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기침체와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
현재의 경기침체와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
  • 성광일보
  • 승인 2017.01.26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범 교수/세종사이버대학교/국민경제정책연구소 소장

▲ 김상범 교수/세종사이버대학교/국민경제정책연구소 소장
2012년 5월 제프리 프렌켈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타깃을 주로 하는 금융정책은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이미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이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타깃팅(물가안정목표제도)이란 중앙은행이 일정기간 동안 달성해야 할 물가목표치를 제시하고 이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전까지 환율 타깃팅을 주된 수단으로 삼았던 세계 각국은 1990년 뉴질랜드부터 시작하여 대부분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의 결과가 현재 전 세계의 경제 상황이다. 미 연준은 양적 완화로 약 3조 달러의 채권을 매입했지만, 돈은 연준 빌딩을 떠나지 못하고 약 2조 5000억 달러가 금고에 잠자고 있다. 연준에 예치하면 0.25%의 이자라도 지급받기 때문이다. 연준이 초과지준금에 대해 이자율을 지급한 것은 연준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인플레이션은 지난 7년간 평균 1.56%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노력의 대가는 허망하다. 투입된 돈은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케인즈가 정의한 것과는 다르게,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만들어진' 유동성 함정인 셈이다.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의 실수를 살펴보자.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전,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활황이었지만, 희한하게도 물가는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다. 자산시장에서의 활황은 아주 서서히 물가수준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했으나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1930년대 대공황의 직전 모습과 흡사했다.

1920년대에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최대의 활황을 보였지만 소비자물가는 크게 상승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가가 그다지 오르지 않으니 사람들은 커다란 경계를 하지 않았다.

2008년 7월 금융위기의 시작 시점, 미국의 물가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목표 물가수준인 2%를 훨씬 초과한 5.6%였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고 했고, 실제로 물가는 4개월 만에 0.1%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물가뿐 아니라 시장도 얼어붙었다.

당시 물가상승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 공급측면의 압력에 기인했으며, 따라서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는 금리인상은 적절한 정책수단이 아니었던 것이다. 프렌켈 교수에 의하면, 금융위기에 필요했던 정책은 인플레이션 타깃팅이 아니라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타깃팅과 단기적 인플레이션 허용 및 실질경제성장 지속 정책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유가상승을 비롯한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지자 2008년 8월 금융통화위원회는 1년간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5%에서 0.25% 인상한다.

금통위의 당시 의사록을 보면 '경기흐름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나) .. 높은 물가상승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 소지를 줄이기'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단지 '중기물가목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허덕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금통위는 실수를 직감했는지 10월에 금리를 0.25% 하향했다.

이듬해 2월까지 4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총 3.25% 내려 기준금리는 2%까지 떨어진다. 2008년 8월의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결정은 명백한 정책적 실수였던 것이다.

2014년 3월, 이주열 한국은행 당시 총재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안정 목표치를 수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물가목표치를 현 상황에 맞춰 계속 수정하다보면 신뢰성에 문제가 생겨 수정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은 1998년부터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을 쓰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 일본 및 중국과는 달리 3년 평균의 중기물가안정목표 2.5 ∼ 3.5%를 정하고 있다.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이 목표이니, 이처럼 허술한 목표가 어디 있나 싶다.

한국은행으로서는 목표달성을 회피하기는 좋고, 정책의 유연성도 발휘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시장에게는 어떤 종류의 명확한 신호도 주지 못한다. 작년 물가가 1%대였다. 이것도 한국은행의 잘못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4%선의 물가일지라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 잘못했으나 3년후에 2.5%만 맞추면 된다는 식이다.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을 쓰면서도 타겟을 벗어난 것에 대해서는 책임질 주체가 없는 셈이다.

중기물가안정목표제는 적정 인플레이션을 원하는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불만이 되고, 다소 높은 물가를 원하는 케인지안들에게는 애매한 정책이다. 부디 한국은행은 빈사상태에 놓인 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을 수정하거나 능가하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보길 기대한다. 우리의 핸드폰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듯이 우리의 금융통화정책도 세계금융정책을 선도할 수도 있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