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민의 공허한 외침
성동구민의 공허한 외침
  • 성광일보
  • 승인 2016.03.0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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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논설주간

 전국 250여 곳 국회의원 지역구 중에
성동구 선거구는 유사한 곳을 찾을 수 없다.
기발하게 자치구 일부 동을 떼어 인근을 살렸다.
우려는 비로소 현실이 되었지만
성동구민들은 분노하는 것 외에 딱히 할 바가 없다.

▲ 이춘욱/논설주간
속담에 '오십보백보'라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도망하기를 50걸음을 간 병사나 그 배가 되는 100보나 등을 돌린 군사는 도망자이기에는 모두 다를 바가 없다는 것으로 '그게 그거다'는 뜻이다. 이 말은 중국 고전인 《맹자》에서 유래되어 어려울 것 같지만 이미 보편화가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 유권자 한사람의 투표 가치를 판단함에 인구수가 2배가 넘으면 현행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 이 결정 이전까지는 3배가 기준이었다.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 조삼모사(朝三暮四)이다. 투표권의 등가치는 어느 시대건 어떤 국가이든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2배나 3배는 헌법재판관의 옹졸한 기준일 뿐 '오십보백보'와 진배가 없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총선연기론까지 거론되더니 근자에 확정이 되었다. 그 중심에 성동구가 있다. 전국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기괴한 결과가 성동구에 있으니 이제는 분노할 때가 된 듯하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일부를 따로 떼어 인근의 지역구를 살린 경우다.

경기도 수원시와 경상남도 창원시 등에 이와 유사한 항의와 불만이 있다. 구청의 관할과 선거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민원이다. 비슷할 것 같지만 본질에 있어서 아주 다르다. 이곳의 구는 기본적으로 자치구가 아니니까 그렇다. 달리 보면 의회가 없어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다. 이른바 행정구인 셈이다.

모든 선거구를 살펴보아도 우리 성동과 같이 자치구나 시·군이 분할되어 다른 선거구에 포함된 지역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왜 하필이면 성동구냐?”는 탄식이 나온다. 강 건너 불은 구경하기는 불편함이 없지만 호떡집만한 작은 곳이라도 내게 불이 나면 야단을 떨어야 하는 것이 사람 사는 곳의 일상이다.

절대로 실현할 수 없는 투표권의 동일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불합리한 것은 미국의 선거제도를 보면 확실하게 다가온다.

미국의 상원의원은 각 주마다 공히 2명이다. 이것은 인구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켈리포니아주의 인구는 58만 명에 불과한 와이오밍 주보다 70여배가 넘는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유권자 일인의 투표권 가치는 두 배가 아니라 74배의 편차를 보인다.

단순히 인구 숫자를 기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곳곳에 괴물 선거구를 만들고 말았다. 50개 선거구가 있는 서울시보다 면적이 물경 7배가 넘는 공룡 선거구도 있다. 지도를 펼쳐놓으면 마치 시루떡을 포갠 것과 같이 동서의 길이가 수백 리에 달하는 곳도 있다. 그래도 이런 곳은 성동처럼 한쪽을 떼어 꾸어주지는 않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국민이 직접 뽑을 때 그 결정의 정당성이 담보된다. 그들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그리고 국회의 여야가 따로 각기 임명을 제청한다. 재판관의 양심은 숙명적으로 재청한 곳의 이념과 성향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운명적으로 지켜봐 왔으니 달리 의심할 바도 아니다.

대의제도의 근간인 국회의원 또한 다르지 않다. 지역구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이라도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된다. 그러나 이 원칙에 충실할 자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직접 선량한 의원이 이러할 진대 각각 다른 곳의 제청을 받아 벼슬한 재판관이야 더할 나위가 있을까?

그러나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달리 어찌 손쓸 방도가 없다는 데 그 사정이 있다. 뜻이 있는 사람들의 투쟁은 이미 수포가 되었다. 울분은 공허한 메아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묘하다 싶을 정도의 무리수는 이미 결정이 되고 시행되었다. 지방자치 선거구와 일치하지 않는 제도의 후유증은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이다.
성동구 금호·옥수동 주민은 중구청장을 뽑는가 아니면 성동구청장 선거를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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