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김정숙의 북치고 장구치고
  • 성광일보
  • 승인 2018.08.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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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독일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독일 뮌헨에서 오스트리아 찰쯔부르크로 가는 열차에서 독일 청소년들을 만났다.
찰쯔부르크로 현장학습을 가거나 체험학습을 가거나인듯한 아이들이 6명중에 3명이 두꺼운 책을 읽으며 그 책에 대해 옆자리의 친구에게 조곤조곤 얘기를 해준다.
스마트폰을 인공손처럼 달고 다니는 한국인의 전경과 사뭇 달라서 열차 칸을 어슬렁거리며 살펴보니 어른, 노인 할거 없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책이 아니라면 종이신문이라도 읽는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에 갈 때도 책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틈나는 대로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꼭 종이책이 아니어도 잡지든 신문이든 활자 중독증처럼 읽는 버릇은 꽤 오래됐다.

책에서 읽은 걸 선명하게 기억하지도 못하고 책을 읽고나면 그저 음!음! 하는 느낌정도가 전부이면서도 이거저거 닥치는대로 읽는걸 좋아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글은 눈이 피곤해서 잘 안 읽는다.
집에 쌓이는 책이 많아서 해마다 책을 버려도 쌓이는 게 책이다.

청소년기에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학교공부도 잘 했을텐데 성인이 되고부터 책바람이 든 나는 누군가 내게 원하는게 뭐냐고 하면 책,책 한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모두가 인간됨됨이까지 잘 되는 건 아니다. 독서가 지식의 창고로만 머물 땐 때때로 책을 많이 읽는게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신분상승의 도구로까지 작용해서 책이 곧 교육수준처럼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많다.
책 많이 읽으면 모두가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어려서부터 무작정 책읽기를 권하는 부모교육도 사실 위험한 발언인 경우가 많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훌륭해지는가?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뭐간디?
그건 조금 부족한 교육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수도 있지만 책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읽는 게 아니다.
책은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고 그로인해 사고를 다양하게 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읽는거다.
책이 지식을 쌓는 인지적 관점과 사색할 수 있는 정서적 관점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인지적 관점만 충족했다면 그런건 네이버나 구글이 언제라도 알려주는 것이니 책읽기에서 약간 부실한 성취다.
정서적 관점이 함께 충족되어야 제대로 된 책 읽기다.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면 훌륭해진다는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다. 뜬 구름잡는 소리가 되지 않으려면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어떤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지를 알려주고 경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아동기의 그림책을 읽었을때의 느낌처럼 말이다.

한국 아이들에게서 그림책의 느낌이 슬슬 사라지기 시작한 건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경쟁과 치맛바람, 바지바람으로부터 아이들의 정서가 장악되고 부터다. 교과와 관련없는 책이다 싶으면 시험걱정을 먼저한다. 아이의 시험을 부모가 걱정한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는데 어느 세월에 다양성을 확보하겠는가?

획일성은 있어도 다양성은 없을거다.
다양성이 뿌리인 창의력, 융합력, 통합력은 학원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아이 스스로 읽고, 느끼고 경험하고, 상상하면서 엎치락뒤치락 별짓 다 해본 뒤에 나오는거다.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들의 어릴 적 생활을 보라. 모두가 하나같이 엎치락 뒤치락 별짓 다하다가 먼 미래의 위인이 됐다.

한 세상 살면서 모두가 꼭 위인이 될 필요도 없지만 책읽기를 통해 다양한 관점과 사고력, 상상력과 통합력까지 무궁무진한걸 경험할 수 있다면 그건 저 비용 고효율성의 로또 놀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독서는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생활 리듬이다.

책을 많이 읽는 독일인의 모습에서 독일의 힘을 느낀다. 비록 일상의 화두는 자동차, 맥주, 축구가 주축이지만 말이다. 
가을이 오는 길목, 책 읽기 좋은 시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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