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을 보는 목민관의 시각
주민을 보는 목민관의 시각
  • 성광일보
  • 승인 2016.08.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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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성동신문 논설주간

  99%국민은 그저 미물로 보면 된다는 교육부 관리는 파직이 되었다.
  그러나, 주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보는 행정은 단순한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과속방지턱은 이미 주행방해시설이 되었다.

▲ 이춘욱/성동신문 논설주간
교육부의 어떤 고위공직자는 99%의 국민은 그저 개나 돼지로 보면 된다는 취중 발언으로 우리를 분노하게 하였다. 해당 관리의 파면으로 소란은 사라진 듯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곳곳에 남아 있다. 백성을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보는 시각의 역사는 꽤나 깊어 그렇다.

유학을 통치의 근본으로 삼은 조선은 수도 서울을 설계하여 건설하면서 유교의 이념인 오상, 즉 仁·義·禮·智·信에 따라 사방에 대문을 만들고, 가운데 보신각을 지어 민본사상에 충실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백성을 지혜롭게 한다는 뜻을 지닌 북쪽의 홍지문은 세우지 않았다. 교육부 관리의 생각과 같다.

국민이 지혜를 가지느냐 아니면 짐승과 같아야 하는 문제는 백성을 바라보는 통치자의 시각이고 인식이다.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보는 시각이야 말로 참혹한 정치와 행정을 낳는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세계적인 조소거리가 된 북한 정권은 이미 온 인민을 적대시한 결과물이다.

요즘 같이 민주화되고 언론이 살아 움직이는 우리나라 정치나 행정에 국민을 죄다 잠재적인 범법자로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나 곳곳에 산재해 있다. 교육부 관리의 망언은 호주머니에 감추고 있던 송곳이 재수 없이 튀어 나온 경우로 보면 된다. 숨겨진 송곳은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과속방지턱을 통해서 이를 조명해 보면 우리는 얼마나 한심한 행정의 대상물인지 알 수 있다.

법률이 정하는 과속이란 규정속도의 20%이상을 초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시속 60Km 도로에서 과속을 방지한다는 것은 72Km/H 이상으로 달리는 것을 막고자 설치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즉 과속을 하지 않으면 지나는데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규정속도로 과속방지턱을 지나도 어쩌면 부상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시설 기준대로 만들지 않았고, 설치된 장소도 너무 많다. 기준을 지키지 않은 시설은 곧 과속방지턱이 아니라 '주행방해턱’이 되고 만다.
 과속방지턱에 놀란 운전자와 가족들이 관할 경찰서로 항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행방해턱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곳은 곧 도로의 관리청이다. 서울시로 보면 각 구청장과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많은 정책과 교육은 아예 도무시하고 괴상한 시설물로 주민을 죄다 잠재적인 범법자로 취급하는 이와 같은 행정이나 정책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참으면서 사는 것이고, 귀찮아서 따지지 않고, 내게 닥칠 불행은 아니기를 바라기에 그냥 생활하고 있으니 목민관이 주민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있지 않다.

만고의 고전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논어》에는 딱 한군데 저주가 나온다. 경전에 저주라니, 이것은 이른바 순장(殉葬)과 관련된 것이다. 어떤 시대 어떤 이가 장례를 치름에 사람형상을 한 목우(木偶)를 함께 묻는 것을 유행시켰다. 이것이 변절되어 실제로 산 사람을 함께 묻는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범죄행위가 버젓이 유행되는 것을 성인이 탄식한 것이다.

공자의 저주가 있었던 시기보다 수백 년이 지난 가야시대 고분에도 채 성장하지 못한 순장의 희생자가 발굴되고 있으니 성인의 한탄은 매우 깊은 것이 되었다. 공자는 장례에서 나무 인형을 함께 묻은 자의 후손은 필시 멸문이 되고 절손이 되었을 것이라 단언하였다.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머리가 천정에 부딪쳐 보던가, 아니면 차축이 망가져서 수리를 가보아야 불편을 알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저어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주민을 바라보는 목민관의 시각이다. 막말을 한 고위공직자는 파면을 하면 국민적 분노는 없어지고 만다. 자기가 관리하는 도로를 지나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어찌 할 수가 없다.

과속방지턱을 만드는 업자나 처음 발명한 사람의 멸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백성을 보는 위정자의 인식을 되새김하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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