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제
행복의 경제
  • 성광일보
  • 승인 2017.07.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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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교수/국민경제연구소 소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부과
▲ 김상범 교수/국민경제연구소 소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부과

리디아(Lydia)의 마지막 왕 크로이소스(Croesus, B.C. 595~547)가 아테네의 현자 솔론에게 '누가 제일 행복한 사람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최고의 돈과 권력을 가진 당신이라는 대답을 듣고자 했을 것이다.  
솔론의 대답은 의외였다. “적군을 패주하게 하고 더없이 아름답게 죽은 아테네 사람 텔로스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죽은 자가 더 행복한 자라는 말이다. 의외의 말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예를 들라고 하는데 죽은 이를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전하, 인간이란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이옵니다. 전하는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고 수많은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옵니다. 하지만 저는 전하께서 행복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전하의 물음에 답할 수 없사옵니다. 

큰 부자라도 운이 좋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기가 가진 부를 즐기지 못한다면 그날그날 살아가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전하께서 찾고 계시는 사람, 곧 행복하다고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옵니다. 누가 죽기 전에는 그를 행복하다고 부르지 마시고, 운이 좋았다고 하소서.  

무슨 일이든 그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를 눈여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신께서 행복의 그림자를 언뜻 보여주시다가,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요.”(헤로도토스, 《역사》1:32) 
죽는 순간에 행복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 있는 부는 운명에 의해 언제 사라질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솔론의 말 때문일까. 실제로 크로이소스 왕은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과의 전쟁에서 패전하여 모든 부와 명예를 잃게 된다. 크로이소스 왕은 키루스 대왕에게 무릎을 꿇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폐하, 저는 저 자신을 몰랐습니다. 저는 성공가도를 달렸고, 많은 부를 축적했으며 군사들의 숫자도 많았기에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사람,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저는 폐하를 대적할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폐하는 어릴 때부터 탁월함을 실천하던 분이었는데,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재산만을 자랑했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솔직한 모습이고 이제야 제가 왜 불행한 사람인지, 저 자신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고대의 크로이소스 왕처럼 조그마한 성공에 취해 현재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 귀담아 들어야할 현대적 이론이 있다. 바로 민엔드이론(Mean End Theory)이다.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인생에서 평균적으로 좋았던 때와 마지막 순간의 행복감을 합한 것의 평균이라고 말하는 이론이다. 테니스 경기를 하면 보통 팀별로 세 번의 경기를 한다. 처음 두 경기를 이겼더라도 마지막 경기를 지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처음 두 경기를 진 다음에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기분이 오히려 좋아진다. 크로이소스 왕은 자신이 가장 행복한 시기에 행복을 생각했지만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 정작 중요한 다른 하나의 판단 기준은 인생의 마지막에서 맛보는 행복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복한 감정들은 이미 정해진 것이고 변경의 가능성이 없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인생의 마지막에 가장 큰 기쁨을 얻어야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인 행복감이 아니다. 바로 과거와 현재의 나, 현재와 미래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언제 죽을지는 모를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다.  

거지는 백만장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조금 더 돈이 많은 거지를 부러워할 뿐이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인간의 지독하고도 어리석은 습성이다. 산에서 도를 닦는 사람도 다른 사람보다 도를 더 잘 닦겠다고 경쟁하는 순간부터 행복과 멀어진다고 한다. 행복은 남과의 비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발견하는데서 얻어지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에 의해 부정될 수 있고 현재는 미래에 의해 언제나 번복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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