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철지부 : 나눔의 미학, 받음의 미학
학철지부 : 나눔의 미학, 받음의 미학
  • 성광일보
  • 승인 2017.09.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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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 묵 근도/노고산방에서 화옹거사
▲ 이 계 묵 근도/노고산방에서 화옹거사

학철지부    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장자는 집이 몹시 가난하여 감하후(監河侯)에게 곡식을 빌리려고 찾아 갔다. 감하후는 아주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좋소. 내가 곧 영지의 세금을 거두면 선생께 300금을 빌려 드리겠소. 그럼 되겠소?

장자가 발끈 화가 나서 낯빛을 바꾸며 말했다. 내가 어제 이곳에 오는 길에 부르는 자가 있어서 돌아보니, 수레바퀴자국 안에 붕어가 있었소. 내가 붕어에게 무슨 일로 여기에 있느냐고 물어 보았소. 그랬더니 붕어가 자기는 동해의 물길을 담당하는 신하인데, 선생은 한 말이나 한 됫박의 물로 자기를 살려 줄 수가 없겠느냐고 했소. 내가 좋다고 했소.

내가 지금 오나라와 월나라 임금을 만나러 남쪽에 가는데 도착하면 그 곳에 있는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다가 준다고 했더니, 화가 난 붕어가 낯빛을 바꾸며 이렇게 말을 했소.

“나는 내가 늘 함께하던 물을 잃었기 때문에 몸 둘 곳이 없게 된 것이다. 나는 한 됫박의 물만 얻으면 살수가 있는데 선생의 그런 말이나 하실 거라면 차라리 건어물 가게에 가서 나를 찾아보는 것이 빠를 것이오”라고 했다.

장자는 붕어의 비유를 들어서 자신의 처지를 말한 것이다. 수레바퀴 자국 안에 있는 붕어는 서강에 있는 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생존할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절실하게 말이다.

장자도 마찬가지다. 오늘 당장 먹을 양식이 필요 한 것이지, 몇 개월 뒤에 300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장자가 감하후 에게 화를 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오늘 양식을 구하지 못하면 굶어 죽기 때문이다. 장자가 붕어를 예화로 든 것은 사람 사는 일도 그와 똑 같다는 말이다.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다는 말이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나중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고, 내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이다.

금년에 해야 할 일이 있고, 십년 아니 이십년 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말이다.
감하후가 300냥을 주겠다고 한 것은 못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자가 서강의 물을 갖다 주겠다고 비유한 것은 결국 붕어를 죽이는 일이다. 

장자가 붕어의 예화를 든 것은 남을 돕는 것은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서 도우라는 말이다. 돈 벌면 남을 돕겠다고 한 것은 나중에 300냥 주겠다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 예화는 우리 삶에 있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수레바퀴에 숨을 헐떡이는 붕어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 아닐까요? 춥고 배고프고 굶주린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이 아닐까요? 장자의 학철 지부는 장자의 자화상이지만 나누고 베풀며 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춥고 배고픈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 눈 크게 뜨고 보면, 이런 예화는 너무나 많다,

붕어의 처지에서는 서강수(西江水)가 두승수(斗升水)만 못하다. 그렇다고 한 됫박 물로 붕어를 영원히 살 릴 수는 없다. 서강의 물이라야 영원히 살리게 된다.

국가나 개인의 일도 마찬가지다. 일생을 통해서 찾아야할 물은 서강수다. 한 됫박 물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안 된다. 우리 인생도 삶의 목표를 세워야 한다.

장자의 학철지부의 예화는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목마름을 해갈 시킬 수 없다(遠水解不了近渴)는 뜻이다. 

철학도 너무 이상주의 빠지면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현실주의에만 빠져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결론은 중용 중도의 삶이다. 수레바퀴자국의 붕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붕어가 강물에 있어야지, 수레바퀴자국에 있는 것이 문제다.

우리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에 TV에서 본 일이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가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때 있었던 일이다. 모 중소기업 사장님의 실화다. 그 사장님 그때 사업이 망하게 되어 노숙자가 되었다고 한다.

사업체는 빚으로 도산이 되다보니 하루아침에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가 되어 용산역 앞에 있는 아침 무료 급식 대열에 그 사장님도 서있게 되었다고 한다. 며칠을 굶다 보니 자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밥을 받을 차례가 되어서 밥을 받으려다가 그만 두고 미친 듯이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를 3일간 똑 같이 도망을 쳤다고 한다.

배는 고프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 밥을 차마 받아먹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명색이 내가 사장이었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하고, 다시 결심을 하고 막노동판에 가서 잡부일 부터 시작하여 3년간 돈을 모아서 옛날 했던 사업을 다시 시작해서 재기한 일화다.

TV에 나온 그 사장님 하는 말이 3년 후에 재기해서 다시 그 용산역에 무료 급식소를 찾아가 보았다고 한다. 그때와 똑 같이 무료급식을 하기에 그 급식하는 분에게 묻기를 “나를 혹 아시겠습니까?” “글 세요? 누구시죠?” “3년 전에 밥을 받다가 그냥 간 사람입니다.” “아~ 생각이 납니다. 왜? 그때 밥을 먹지 않았죠? 궁금합니다.”

“선생님은 배고픈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데, 차마 그 밥을 받아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내가 밥을 받아먹었더라면 지금도 노숙자 신세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 사장님이 TV에 나와서 한 이야기다. 공짜로 나누어준 밥도 자존심 때문에 먹지 않는 그 사장님 같은 분이 많은 세상이 건전한 사회이다.
남을 돕는 것은 나눔의 미학이다. 밥 한 그릇에도 자존심을 갖는 것은 받음의 미학이다.
원효대사 전기를 읽어보면 7종 거지가 나온다. 그 중에는 밥을 떠서 먹여주어도 안 먹는 거지가 있다고 했다. 원효대사가 거지에게 왜? 안 먹느냐고 물으면 입 벌리기 싫어서 안 먹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별 볼일 없는 인생이다. 떠준 밥도 안 먹는 다면 인생 끝장이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나눔의 미학도 받음의 미학도 절실한 때가 우리 현실이기에 주제를 삼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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