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에서 산신령을 만나다
아차산에서 산신령을 만나다
  • 성광일보
  • 승인 2017.01.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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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아차산 향토사학자

 아차산 보루를 처음 발견해 문화재청에 신고한 김민수 씨

본지는 아차산 보루를 처움 발견해 문화재청에 신고한 후 아차산 양토사학자가 겸 해설사가 된 김명수 씨를 지난 21일 이명우 편집고문이 만나 아차산 보루 발견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봤다 <편집자 주> 

▲ 아차산 보루를 처음 발견하여 문화재청에 신고한 김민수 씨, 아차산 향토사학자가 된 그는 89년 구의동으로 이사 온 후 아차산에 산불이나서 민방위 대원으로 긴급 소집되어 산불을 진화하다가 우연히 밝견한 후 직장도 팽게친 채 아차산에 올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명우 편집고문(이하 이 고문) : 안녕하세요. 지금 아차산 생태공원에 있는 향토자료실에 오는데 눈이 펑펑 쏟아지니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김민수 아차산 향토사학자(이하 김 선생): 저도 눈내리는 설경을 매우 좋아 하는데 이런때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 고문: 오늘은 눈도 내리고하니 김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을 광진구 주민들이 아차산 산신령이라고 하던데 오늘 보니 산신령은 아닌 것 같네요. 
▶김 선생: 제가 무순 산신령입니까? 아직 한창 젊은 나이인데. 아마도 제가 20여년간 밤낮으로 아차산을 해메고 다니니까 자주 보는 주민과 등산객들이 애칭으로 불러준거 겠죠. 진짜 산신령 될려면 아차산에 몸을 묻어야 하는데...  그게 될까요?

▷이 고문: 될 수도 있겠죠. 앞으로 휜수염 길게 길러 지팡이 집고 다니시면… 허 허 허(웃음)
저도 여러번 둘러 보았지만 아차산과 용마산 능선 곳곳에 있는 많은 보루를 보면 동북아 강대국인 고구려 제국을 연상하게 됩니다. 이 보루들을 처음으로 김 선생님이 발견하여 문화재청에 신고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백제 무열왕릉 발굴에 비견되는 역사적 사건 아닙니까? 보루들을 발견하게된 얘기를 해주시죠.
▶김선생: 제가 교편생활을 하다가 건축업을 하게되었는데 올림픽 다음 해인 89년에 구의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때는 아차산이 있는 것은 알았는데도 사업에 바빠서 산에도 못가봤습니다. 그해 늦여름에 아차산에 산불이나서 민방위 대원으로 긴급 소집되었습니다. 

그때 산불을 끄려고 민방위대원 수십명과 함게 아차산에 올라가서 산 능선을 따라 불끄러 다녔습니다. 그 당시 아차산은 산림이 우겨져 있었고 풀도 많아 길이 잘보이지 않았을  때입니다. 진화 작업중 능선 주변 숲속에 돌무지들이 많이 눈에 띠었습니다.

산불이 진화된 후 며칠 뒤 일요일에 돌무지에 대한 호기심과 등산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홀로 아차산 능선에 올라 여러군데 돌무지들을 상세히 확인 해보니 성벽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후 시간이 나는대로 배낭에 사진기 및 지도를 갖고 아차산, 용마산과 망우산 일대의 유적지 유구를 찾아 나셨습니다. 성벽을 확인하고 사진 찍고 지도에 위치를 표시하면서 몇  개월을 조사하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무슨 사명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등산 겸 호기심 발동으로 무척 고생스럽게 아차산과 용마산을 헤메고 다녔죠.

▷이 고문: 그후에 문화제관리국에 신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제관리국에서 어떤 조치가 있었나요?
▶김 선생: 90년 2월 말에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일대의 성곽 및 유적 조사 청원」이란 제목으로 그동안 조사하였던 역사 자료 및 사진과 지도 등을 첨부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이 청원서는 국가기록원에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몇 년후에 알았습니다. 그 후 문화재관리국의 담당자 2명이 나와서 돌무지 주변을 조사한 후 성곽인지 조선시대의 살곶이 말목장 담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무척 실망하여 역사학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아차산성의 재발견과 간고」 논문을 저의 돈을 들여 책자로 만들어서 학계와 관계기관에 배포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학계에서는 아차산 유적에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논문들이 발표된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조사한 내용은 전연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문화재 관리국에서 저에게 요청이 와서 아차산에 대한 지표조사를 3개월간 실시하였습니다. 

