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춘/시인
남한산성(南漢山城)
최성춘
남한산 기슭에 거친 손두부
무딘 칼로 자른듯한 성돌로
삼십 리 안팎에 성곽을 이루고
거센 비바람 모진 세월 다 견뎌내
건재하게 자리하는 산성
난공불락(難攻不落) 성채로 버텨내
세계 문화유산의 자랑이 되기까지
앞서간 선열들의 노력과 공이
미세한 성돌 틈새로 보이는듯하다
성곽에 낀 푸른 이끼와 우뚝 선
노송은 침묵으로 세월의 흔적을 고이 간직한 채
탐방객에게 고풍스러운 역사의
솔바람을 전한다
자하문(紫霞門) 누각에서 바라다보는
지난 400여 년 전의 슬픈 구도에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웅장하게 서 있는 수어장대(守禦將臺)
안쪽엔 무망루(無茫樓)
비통한 원한 잊지 말자고 다짐하는 현판엔
그 시절 진한 슬픔이 오롯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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