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치(人治)와 권력행사
(4)인치(人治)와 권력행사
  • 성광일보
  • 승인 2016.08.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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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형 교수의 중국을 말하다인치

▲ 소치형 교수
중국의 정치권력은 초법적 혹은 탈법적으로 행사되었다. 중국의 정치권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행사하는 소수 권력자들은 당장과 국가의 기본 틀을 규정한 헌법을 장식품 정도로 치부해 버림으로써 정치권력은 실제로 제도권 안이나 밖에서 파벌을 대표하는 몇몇 사람들 또는 개인에 의해서 배타적으로 행사되어 왔다.

실제로 중화인민공화국은 독립을 선포하고 5년 동안 헌법 없이 국가를 통치하였다. 헌법 제정 이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를 최고국가권력기관으로 규정, 대표의 임기는 5년이며 매년 한 번씩 대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64년 12월 제3기 전인대 1차회의를 개최하고 그로부터 11년 후인 1975년 1월 제4기 전인대 1차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2년 후인 1978년 2월에 제5기 전인대 1차회의를 개최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은 헌법 규정에 관계없이 주요 대회를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뜻대로 또는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개최하기도 하고 무기한 개최하지 않기도 했다.

공산당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 최고의결기구인 공산당전국대표대회(전대), 중앙위원회전체회의 등도 당장을 무시하고 파벌 간의 견제와 타협에 의해서 개최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열리지 않기도 했다. 중국의 정치권력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거해서 합법적으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사되어 왔다. 이러한 형태의 정치권력의 행사가 곧 인치이다. 중국의 이러한 인치는 정치 상황, 파벌 대립의 양태 등에 따라 특정인 한 사람에 의해 전개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집단지도체제에 의해서 또는 배후 또는 제도권 밖에 있는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조정, 간섭 등에 의해 전개되어 왔다.

▲ 등소평
인치와 관련하여 정치권력 행사의 형태로 '원로치국'이 있다. 이것은 수렴청정과 같은 방식으로서 공식적인 직함은 갖고 있지 않으면서 당이나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중국에서 원로정치 국면이 전형적으로 전개되었던 시기는 1989년 6?4 천안문사태 이후로부터 덩샤오핑 등 혁명2세대들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일체의 공직을 맡지 않게 된 14전대 전후까지이다. 혁명2세대란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 이후의 덩샤오핑 체제에서 파벌의 좌장격인 사람들을 말한다. 통칭 이들을 '팔대로'(八大老)'라고 부르며, 鄧小平, 陳雲, 彭眞, 鄧潁超, 楊尙昆, 王震, 朴一波, 그리고 李先念이다. (혹자는 중국의 원로를 '일장팔로이수'(一長八老二帥)'로 분류하고 있다. 1장은 鄧小平, 8로는 陳雲, 彭眞, 鄧潁超, 揚尙昆, 王震, 朴一波, 宋任窮, 李先念이며, 2수는 攝榮臻, 徐向前이다).

이들 8대원로는 덩샤오핑의 복권을 도와준 인물들로서 대체로 덩과 개혁 및 개방 노선을 같이 하고 있었으며, 현대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덩과 상부상조하였다. 다시 말하면 덩샤오핑 역시 중국의 정치권력을 자신의 뜻대로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당권을 완전 장악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력 및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주요 정책결정 등 정치권력 행사에 협렵적 참여를 하도록 만들었다.

▲ 원로정치
이들 팔대원로들은 모두 80대의 고령으로 공직을 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 때 그 휘하의 자기 사람들을 당 및 정부 요직에 포진시켜 놓았기 때문에 그들을 통하여 언제라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실제로 덩샤오핑에 의해서 당 총서기직에 오른 자오쯔양(趙紫陽)은 1988년 해안지구개발계획안을 정치국회의에 상정하기 전에 덩에게 이 계획을 설명하고 그의 승인을 얻어야 했고, 리펑(李鵬)도 총리시절 원로인 천윈(陳雲)으로부터 자문과 조언을 구하였다. 또한 장쩌민(江澤民)도 덩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는 파벌정치의 한 전형이었다. 파벌정치가 인치 형태로 균형을 이루게 됨으로써 그리고 권력투쟁이 억제되었다는 것은 당시 정치적으로 안정된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체제 아래에서는 권력 행사와 관련 제도화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유산인 원로정치는 극복되고 있으나, 당 총서기의 막강한 권력 집중 현실은 인치의 전통이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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