▷이 고문: 고구려 보루성으로 확인 된 것은 언제입니까?
▶김 선생: 저는 보루성이란 명칭을 처음 붙였습니다. 지금도 그대로 보루성 또는 보루라고 합니다. 제가 구리시 문화원의 요청으로 아차산 제4 보루 발굴을 기획하고 발굴조사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그때 발굴을 의뢰한 곳이 서울대박물관입니다. 발굴 결과 남한 최초로 확인된 고구려 유적 보루성으로 확인 된 것입니다. 그 상당량의 고구려 토기와 무기가 출토되었고 고구려 성벽이 확인 되었습니다. 그후 중요 보루들이 복원되어 시민들에게 공개된것입니다. 

▷이 고문: 김선생님, 아차산과 용마산 성곽 발견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고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셨나요?
▶김 선생: 구차스러운 지난 얘기를 안하고 싶지만 이 사건으로 제 인생의 길이 바꿨습니다. 역사를 잘 모르던 제가 엉뚱한 일에 매달리다보니 사업도 손을 때고 가정도 소홀히 하게되었습니다.

특히 발굴조사가 몇 년 진행되면서 역사 및 고고학계의 많은 인사들의 내방을 받았고 유적지를 안내하고 설명하느라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 지난 21일 오후 아차산 향토자료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향토사학자 김민수(왼쪽) 선생님과 이명우 본지 편집 고문.

  

▷이 고문: 김선생님, 정말 개인입장에서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알리고 참여하느라 고생많이 하셨네요. 그때 성곽 발견일로 정부에서 공로훈장이라도 받지 않았습니까?
▶김 선생: 훈장이라뇨. 포상은 고사하고 미친놈이라고 비방만 하지않아도 고맙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 스스로 학술논문 공모에 응시해서 으뜸상인 국무총리상을 두 번 받았습니다. 그리고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사료조사 공로상을 받은바 있습니다.

▷이 고문: 그래도 좀 섭섭한 마음이 많이 드셨겠네요. 아차산 성곽 발견으로 삼국시대의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많이 밝혀진 것 아닙니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선생: 제가 뭐 정부의 훈장이나 포상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본업을 팽겨치고 역사유적 찾는데 몰두한 것은 아마도 제가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보존하여야 겠다는 나름대로 역사인식이 점점 싹트고 의무감이 생겼기 때문인 것같습니다.

그후 쭉 아차산 고구려 유적에대한 연구 논문을 많이 발표하고 강의도 하며 바쁘게 살아 왔습니다.

▷이 고문: 아차산 유적에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도 있습니까? 
▶김 선생: 그동안 아차산, 용마산 일대의 성곽을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한 결과 보루들은 고구려의 유적지이고 아차산성은 백제의 아차성이 아니고 놀랍게도 신라의 북한산성으로 밝혀졌습니다. 제가 역사학계에 주장하였던 ‘아차산성이 신라의 북한산성’이란 학설이 확인된 것입니다. 

저의 학설에 근거하면 신라가 삼국통일을 할 때 백제, 고구려의 정벌 전초기지로서 지금의 아차산성, 즉 신라의 북한산성에서 수군으로 출정하였다는 사실이 뒷받침되는 것입니다. 이런 저의 학설이 정부나 학계에 받아들일 수 있게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 고문: 김선생님의 역사인식과 문화재 사랑이 남다른 것에 존경심이 드네요. 지방마다 그 고장의 향토사학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진구의 모든 주민들이 김선생님을 향토사학자로 인정하고 아차산 산신령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속 하실 것인지 포부를 밝혀주시죠.
▶김 선생: 저는 제 인생에 여러 가지 굴곡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향토사학자가 된 것이 가장 보람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차산 산신령이 저를 선택해서 부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광진구청의 역사해설가로 매일 바쁘게 아차산 유적지를 방문자들과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그게 저의 일이고 고구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알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 고문: 김선생임의 삶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으니 부럽습니다. 광진구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사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많은 얘기 들을 진솔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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