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문학성과 연출가 이해성의 동시대성이 만나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성과 연출가 이해성의 동시대성이 만나다
  • 성광일보
  • 승인 2016.09.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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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문화재단, 극단 고래 <고래 햄릿>

광진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 극단 고래는 셰익스피어의 고전극 <햄릿>을 이 시대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고래 햄릿>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연이어 <고래 햄릿>을 만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성과 이해성의 동시대성이 만나다

 
영국의 극작가 벤 존슨은 일찍이 셰익스피어를 “한 시대를 뛰어넘는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평했다. 약 40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화두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존슨의 평은 적절했음이 증명된 셈이다. 셰익스피어는 삶과 죽음, 욕망과 사랑, 두려움과 야망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극단 고래’ 역시 심해의 수면 아래에서 부유하는 고래처럼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을 연극적인 방식으로 성찰해 왔다. 그 중에서도 <빨간 시>, <살>, <고래> 등 ‘극단 고래’의 대표작들은 모두 ‘욕망’이라는 화두로 연결된다. 이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욕망’은 빠질 수 없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권력도 두려움도 모두 욕망의 끈과 연결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햄릿>에는 다양하게 파생되는 욕망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2016년에 ‘극단 고래’는 처음으로 작가 이해성의 희곡이 아닌, <고래 햄릿>이라는 제목으로 서양의 고전극인 셰익스피어를 무대에 올린다.

두 명의 햄릿과 오필리어, 두 개의 무대

<고래 햄릿>은 ‘나루아트센터 대극장’(10월 12일-10월 16일)과 ‘연우 소극장’(10월 20일-10월 23일)에서 각기 다른 배우 조합으로 무대에 오른다. 나루아트센터의 큰 무대는 섬세한 카리스마의 정원조 배우가, 이어지는 연우 소극장에서의 공연은 <불량 청년>의 주역이었던 이대희가 맡는다. 오필리어 역에는 그 동안 극단 내에서 조용히 실력을 쌓아온 배유리와 김혜진이, 클로디어스 왕 역에는 극단 고래의 간판 배우인 김동완이 열연을 펼치며, 거트루드 역에는 관록 있는 여배우 이영숙, 폴로니우스 역에는 지춘성 배우가 탄탄한 연기력과 연륜으로 <고래 햄릿>의 전체적인 앙상블을 이끌어 나간다. 이제는 ‘극단 고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코러스는 ‘극단 고래’의 젊은 단원들의 에너지와 혈기로 무대를 가득 채울 것이다.

복수가 아닌 심판으로?

작/연출로 활동하는 이해성은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도 그 안에서 ‘극단 고래’만의 색을 내기 위해 고심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복수가 아닌, 이 세상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이다. 그 심판은 달리 말해 ‘검열’의 방식도, 너와 나를 가르는 좌익과 우익의 편협성도 아닌 바로 대의를 갖고 바라본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성의 유령(선왕)은 더 이상 복수를 부르짖지 않는다.

“햄릿, 하지만 절대 복수심으로 네 마음이 오염되거나 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순리를 바로잡고 근친상간으로 더럽혀진 왕의 침대를 정화시킬 수 있게 심판을 하여야 한다. 네 어머니에 대한 심판은 하늘에 맡겨라. 그녀도 나름 이유가 있겠지. 근데 그 이유가 뭘까? 아무튼 햄릿, 네가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되면 내가 보이지 않을 거다. 내 말도 들리지 않을 거고. . .가봐야겠다. 햄릿, 명심해라. 복수하지 말고 심판을 해야 한다.”

선왕의 말은 햄릿을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로 고민하게 만든다. 그것은 ‘복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된다. 이 고민은 작/연출 이해성과 ’극단 고래‘의 모든 작품에 녹아있는 질문으로, 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통해서 그 지점이 어떻게 포착될지가 주목된다.

“햄릿, 너의 문제는 어설프다는 거야”

햄릿은 서툴고 어설프다. 특히 연인인 오필리어, 어머니인 거트루드와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더 큰 문제는,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여성 인물들은 살아 있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해성은 이러한 지점을 파고들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를 보다 더 설득력 있게 재구성한다. 그는 주요 인물들과 상황에 지금 이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부여한다. 대사 역시 셰익스피어의 문학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지금의 언어로 세척하여 이 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물들과 대사들이 살아나며 극중 관계들이 더욱 농밀해지고 팽팽해졌다. 그 관계의 끝자락에는 욕망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를 다시 그 유명한 대사로 이끌고 간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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