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 극단 고래는 셰익스피어의 고전극 <햄릿>을 이 시대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고래 햄릿>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연이어 <고래 햄릿>을 만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성과 이해성의 동시대성이 만나다
두 명의 햄릿과 오필리어, 두 개의 무대
<고래 햄릿>은 ‘나루아트센터 대극장’(10월 12일-10월 16일)과 ‘연우 소극장’(10월 20일-10월 23일)에서 각기 다른 배우 조합으로 무대에 오른다. 나루아트센터의 큰 무대는 섬세한 카리스마의 정원조 배우가, 이어지는 연우 소극장에서의 공연은 <불량 청년>의 주역이었던 이대희가 맡는다. 오필리어 역에는 그 동안 극단 내에서 조용히 실력을 쌓아온 배유리와 김혜진이, 클로디어스 왕 역에는 극단 고래의 간판 배우인 김동완이 열연을 펼치며, 거트루드 역에는 관록 있는 여배우 이영숙, 폴로니우스 역에는 지춘성 배우가 탄탄한 연기력과 연륜으로 <고래 햄릿>의 전체적인 앙상블을 이끌어 나간다. 이제는 ‘극단 고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코러스는 ‘극단 고래’의 젊은 단원들의 에너지와 혈기로 무대를 가득 채울 것이다.
복수가 아닌 심판으로?
작/연출로 활동하는 이해성은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도 그 안에서 ‘극단 고래’만의 색을 내기 위해 고심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복수가 아닌, 이 세상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이다. 그 심판은 달리 말해 ‘검열’의 방식도, 너와 나를 가르는 좌익과 우익의 편협성도 아닌 바로 대의를 갖고 바라본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성의 유령(선왕)은 더 이상 복수를 부르짖지 않는다.
“햄릿, 하지만 절대 복수심으로 네 마음이 오염되거나 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순리를 바로잡고 근친상간으로 더럽혀진 왕의 침대를 정화시킬 수 있게 심판을 하여야 한다. 네 어머니에 대한 심판은 하늘에 맡겨라. 그녀도 나름 이유가 있겠지. 근데 그 이유가 뭘까? 아무튼 햄릿, 네가 복수심에 사로잡히게 되면 내가 보이지 않을 거다. 내 말도 들리지 않을 거고. . .가봐야겠다. 햄릿, 명심해라. 복수하지 말고 심판을 해야 한다.”
선왕의 말은 햄릿을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로 고민하게 만든다. 그것은 ‘복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된다. 이 고민은 작/연출 이해성과 ’극단 고래‘의 모든 작품에 녹아있는 질문으로, 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언어를 통해서 그 지점이 어떻게 포착될지가 주목된다.
“햄릿, 너의 문제는 어설프다는 거야”
햄릿은 서툴고 어설프다. 특히 연인인 오필리어, 어머니인 거트루드와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더 큰 문제는,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여성 인물들은 살아 있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이해성은 이러한 지점을 파고들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를 보다 더 설득력 있게 재구성한다. 그는 주요 인물들과 상황에 지금 이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부여한다. 대사 역시 셰익스피어의 문학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지금의 언어로 세척하여 이 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물들과 대사들이 살아나며 극중 관계들이 더욱 농밀해지고 팽팽해졌다. 그 관계의 끝자락에는 욕망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를 다시 그 유명한 대사로 이끌고 간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