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봉사원의 22년간 걸어온 나눔의 길
72세 봉사원의 22년간 걸어온 나눔의 길
  • 김광부 기자
  • 승인 2018.07.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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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째 이어지는 봉사, 아들‧손자와 함께 하는 나눔

오랜 시간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 그 꾸준함이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주위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적십자에서 22년 째 봉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남 봉사원(72세)의 이야기이다.

‣ 22년을 이어온 이웃 사랑

김정남 봉사원이 적십자와 인연을 맺게 된 때는 1996년, 지금으로부터 22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을 위해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던 김정남 봉사원에게 당시 동사무소에서 도움을 요청해왔다. 수유2동에 적십자 봉사회를 결성하려고 하니 초대 회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적십자에 대해서 정확히 잘 몰랐어요. 그냥 우리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단체라고 하니까 맡게 된거지.” 처음에는 적십자 봉사원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 항상 입는 노란색 조끼도 어색했다고 한다. 물론 오랜 기간 입고 활동해 온 지금은 노란색 조끼가 없으면 오히려 어색하다고.

김정남 봉사원과 아들, 손자
김정남 봉사원과 아들, 손자

▢ “강북지구협의회(대한적십자사봉사회 강북지구협의회)가 96년 10월에 만들어지고, 97년 4월에 노인정을 빌려 취약계층을 위한 배식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97년인가, 98년인가 물난리가 났을 때는 하루에 400인분 이상의 식사를 만들기도 했지요.” 기나긴 봉사활동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김정남 봉사원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서려있었다.

▢ 처음에는 노인정을 빌려 취약계층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야 했지만,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열심히 봉사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구청에서 지원을 받게 되어 자그만 맛나눔터도 생겼다. “이 내부도 내가 비용을 들여서 수리했어요. 우리 봉사원들도 좋은 마음으로 봉사하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하면 힘드니까… 그래도 노인정 부엌을 빌리던 때에 비하면 엄청 좋아졌지요.”

봉사를 하면서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 중에 우연히 알게 된 폐지를 주우시던 한 할머니는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만한 연탄광에서 살고 계셨다. 김정남 봉사원은 할머니를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고, 한 천주교 쉼터에 모실 수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찾아가면 항상 고맙다고, 고맙다고 손을 잡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 먹을 수 있게 해 줘 고맙다고요. 한 번씩 찾아뵙고 생신도 챙겨드리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김정남 봉사원은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못 드린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 나눔은 ‘배려’… 봉사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워

꾸준한 봉사로 적십자에서 20년 장기 봉사 봉사원 표창도 받았지만, 김정남 봉사원은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머니들이 집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이렇게 매일 나올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지요.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 배울점이 많아요. 오히려 내가 얻어가는 것이 더 많지요.”라며,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다니면 아픈 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집에서 며칠 쉬잖아요? 그러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아파요.”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오랜 기간 봉사해 온 김정남 봉사원이 생각하는 나눔이란 무엇일까? 김정남 봉사원은 나눔은 ‘배려’ 라고 말한다. “나는 사랑보다도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먼저 생각해 주는 거 말이에요. 봉사원들도 봉사활동 자체에 너무 집중해서 수혜자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거든요. 그래서 나눔에서는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정남 봉사원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활동을 배웠다는 조윤정 수유2동 적십자 봉사회 현 회장은 “자상하고, 인정 많고, 베풀 줄 아는 모습을 보면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적지 않은 나이에도 건강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김정남 봉사원과 아들, 손자
김정남 봉사원과 아들, 손자

‣ 3대 째 이어지는 봉사, 아들‧손자와 함께 하는 나눔

김정남 봉사원의 활동은 다른 봉사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아들은 적십자 정기후원에 참여하고 있으며, 선뜻 특별회비도 냈다. 아들인 박세웅 봉사원은 “강북구에 수해가 크게 났을 때, 어머니는 ‘수해민들이 고생을 하고 계시니 따뜻한 밥이라도 해 드리겠다.’며 가족들에게 컵라면을 주고 가셨어요.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시간을 내지 못할 때는 물적 나눔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는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할 때 김정남 봉사원과 함께 다니고 있다. 일곱 살부터 봉사활동을 다녔다는 손자 박정호군은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며, “봉사활동은 힘들지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직은 할머니가 가자고 하니까 따라다니는 정도지만, 앞으로 더 크면 더 많이 데리고 다녀야죠.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인성 교육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봉사하는 할머니가 자랑스럽다는 손주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김정남 봉사원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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