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욱 칼럼> 법 앞에 평등과 언론 앞의 평등
<이춘욱 칼럼> 법 앞에 평등과 언론 앞의 평등
  • 성광일보
  • 승인 2016.09.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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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욱/성동신문 논설주간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고 하면
법은 이미 평등하지 않다는 말과 진배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언론 또한
보도에 있어 평등해야 한다고 하면
이미 언론은 평등하지 않은 것이 되고 만다.

▲ 이춘욱/성동신문 논설주간
지난 9월 2일에는 인천지방법원의 김수천 부장판사가 뇌물죄로 구속되는 흔치 않은 사태가 발생하였다. 지난 해 현직 최민호 판사가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데 이은 법원의 남우세에 해당되는 대형 사건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언론이 매우 조용하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쯤 되면 카메라 기자는 판사의 일거수와 일투족을 죄다 담아 보도하는 것은 물론 그 판사가 사는 집을 날을 지새워 포위하여 망신을 톡톡히 주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익히 봐오던 광경이다.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법관은 공인 중의 공인이요 법치주의 근간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고 있는 지고지순한 신분이기 때문이다.

근대 법치주의는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이라는 가치로 정의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도록 탄핵이 아니고는 신분이 보장된다. 그래도 이번 현직부장판사의 구속을 대하는 언론은 이상하다 못해 법 앞에 평등하지 않은 같은 부류의 집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수행하던 현직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으로 나라망신을 시키고 중간에 도망치듯이 귀국하는 일련의 사태가 있었다. 이른바 '윤창중 사태'이다. 언론은 그 때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가지고 그를 아주 매도하여 망신 주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아예 몹쓸 사람으로 이미 규정한 언론 앞에 어떠한 변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그는 이제 버젓이 활동재개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언론의 도에 넘치는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가원수가 국익을 위해 동맹국을 방문하여 분초를 쪼개면서 쉴 사이도 없을 때 음주를 하고, 직무를 태만히 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파면사유가 되고도 남는다. 이것만으로도 다시 사회적 활동을 재개할 명분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성범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그로 하여금 세상에 다시 나서는 명분을 준 것이 되고 말았다.

죄와 형벌은 제정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이 이른바 '죄형법정주의'이다. 형벌을 정하는 법률이나 공인의 높은 도덕성을 규정하고 있는 다른 어떤 법규에도 '망신죄'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민간항공사의 임원이 자기회사 사무장에게 행한 폭행 등에 관한 수사나 재판 등의 과정을 지켜보자면, 세상 어떤 형벌보다 무서운 언론이 주는 '대국민적 대망신'을 당할 것은 각오해야 한다.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언론의 태도와 시각에는 정권초기 대선불복이라는 미묘한 기류에 편승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재벌은 재벌일 뿐 권력은 없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것을 표면에 내세우지만 재벌가 2세의 음주 추태에 국민의 관심은 별로다. 그 이면에는 광고주로서 언론의 재벌 길들이기가 배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 사건이야 말로 국민들을 궁금하게 한다.. 딸이 미인대회에서 일등을 한 경력이 있다니 그렇다. 이쯤 되면 미인의 기준과 가치마저 권력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다. 그런데 언론은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요즘은 유력정치인의 사위로 거론되는 현직 부장검사의 스폰서 사건이 알려지고 있다. 근대국가에서 절대로 없어져야할 연좌제가 엄연히 살아 있는 우리 언론의 잣대에서 스폰서 검사의 보도를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거제도 옥포만의 웅장한 조선소를 보고, 그 기적을 일궈 낸 그러한 영웅이 우리 곁을 다시 찾아오지 않는 현실을 사설로써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그 주인이 떠난 자리를 대신한 자는 그 자리보전을 위해서 언론사 주필에게 청탁한 것을 보면 언론도 권력화 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언론의 관음적 보도는 지양되어야 함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속담은 법이야 말로 누구를 막론하고 평등하지 않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언론 또한 그런 것인가 하는 우려는 '언론 앞에 평등'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주는 것 같아 뱉어보는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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