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아니면 말고
김정숙의 아니면 말고
  • 성광일보
  • 승인 2017.10.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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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하는 삶
김정숙

강의안 작업을 하다가 무심코 흘러나오는 팝송가락에 눈물이 내렸다.
무슨 노래일까?
무슨 노래기에 가슴을 후벼파다 못해 머리가 띵해지도록 숨이 멎는 걸까?
하던 작업을 물리고 들은 음악을 듣고 또 들으며 가수의 노래에 몸을 담았다.

하늘을 나는 듯 붕붕 뜨는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무언가를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외로울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이런 게 공중부양일까?

가끔씩 아주 가끔씩 이런 전율이 내게 올 때면 세상은 이런 것 만으로도 살 수 있는데 뭐한다고 바락바락 바닥에 붙은 껌딱지를 떼어내려 끌질하는 사람처럼 사는지 모르겠다.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선 라디오든 컴퓨터든 기계만 틀면 흘러 나오는 노래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지만 전율을 느끼는 곳이 음악뿐일까?

미친듯이 자전거 페달을 돌리며 오르막을 오를 때도 터질듯한 허벅지가 나를 전율하고 영화 배우의 기가 막힌 연기에서 뻑가는 전율이 오고  어쩌다 들른 길거리 음식에서 혀가 녹는 전율이 오고 미친 년 널 뛰듯 하는 날림 춤에서 오줌이 저리듯 하고  강변의 자전거 라이딩에서 고글 저 밖의 고글 쓴 라이더를 훔쳐 보는 것에도 전율이 있다.

3분의 노래가락에서 1분의 연기에서 찰나의 눈 마주침에서 몸이 전율하고 하늘을 나는데  더 뭐가 필요한 걸까?

바다 위를 뛸 수 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희열에, 전율에 더 이상 대적 할 쾌감이 있을까?
그런데도 나는 계속 무언가를 찾아 다니고 무언가를 손에 쥐려하고 누군가를 만나며 더 많은 것을 위하여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발뒤꿈치를 곧추 세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을 찾아 발이 바쁘고 새로운 게 있으면 배우기 바쁘고 몸에 좋은 게 있으면 발 품 팔아 먹으러 다니고 부동산이 주식이 환율이 국제 정세가 어디로 튀는지에 촉각을 세우며 365일 초조하다.

행복이라는게 추상이라면서 행복은 마음에 있는 거라면서 마음 한 켠의 전율은 수분의 찰나에 가끔씩 나타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하늘을 나는데 얼마나 많은 전율이 얼마나 자주 드나들기를 원하기에 이리도 분주한 걸까?

얼마나 큰 행복을 원하기에 놀자고 작정한 휴일에도 몸이 닳아 일에 파묻힌 것일까?
글을 쓰는 중 노래 영상의 남자가 바바리코트를 입은 채로 하늘을 날았고 물속의 남녀가 오지게 수중키스를 하며 전율을 전이했다.

그렇지 저런 순간들이지.
1분3분 수 분의 전율이 세상사는 걸 달뜨게 하는거지.
달 뜬 순간들이 많을수록 기분은 째지는거지.
그런게 즐거운거지. 즐거우면 행복한거지.
에라. 집어 치우고 자전거 타러 가야 쓰겄다.
오르막 내리막 달리며 허벅지 터지는 맛좀 봐야 쓰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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