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종 칼럼> 차가운 잠에서 꺠깨어나는 그날
<장원종 칼럼> 차가운 잠에서 꺠깨어나는 그날
  • 이상엽 기자
  • 승인 2018.03.15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원종/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장원종/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은 현대에 이르러 인류의 생명연장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의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을 넘어서 공상과학소설의 주제가 되는 몇 가지 기술들을 우리는 현재 목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복제인간과 냉동인간 기술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가도 조금은 물러서는 듯 하면서 우리에게 미래를 향해 따라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들과 관련된 큰 사건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15년 12월 23일, 대법원은 논문조작으로 서울대학교 교수직에서 파면된 황우석 전 석좌교수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 재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황 전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 재직 중 '사이언스'라는 국제저명잡지에 인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인 NT-1을 확립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후 2005년에는 환자 맞춤형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 11개를 확립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논문 내용중 일부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고 2006년 4월 파면처분을 받았다.1심 재판에서 파면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 이후 파기환송과 재상고를 거쳐 9년만의 판결 확정이었다.

이는 단순히 한 교수의 연구부정으로 인한 교수직 상실로 여겨질 수 있지만,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함께 했었다. 황우석씨의 연구결과는 당시 불치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대안이며, 그 파급효과는 수십조 혹은 수백조가 된다는 예측이 난무했었다. 이로 인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황우석씨의 논문 조작 여부에 관한 논란과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황우석씨를 애국자로서 국익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과 희대의 사기꾼으로 보는 비판적인 사람들 간의 국론 분열양상까지 보이는 범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그러는 가운데 황우석씨는 2006년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설립하여 연구를 계속 이어왔고, 2008년 동물복제 및 바이오 신소재 생산업체인 '에이치바이온'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애완견을 포함하여 동물복제를 수행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는 황우석씨 이외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복제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결실을 맺어 난치병을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냉동인간기술은 인간복제만큼 매력적인 생명연장기술이다. 1960년대 초에 일부 연구자들이 사람이 죽은 즉시 냉동하고, 먼 훗날 과학기술이 발달한 때에 이를 해동하여 다시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개념을 정립하였다. 1967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James Bedford 심리학명예교수가 암으로 사망한 후 몇 시간만에 첫 번째로 냉동보관되었다. 50년이 흐른 지난 2017년에도 1호 냉동인간은 액체질소탱크에 보관된 채로 자신을 깨워줄 과학기술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수백명의 동반자가 각각 액체질소탱크 혹은 초저온냉동고에서 함께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냉동인간기술은 앞으로 넘어야 할 많은 산들이 있다. 초기에는 냉동기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체액을 제거하지 않고 냉동하였기에 냉동으로 인한 조직손상이 일어났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도 냉동하는 기술은 많은 진보를 이루었지만, 조직 손상없이 성공적으로 해동한 예는 아직 없다. 물론 손상없이 얼리고 해동한다고 해도, 죽은 생명을 다시 살려낼 만한 의학적인 기술조차 확립된 바 없다. 이와 더불어 법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이런 가운데, 냉동 이식용 장기 연구 전문기업인 휴먼하이테크가 2017년 11월 9일 러시아의 크리오러스사(KrioRus)와 계약을 체결 '크리오러스 코리아(KrioRus KOREA)'를 출범시키고, 올해 2월부터 국내에서 냉동인간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휴먼하이테크의 대표는 '헤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김시윤 교수(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이다. 헤븐 프로젝트는 2013년 이탈리아의 카나베로 교수가 머리 이식이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김시윤 교수는 2014년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으며, 최근 실험쥐와 원숭이 머리를 이식하는 실험으로 그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우리는 과학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대감에 앞서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극복해야할 것이 산더미 같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기술이 당장 실현될 것 인양 맹신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슬픔을 맛 보기도 한다. 비단 의생명과학분야뿐 아니라 모든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급함보다는 꾸준한 관심을, 단기간의 전폭적인 지원도 좋지만 적더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 50년 안에 지금 잠들어 있는 이들이 차가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