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바람 노래바람
술 바람 노래바람
  • 유지현 기자
  • 승인 2018.04.29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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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논설위원
▲ 김정숙/논설위원

똥 누다 만 기분으로 2차 자리를 빠져 나온 그녀들이 다시 그 곳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은 건 희경이었다.
“왔다. 타자.얼렁 타부러!”

소학교시절 모조리 성장이 멈춘 짝달막한 여자들은 혹여라도 잡은 택시 놓칠세라 조바심을 내며 하나, 둘,.,., 택시에 궁둥이를 구겨 넣고,
“아자씨 중곡 사거리요!”

택시 앞자리에 자리 잡은 희경이 소리치자 아저씨가 말했다.
“이렇게 타면 어쩝니까?
다섯 명이 갈 거면 두 명, 세 명으로 나눠 타야지 이러다가 적발되면 나는 어쩌라구.
한 달 영업정지 먹으면 책임 질거냐구요.”

순간 하나, 둘, 셋, 마지막 꾸깃꾸깃 궁둥이 반쪽만 걸친 네 명의 여자와 앞에 탄 희경이 기사 이저씨의 한 달치 벌이를 책임져야한다는 돌발 상황에 호흡이 멈췄다.
“........ ? ”
잠시 후 그녀들 중 가장 어린 창숙이 네 명의 날숨을 몰아쉬며 말꼬리를 잡았다.
“아저씨, 걱정마셔요. 제가 경찰국에 손닿는 사람 있으니 걱정 말고 가시죠.”
워 ~메! 잡것!
시방 잘못했다고 두손 두발 모아 빌어도 모자랄 판에 모 한다냐 시방!
기본요금 거리에 다섯 명이 꾸겨 탄 것도 아자씨는 화딱지가 나는데 니가 시방 경찰 쫌 알고있다고 씨부린다냐?

꽃가루 알러지로 벌건 눈을 껌뻑이던 계순과 맨 나중 올라타 한쪽 궁둥이의 주소가 위태한 정숙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동안 눈치코치 빠르기로 세상사람 다 죽이는 성도가 창숙의 꿀벅지를 꼬집고 비틀며 눈치했다.
“가만 있어야. 찌그러져 있으라고.
이럴땐 죽여줍쇼 찌그러져야돼.”

아니나 다를까 기사 아자씨 뿔난 바통을 이어 받으며 말했다.
“택시는 국토부소속이거든요?
이런 위반 행위는 국토부에서 관리하다구욧?”

아자씨 말끝에서 “씨바!”소리가 나오려던 순간 산 낙지 다루길 식은 죽 먹듯 하는 희경이 끓는 육수 앞에서 바둥대며 쩍쩍 달라붙는 낙지 달래듯 말했다.

“아이구 아자씨!
이눔의 애편네들이 그냥 오늘 워크샵인가 뭔가 댕겨 왔다가 2차 자리에서 빠져 나와갖구서니 그기 다시 간다고 엠병하구 우루루 몰려나왔다니께.
근디 하두 급히 갈려다보니 다섯 명이 한 택시에 타분거요.
맨날 집구석에서 밥만 하다보니 시상 돌아가는걸 알겠능감? 미쳐부요.
하여간 미쳐분당게! ”

반백이 넘도록 허구 헌날 산만 타고 남이섬엔 처음 가봤다는 희경이 여자 다섯 명은 오늘 모임에서 워크샵을 다녀왔다느니, 남이섬은 어떻다느니 옛날얘기 들려주듯 한참을 얘기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저씨가 얘기 속에 빠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음,음음! , 그랬구만, 그래요? 그렇지. 중곡동은 내가 꽉 잡았어? 어디까지 가시는데? 어디서 2차를 하는데? ”

얼씨구.
희경의 손놀림에 뻑간 산낙지가 순순히 열탕에 입욕하듯 아저씨의 기분이 풀리고 자기 와이프 랑 얘기할 때처럼 순해 지는가 싶더니 여자들의 워크샵, 여자들의 2차 모임에 맞장구까지 치며 좋아한다.

“죽여분다 ! ”
아자씨 내가 산낙지도 달래는 애편네라우.
아자씨가 아무리 찐득찐득 승질부려도 내 앞에선 세발 낙지밖에 안되부요.
긍게 어서어서 가부자구요.
어짜갔소 .이미 탄거 무사히 가는 수밖에 더 있겄소.

산 낙지 그물에 걸린 아자씨의 표정이 달달해지는가 싶더니 미소까지 지으며 여자 다섯보다 더 신이 났다.

“내가 중곡동 거리는 꽉 잡았지.”
흥이 난 기사 아저씨가 여자들의 중곡동에 다다르자
희경이 바지춤에 낑궈 둔 천원짜리를 몇 개를 꺼내드니 기사 아저씨가 말했다.
“이건 뭐예요?”
“차비!”
“얼마냐구?”
“칠 천원!"
“만원이면 만원이지 칠 천원이 뭐야?”
“이거밖에 없는디?”
기본요금 거리에 sorry 비용으로 곱절을 더 얹은 희경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안 받아요. 그냥 4천원만 줘!“
“아자씨 그냥 받으랑게 !
우린 쩌그 보쌈집 앞에 내려주고 잉.
오늘 이 애편네들이 바람날 거 같다니께.”
“긍께 받으소 4천원, 이건 미안항께 3천원. 쏘리 쏘리 마니소리, Money sorry !
“아휴 칵 ! 이것들을 칵 ! 확 칵 ! ”
보쌈집 앞,
기사 아저씨 택시 털자 다섯의 애편네들 날개 달고 내달린다.
“쩌기여 쩌기 보쌈집, 아니 그 앞 노래방 !”
오늘 저녁 애편네들 바람났다. 술 바람 노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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