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乙巳五賊)과 병신(丙申)오적
을사오적(乙巳五賊)과 병신(丙申)오적
  • 성광일보
  • 승인 2016.05.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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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성동신문 논설주간

 집권 여당이 갈피를 잃으니 민생은 멀다.

숫자 5는 이미 모두를 의미한다.

을사오적이라는 기억은 젊은이에게 낯선데,
새롭게 병신 오적이 다가온다. 

▲ 이춘욱/성동신문 논설주간
대한제국 말에 나라를 망하게 한 다섯을 일컬어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하였다. 유명한 저항시인인 김지하는 재벌, 국회의원, 고급관료, 장차관, 장성을 오적이라 하여 신랄한 풍자시를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물론 그 시를 게재한 사상계라는 잡지도 폐간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데 왜 하필 다섯으로 한정하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는 부류가 이 다섯 만이 아닐 것이다. 참고로 을사오적은 박제순(朴齊純, 외부대신), 이지용(李址鎔, 내부대신), 이근택(李根澤, 군부대신), 이완용(李完用, 학부대신), 권중현(權重顯, 농상부대신)을 일컫는다. 반만년을 이어온 나라가 망하는데 왜 다섯 명만의 책임일까도 의구하기는 마찬가지다.

진보적 지식인의 상징처럼 이미지를 풍기던 김지하 시인도 지역을 넘어 사상적으로 이미 보수로 돌아선 것을 이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적을 우리에게서 잊히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병신년 올해 유난히 오적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것은 선거였다.

지난 4월에 있었던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주 의외의 결과를 나았다. 한동안 언론은 다투어 '새누리당 오적'을 지어 발표하였다. 대략 전하는 오적은 박근혜·이한구·김무성·최경환·윤상현 쯤으로 정리하였다. 어떤 곳은 윤상현은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당을 떠났으니 이재만을 넣어야 하는 등의 다양한 의견도 있는 것도 맞다.

방향타를 잃은 배 마냥 갈피를 못 잡고, 선장은 애초부터 없었던 양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이 거대정당이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에 다름없이 위에 열거한 다섯의 책임만 있을 것인가?

숫자 5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것은 역설적으로 '아주 많다'와 '모두'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니 오적이라 하면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성도 싶다.

'백만 가지'보다 '억만 가지'가 훨씬 많은 것은 의심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럴 때 '오만가지'라고 하고, 얼굴에 온갖 비틀림이 다 나오는 경우에 '오만상'이라 하였다.

우주 만물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에는 토를 가운데 두고 목과 화, 그리고 금과 수가 순환하는 것을 오행(五行)이라 하였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곳에도 오상(五常)이라 하여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 이 다섯 가지면 충분하였다. 이러니 5는 곧 아주 많은 것과 모두라는 개념을 함께 가진 것이다. 오적(五賊)이라 하였으면 이미 충분하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는 전체 유권자 4분의 3 이상이 참여한 국민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야당은 결과를 부정하고 거리로 나서 가멸찬 길거리투쟁을 하였다. 그 결과는 보궐선거 참패라는 경고장을 준 바가 있다.
그런데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못하고 집권여당은 이른바 '친박'과 '비박' 간에 한계치에 달하는 공천투쟁을 일삼았다. 병신오적은 유권자인 국민이 주는 레드카드인 셈이다. 그래도 갈피를 못 잡고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단단한 지지층과 자기를 열광하는 팬을 가진 자는 반드시 오만해지기 마련이다. 극렬한 일부의 지지가 모두의 의견인양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광적인 아리랑 공연으로 표출되는 북한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양상과도 그 성격은 본질에 있어서는 같다고 해도 된다.

이렇게 심한 경고를 당하고도 어렵사리 인선된 이른바 비대위원장도 한 순간에 자리를 잃었다. 어느 특정 정당이라고 국민이 걱정하는 바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 집권 여당이니 그렇다. 제대로 모습을 정비하고 민생을 되돌아 볼 때에 온갖 적대시하는 비아냥거림을 담고 있는 오적(五賊), 이른바 새로운 다섯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리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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