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물광장> 탈북민, 미리 온 통일 역군인가?
<다물광장> 탈북민, 미리 온 통일 역군인가?
  • 성광일보
  • 승인 2016.07.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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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군 교수/건국대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 김종군 교수/건국대 대학원 통일인문학과
우리의 현대사 100여 년은 비극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일제강점과 해방, 그리고 분단으로 이어진 혼돈의 흐름 속에 6.25전쟁이 정점을 찍으면서 민족끼리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극단의 처지로 내몰렸다. 정전으로 끝나지 않은 전쟁은 남과 북에서 분단체제라는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부조리한 국가 및 사회 조직을 운용하게 했다. 그 가운데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각도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반도에 살아가면서 분단이나 이데올로기 문제로 심리적 억압과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되는 원인을 분단 트라우마로 진단할 수 있겠다. 이러한 분단 트라우마의 가장 현재적 양상이 탈북민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남북분단 이후 1998년까지 북을 벗어나 국내로 이입된 사람의 수는 천 명을 넘지 않았다. 이 수는 정전이후 분단이 고착화되고 월남 귀순한 군인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 2001년까지 3년 동안에 천여 명이 입국하였고, 그 수는 해마다 점점 늘어 2009년에는 한 해 동안 2,914명이 입국하여 최고를 기록하였다. 그런데 해마다 2천~3천 명에 가까운 입국 탈북민 수는 2012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급감하여 1,50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2만 9천여 명이 넘는 탈북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분단 이후 전쟁 중에 월남과 월북, 납북이라는 형태로 남북 간의 인적 넘나듦이 있은 후 50년만의 대규모 인구 이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는 50년만에 북의 주민들이 대규모로 국내로 이입한 특수한 국면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995년 이후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를 선포하면서 주민들에게 배급을 중단하는 극단의 상황을 맞게 되고, 그 가운데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참극이 일어나면서 탈북은 본격화되었다. 그래서 이들을 '식량난민'으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으며, 북의 체제에 반감을 가지고 탈출을 시도했다고 보는 입장도 있었다. 그 결과 국내에 입국한 이들에게는 비상한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분단체제 속에서 탈북민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다분히 우호적이다. 북의 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않음을 드러내는 징표이고, 더 나아가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분단체제 속에서 남한의 국가 및 사회 운영시스템이 북한에 비해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하는 존재들이 탈북민이라고 단정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들의 국내 적응 과정이 향후 도래할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적응에도 그대로 적응될 수 있다고 보고 '미리 온 통일 역군'으로 부르고 있다. 또 다른 축으로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탈북민의 대북 송금과 접촉이 북한 사회에 개방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대북 송금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강력하게 규제하지도 않는 실정이다. 그 결과 대북 송금 시스템은 탈북민의 국내 유입과 탈북민의 양상에 많은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북민에게 걸었던 이와 같은 기대는 상당 부분에서 예상을 빗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았던 탈북민의 수가 2012년부터 급속도로 줄고 있으며, 그 감소폭은 해마다 더해가고 있다. 그 이유를 북의 식량난이 1990년대 중반보다는 많이 호전된 결과로 보기도 하고,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고 난 후 국경 수비를 강화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또 다른 심각한 이유는 남한에서 탈북민의 지위와 부적응의 상황을 북에서 전해 듣고 탈북을 시도하는 사례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탈북민의 국내 유입이 대규모로 이루어진 지 20년이 다가오고, 그 인원수도 2만 9천이 넘었지만 이들의 국내 적응은 요원한 일로 비춰진다. 초기 정착금과 영구임대주택 보급의 우선권을 부여하여 안정적인 주거 여건을 조성해 준다는 취지는 성공적인지 몰라도, 이후 이들의 생계 활동은 매우 불안하고 열악한 궁지로 몰리는 실정이다. 그 가운데 이들은 재입북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젊은 세대들은 해외로 유리하는 삶을 선택하기도 하며, 더욱 심각한 경우는 분단체제를 유지하려는 일부 세력들과 결합하여 통일에 반하는 조직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국내 적응을 위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데도 심각한 부적응을 호소하는 이유를 남한 주민들의 자세에서 찾을 수 있겠다. 우리는 탈북민을 접하는 순간 '저 사람 혹시 간첩 아닐까?'라고 의심하면서 주변에 두지 않으려고 배척한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는 탈북민들은 조선족으로 신분을 속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전쟁을 겪지도 않았고, 인민군에게 수난을 당하지도 않은 전후세대들이 북에서 온 사람들에게 이처럼 공포에 가까운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분단의 몸으로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단체제에 길들여진 몸에 깃든 분단의 마음으로는 절대 탈북민을 보듬을 수 없다. 탈북민들의 국내 적응을 위해서는 분단의 몸과 마음을 벗어던지고 온정을 발휘해야 한다. '미리 온 통일 역군'들의 국내 적응은 통일 이후 남북 주민 통합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탈북민을 온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적응을 돕는 일은 통일을 위한 연습이고, 이 통일의 연습이 곧 통일의 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주변에 미리 온 통일 역군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그 가운데 어느새 우리는 통합의 몸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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