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국민과 우매한 위정자
지혜로운 국민과 우매한 위정자
  • 성광일보
  • 승인 2016.04.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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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논설주간

야권분열로 치룬 선거는 공룡여당을 걱정하였건만
이에 국민들은 매를 들었다.

예전 왕조시대에는 지혜로운 백성을 바라지 않았다.

현명한 국민을 저어하는 것은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으니
오늘날 권력이 닮고 말았다.

▲ 이춘욱/논설주간
태초에 민중은 우매하였다. 성인이 거듭 출현하여 인륜을 가르치고 따르니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이른바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깨우쳐 사람답게 만드는 덕목 중에 오상(五常)이라는 것이 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인의예지(仁義禮智)로 구분하였고, 여기에 동중서(董仲舒)라는 성인이 신(信), 즉 믿음을 추가한 것을 우리는 오상(五常)으로 알고 가르친다.

지역을 위한 일꾼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여 나랏일을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국회의원총선거이다. 그 축제는 이제 마무리되었다. 축제는 의외의 결과를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국가기관이나 언론은 물론이고 어떠한 연구소에서 조차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선거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민심이다. 민의의 소리는 이른바 예로부터 천심이라 하였느니 경외하고 몸을 사려야 하는 바탕이었다. 백성이 어진 마음으로 의를 행하고, 예절을 알아 품격이 있으며, 지혜가 크고 신의가 보편적일 때 융성하지 않은 시대가 있을 수 있겠는가?  

다만 그 민심을 보살피지 못하고, 민심이 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 데에서 백성의 고통이 비롯되는 것이다.

수도권 민심이 예측과 다르게 표출된 것을 짚어보는 데에는 그리 멀리 바라 볼 것도 없다. 제헌국회 이래로 야권이 분열되어 이른바 다야(多野)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당이 과반수를 넘긴 사례는 있지 않았다. 민주통합당과 철저하게 후보를 나누어 가진 제19대 총선거는 야당이 절대 질수 없는 선거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여당의 과반수 획득이었다.

이토록 국민의 선택은 항상 지혜롭건만 위정자는 그것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더불어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안철수를 응원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은 안철수는 역사적 죄인이다.”라고 하였다.

성적표를 받아본 지금 그 말을 되새김해보라. 얼마나 민의를 모르는 한심한 생각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도요새와 방합이 싸울 때 어부의 이득을 가지려는 안이한 태도와 분열하면 망한다는 다양성을 겁낸 편협한 사고에 갇혀 있다는 것쯤은 스스로 깨우칠 것이다. 다행이 지혜로운 국민이 어리석은 위정자를 이다지도 현명하게 질타한 것이 분명하니 실로 다행스러운 일은 맞다.

자고로 권력자는 백성이 지혜로운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민중은 필연적으로 우매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고, 우민정책(愚民政策)이라는 것도 실제 있어왔다.

지혜로운 백성을 원하지 않은 실제사례가 예나 지금이나 있으니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창건의 역성혁명에 주역이던 정도전은 수도 한양을 세울 때 음양오행의 원리에 충실하여 4대문과 4소문을 만들고 그 한가운데는 토(土)에 해당하는 보신각(普信閣)을 세웠다.

오행은 토(土)를 가운데로 목화토금수의 동서남북 방식으로 순환한다고 보았다. 인을 흥하게 한다는 흥인지문(興仁之門)은 동대문이고, 의(義)는 돈독히 하여야 할 것이니 돈의문(敦義門)이라 금(金)에 속한다.

국보1호인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한다는 의미로 숭례문(崇禮門)이라 하였다. 오행의 화(火)에 속하니 불이 피어나는 것처럼 현판을 세로로 하였다.

그리고 백성의 지혜는 마땅히 크게 하여야 하므로 弘智門(홍지문)이라 지었다. 지(智)는 수(水)에 속하고 방향은 북쪽이다. 그런데 이 홍지문만은 그 때 세우지 않았다. 백성이 지혜로움을 가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다. 처음에 물의 기운을 살려 숙청문(肅淸門)이라 하다가 숙정문(肅靖門)이 되는 그러한 내력을 가진 지혜의 상징인 4대문 중의 하나이다.

국민의 지혜로운 생각과 선택을 가늠하지 못하고, 현명해지는 것을 저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홍지문의 서글픈 역사가 오늘날 권력자들에게 시사하여 비추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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