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것이 나라이다
<시론> 이것이 나라이다
  • 성광일보
  • 승인 2016.11.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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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 진/광진투데이 편집인 겸 논설주간/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 김상진/광진투데이 편집입
"이것이 나라인가?" 요즘 어린학생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다. 얼마나 부끄럽고 참담한 말인가. 투철한 국가관을 배워 대한민국을 책임져야할 학생들이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100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조만간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호(號)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항해하는 방향도 목표도 선장도 없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임 있는 정치인과 혜안이 있는 지식인들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성난 대중은 군중이 되고, 군중이 폭발하면 피를 흘리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경험했다.

이렇게 가다간 대통령 1인을 지키려는 공권력과 성난 군중이 맞서며 피를 흘리는 참담한 상황이 예견된다. 그야말로 국가위기 상황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박 대통령의 전근대적인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됐다. 마치 대통령을 봉건시대의 왕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제왕적인 대통령을 누렸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자신의 롤모델(role model)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에는 대통령 한마디에 대기업 총수는 돈다발을 들고 와야 했으며,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공권력을 동원해 겁박하면 되고, 국정에 토론과 절차는 거추장스러운 형식으로 치부되며 지시와 명령만 있을 뿐이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형제의 정까지 끊으면서 지켰던 특수관계다. 따라서 최씨의 국정농단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왕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자신을 도운 사람에 대한 배려 정도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사실 기업에서 돈을 모으고, 부정입학을 하고, 인사청탁을 하는 정도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아무 문제없는 통치행위에 불과했다. 그러하니 박 대통령은 지금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제든 여론을 뒤집을 건수를 찾고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부산 LCT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제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권력구조를 바꿀 때가 됐다. 대통령이 이렇게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는 식물인 상황에서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국회에서 탄핵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탄핵을 가결한다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각하시켜버리면 그만이다.

헌재 위원 9명중 6명이 찬성해야 하나 대통령과 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가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탄핵이 확정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그 과정의 혼란과 국론분열로 국정은 마비가 된다. 그렇다고 시민이 폭도가 되어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을 끌고 나온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단두대가 떠오르면 섬뜩하지 않은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국가 정상들의 외교무대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대한민국은 사상처음으로 총리가 참석하게 됐고, 국정운영의 중심인 국무회의도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비우는 것이 사는 길이다. 민심은 천심인즉 대통령이 국민과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정을 수습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본인이 제기한 개헌을 마지막 과업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감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개헌도 본인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중심으로 마련한 내용에 최종 서명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의 성과를 역사에 남기는 것이다. 나와 같은 대통령을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 꼭 헌법을 바꾸고 싶다는 진심이 있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고 개헌안을 제출해주면 기꺼이 대통령직을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하면 된다.

다음은 60일 이내에 선거에 의해서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질서 있게 정권이양을 하는 것이다.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분석에 의하면 최순실 사건으로 35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게 한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최씨 딸 정유라의 특권으로 얼룩진 학창시절을 보고 우리의 아이들이 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것이 나라인가'라고 말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에 보답하기 위해서 세금을 더 내려하는 대한민국. 이것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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