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둔 사진 속에 내 인생이 다 보일까?
찍어둔 사진 속에 내 인생이 다 보일까?
  • 성광일보
  • 승인 2016.10.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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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논설위원

▲ 김정숙/논설위원
어느 강사가 강의를 하면서 '살면서 사진을 찍어 두면 그 사람의 인생을 모두 볼 수 있다'고 했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 신생아의 모습부터 기고, 걷고,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다니고,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그 아이가 결혼을 해서 또 다른 아이를 낳고 늙어가는 과정을 찍어 놓은 사진은 그 사람의 인생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고 했다.

나도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적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아이디어가 좋아서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고 앨범에 담아서 보관하고 때때로 앨범을 펼쳐보며 추억을 상기하곤 했었다.

찍어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지나간 시절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시간이 지나고 나이 듦과 늙음에 대한 단어 사용이 늘어나면서 그 생각은 달라졌다.
아니 조금 변형됐다고 하는 게 낫겠다.

그 변형된 생각을 말하자면, 찍어 둔 사진 속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다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가 보일 뿐이다.

왜냐하면 찍어 둔 사진 속의 표정은 대부분 웃고 있거나 무언가를 기념하거나 관망하거나 하는 중이라서 일부러라도 “치~즈!”해서 치즈를 부르고 있고, “김~치!”해서 김치를 원하거나 “파이팅!”을 외쳐서 금방이라도 만사를 달성할 것처럼 입 꼬리를 올리고 있다.

입 꼬리가 내려가거나 화가 나서 눈이 무섭다거나 슬퍼서 금방이라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사진은 내 추억 사진 중에 한 장도 없다.
 그렇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내 모습을 사진 찍도록 허락한다는 건 내 마음이 행복하거나 기쁘거나 최소한 평화로울 때이다.

슬프거나 화가 났을 때 내 모습을 사진 찍도록 허락하거나 쎌카를 찍어서 보관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번쩍 손들어 보시라. “화제의 인물”로 저녁 9시 뉴스채널에 오를 기사거리가 될 수도 있다.

슬플 때나 화가 났을 때의 사진을 찍지 않는 이유는 말하나 마나이지만 그래도 굳이 말한다면 슬프고 화가 나서 감정이 복받치는데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가 있겠는가?

어떤 누군가가 그래도 한번 시험 삼아 찍어 보자고 한다면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사진들은 신생아적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태어난 기념으로 울었던 사진을 제외한다면 슬퍼하는 사진, 더욱이나 화가 났었던 순간의 사진을 찾아 볼 수 없다.

만약에 그래도 있다면 그건 '가뭄에 콩 나듯' 실수로 셔터가 눌러진 탓에 웃는 사람들 옆의 화난 표정이 잘못 찍혔던 그 이방인의 사진일 것이다.

사람들은 삶의 시간에서 슬프거나 화가 났던 일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사는 동안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들이 더 많았다면 삶이라는 시공간이 그 사람에게 의미가 있었을 리 없다. 지나간 인생을 들춰 볼 엄두도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삶 자체가 이미 그 사람에게 없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슬펐거나 짜증났던 시간들이 많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시간들이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기뻤던 시절, 아이를 키우며 힘들고 짜증났던 시절, 부부간에 불화가 있었던 시절, 부모님을 잃고 슬퍼했던 오랜 기간의 시절, 배우자의 사별로 괴로웠던 시절, 연인간의 이별로 몸과 마음이 아팠던 긴 시절, 생일 축하 파티로 즐거웠던 시절, 그날이 그날 같고 저날이 저 날 같던 무미건조했던 시절, 미치도록 기쁜 일로 심장이 요동치던 시절, 소소한 일들로 감미로웠던 시절.

온갖 '희로애락애오욕'의 감정이 제각각 이면서도 뒤섞이며, 소용돌이치고 휘감았던 시간들로 메워졌던 시절들이 그 한 사람의 인생이다.

그것들을 모두 나열했을 때 한 사람의 인생은 모두 아니 그나마 모두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한 그 모두로 보여 질 것이다.

마치 장편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을 읽어가듯 말이다. 그것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반론했을 때 '찍어둔 사진이 그 사람의 인생을 모두 말 한다'고 더 이상 말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는“음, 그래, 그렇지!”라며 고개를 앞뒤로“끄떡끄떡”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음, 그럴까?”라며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끄떡끄떡”하든 “까딱까딱”하든 생각해 보시라 .
 고개를 앞뒤로 흔드는 머릿수가 많을까? 좌우로 흔드는 머릿수라 많을까 ?
“어허 !"
“당신 !"
“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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