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빨래 하는 날
이불빨래 하는 날
  • 성광일보
  • 승인 2017.08.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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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AI(Avian Influenza:조류 인플루엔자)로 계란 값이 올라서 식구 당 1개씩 먹던 계란프라이 대신 야채 듬뿍 썰어 넣어 눙치는 오믈렛으로 먹은 지 수개월짼데 또 다른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얘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나마 한 계절 지나면 AI(조류 인플루엔자)도 잠잠해 지니까 계란 프라이도 맘대로 먹겠다 싶었는데 이번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저번 AI(Avian Influenza)와는 게임도 안 되나 보다.
한꺼번에 떠도는 AI 때문에 그 AI가 그 AI 인 줄 알았더니 갸가 갸가 아니라 갸다.
마트에선 여전히 갸(Avian Influenza) 때문에 "1인당 1판씩"만 판다고 계란 30구가 회색의 널빤지에서도 오만한 위용을 과시하지만 마트 밖에 나가면 계란 한판의 위용은 아무 쓸데없다. 그저 인공지능이라는 AI, 갸가 스마트폰이며 신문이며 TV, 라디오, 책에서 무성하게 삶을 지배한다.

대체 AI가 뭐 길래 세상 사람들은 폭우가 쏟아져 간담이 서늘했던 밤하늘 아래서도 AI를 얘기했을까?
어쨌거나 오는 세상의 과학세계로 또 다시 세상이 격변할 테니 세상사는 게 녹록치 않아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결국 일자리, 노동의 상실을 얘기 했을 거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생존의 문제로 원초적 본능을 지닌 나도 물론 궁금하다.
3차 산업혁명으로 컴퓨터 도스(Dos)를 배우기가 무섭게 점프한 디지털의 출현은 스마트폰을 익히기에도 바빴다.

문자기능, 인터넷 검색기능, 통화기능, 메모기능, 네비게이션 기능, 녹음기능 … 헤아려 봐야 열 손가락 안에 들까 말까한 기능을 써 봤을 뿐인데 벌써 4차 산업혁명이 예고된 세상에선 넋 나간 어이상실일 뿐이다.
가전제품 한 대의 값을 치른 손바닥만한 기계로 자판 기능 좀 익혔는가 싶었는데 음성인식 문자 어플이 나왔고 전화번호 검색해서 냉면 한 그릇 배달 시켰는데 "냉면"이라고 말만 해도 신속 배달되는 세상이 된단다.
어쩌라고?
그래 이젠 어쩌라고?
이젠 로봇이랑 살아야 하는 거야?
외로움을 달랠 구실로 분양받았다는 반려견이 아파트 칸칸에 들어 찬 지금 이젠 말하는 기계도 집안에 들어오는 거야?
반려견과 로봇과 사람이 함께 사는 거야? 로봇에 감정도 있으면 이젠 로봇과 소통할 수 있는거야?
TV에서 강연하는 4차 산업혁명을 들으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설거지를 하다 말고 코를 "탱"풀었다.
젠장.
그럼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야?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면 나 같은 기계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야?
로봇 작동은커녕 TV채널도 제대로 돌릴 줄 모르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혁명은 정의로운 반란을 대변하는 용어인줄 알았더니 자연인을 위협하는 용어로도 쓰는 거야? 
남편에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면 노후에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더니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난 연금으로 살거야, 개인연금 빵빵하게 들어 놨으니까 연금 받으며 살면 돼"
흠, 그럼 난 홀쭉한 개인연금으로 어떻게 살지?
배우자간에도 생존이 밀린 것 같아 갑자기 부아가 나고 울화가 치밀어서 욕이 튀어 나왔다.
"빌어먹을 AI" 계란 프라이도 못 해 먹는 AI,
과학은 그리고 문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독립된 개체로 명징하게 분리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삶의 현장으로 들어왔다.
그럼 난 어떻게 살 것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이지도 명확하지 않은 이 시점에 미래를 걱정하는 내가 더 한심스러워 베란다 앞에 섰는데 우뚝 선 102동의 아파트 건물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옳거니,
주택연금,
그래 난 집을 맡기고 연금으로 살면 되겠네.
나도 살 순 있겠네.
제대로 사는 건지 아닌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살 순 있겠네.
가소로운 위안으로 평온해진 마음에서 비로소 화가 물러가고 강렬한 햇빛에 실눈이 된 내게 오랜만에 바삭바삭한 햇빛 내린다.
햇빛 내릴 때 이불 빨아 널고, 계란 프라이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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