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줄탁동시>
  • 성광일보
  • 승인 2016.11.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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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 김성숙/논설위원
내가 만들어준 학습 동아리의 활동이 무르익어 간다.
지난 8월 여름 커피숍에 8명의 어머니들이 모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학습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할 때 좋은 점을 설명해줬다.
그 어머니들이 학습동아리를 결성했다.
학습 동아리 결성 전 가까이 살고 있는 후배가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다.
“누군가를 만나서 명함을 받으면 전 명함이 없어서요...”
“그럼, 후배님도 명함을 만들면 되지.”

후배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거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정의 내리기 힘겨워하는 어머니들 8명이 모였다.

학습동아리의 결성이 비단 앉아서 책과 씨름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니 어머니들의 학습공동체는 하루하루 수레를 밀며 끌며 돌아갔다.

일이 성사되거나 안 되거나 구성원들의 자존감 형성을 위해 공동체의 명칭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역할을 분담했다.

모두가 완장을 찼다. 아니 모두에게 완장을 채워줬다.
민주적 절차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자발적 지원으로 사무국장과 교육지원, 총무, 회계, 마케팅 , 홍보 등 8명이 한 가지씩의 직무를 맡게 했다. 그렇게 해서 모두가 공동체의 역할을 맡은 중요한 일원임을 느끼게 했다.

공동체의 명칭은 공동체가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자발적으로 추천하여 다수결의 방식으로 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학습공동체 “스토리 에듀”다.

명함이 나온 날 서로가 서로에게 명함을 주고 받으며 직무를 포함한 이름 부르기 이벤트도 벌였다.
“ 안녕하세요? 학습공동체 스토리 에듀의 총무 000입니다.”

주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15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은 또 하나의 자신의 위치, 자신의 주체를 학인하는 듯 했다.

멍석을 깔아주니 놀이하는 건 식은 죽 먹는 놀이꾼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학습공동체가 앞으로 공부할 교육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사업을 기획했다.
교육부문에선 내가 1년간 부모교육과 의식,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교육을 할 수 있으니 돕겠다고 나섰다.

나머지 교육은 공동체 일원들이 스스로 잘 하는 분야를 깊이 공부해서 함께 나눌 것을 권했다.
프리마켓이나 돗자리 장터 등 스스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제시했다.
제시만 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공동체가 “스토리 예듀”다.
공동체의 재정적 확충에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에 홍보하기 위해 우선 구청에 “평생학습 동아리" 등록을 마쳤다..

최근에는 아파트 부녀회에서 추진하는 돗자리 장터에 참가했다.
어린이용 머리핀과 팔찌, 강아지 간식을 만드는 등 부업하는 아낙네들처럼 모여 앉아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스토리 에듀”의 커뮤니티 밴드에 업로드 됐다.

눈을 떴다 감으면 하루하루 진행되는 스토리 에듀 학습공동체의 활동은 살을 에는 추위에 김장 500포기를 담가도 끄떡없을 것 같은 장부의 위세다.

공동체 설립 후 처음 참가 했던 돗자리 장터 행사는 학습자 모두에게 긍정적이었다.
장터에서 일원들이 활동하는 중에 스스로 자신들이 준비한 판매물건에 대하여 피드백 했다.
그리고 다음 기회엔 어떤 물건들을 내 놓아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재고 소진도 할 수 있는지 방안도 내 놓았다.

지난 주엔 공동체 일원 중 한 명이 협동조합에 관한 정보와 구성요건 등을 공부해서 학습자들과 나누었다.
앞으로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될 것인지 동아리로 운영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원들의 학습이었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전업주부로서의 위치에서 또 다른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찾아가는 어머니들의 모습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알에서 깨어나려는 병아리를 툭 건드려 주기만 해도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의 줄탁동시처럼 스토리 에듀의 어머니들은 어깨 한번 '툭' 쳐주기만 했는데도 스스로 알을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왔다.
나와서 가녀린 병아리의 발목으로 종종거리며 걷고 있다. '삐약삐약'하는 그들의 소리는 다시 서로의 귀에 공명하여 그들이 큰 세상으로 나왔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이제 그들은 곧 어른 닭이 될 것이며, 먼 훗날 장 닭이 되기도 하고 씨암탉이 되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닭 보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하는 이변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지붕위의 닭이 위용을 떨치며 날개 짓을 하는 날, 그런 날이 꼭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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