민이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 지속발전과나 사회적경제팀 그리고 드림스타트 등도 난해하다. 글자 자체가 주는 의미만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도대체 알기가 어렵다.

허무한 것은 또 있다. 지고지순한 명칭이라 여기는 이러한 것들이 행정청의 당적이 바뀌거나 다른 사람이 당선되면 필연적으로 수명을 다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국어기본법」을 만들어 어문규범을 통하여 나랏말의 오용을 막고 있다. 공문서 작성이나 행정용어를 지음에 있어서 이 규정을 넘지 않는지 깊이 고민을 해야 한다. 성동구청장이 보낸 공문에 적힌 ‘청렴韓 세상’이라는 구호가 매우 거슬린다. 'I SEOUL YOU'를 넘어 무슨 예능 프로의 제목을 보는 듯하여 오히려 서글프다. 행정은 놀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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