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서해수호 55용사와 물망(勿忘)의 다짐
<독자기고> 서해수호 55용사와 물망(勿忘)의 다짐
  • 성광일보
  • 승인 2019.03.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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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오제호 / 서울지방보훈청 보훈과

꽃 피고 바람 잔 우리들의 그 날,
나를 잊지 마셔요.
그 음성 오늘 따라
더욱 가까이에 들리네
들리네

이 시는 김춘수 시인의 시 ‘물망초’의 제2연으로, 해석에 따라 국가보훈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구절이 되기도 한다. 보훈의 시작인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위는, 어떤 측면에서는 물망초의 꽃말처럼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호소에 대한 살아남은 이들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분들 중에는 지난 2002년의 제2연평해전과 2010년의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도발에서 희생된 55분의 호국용사들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이들의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지, 또 그러기 위해서 어떠한 대답(보훈)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서해수호 55용사의 존재이다. 특정 존재에 대한 인식과 기억을 매개하는 것은 이름이기에, 우리가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립대전현충원에 조성된 ‘제2연평해전·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특별 합동 묘역’, 각종 기념식 등에서 55분의 이름을 연달아 부르는 ‘롤콜’ 의식 등은 국민들로 하여금 55분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기억하도록 하고 있다. 2017년 3월과 6월 광화문 전시 후, 같은 해 8월 대전현충원 보훈동산에 영구 전시된 ‘서해수호 55용사 흉상 부조’ 또한 55용사를 잊지 않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 중 하나이다.

두 번째로, 서해수호 55용사들의 공훈 또한 기억의 대상이다. 故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여섯 분은 제2차 연평해전 승전의 주역이고,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 용사 또한 북한의 도발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냄으로써 국가수호의 가치를 실현한 분들이다. 이러한 공훈을 기억하기 위한 보훈정책으로는 국가유공자의 공훈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 등으로 국민 애국심 함양에 가치가 있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현충시설이 대표적이다. 제2연평해전 전적비(평택), 천안함46용사위령탑(백령도) 등 서해 일대와 전국 모교에 건립된 10여의 현충시설은 모두 서해수호 55용사들의 공훈선양 기능을 하고 있다.

끝으로 서해수호 55용사들의 뜻 또한 불망(不忘)의, 더 나아가 계승·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이들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은 모두 불시에 어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전쟁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나라가 비록 평안할지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닥친다[天下雖安 忘戰必危]는 「사마양저병법」의 비전론(備戰論)의 진리를 우리들로 하여금 되새기게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올해에는 3월 22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제정하여 국가 차원의 행사를 실시하는 것 또한 자신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서해수호 55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대답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55용사들의 호국의지를 국민통합과 안보의식 결집으로 계승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의 이치에 역행하는 것 중 하나가 역사의 기록이고,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끊임없는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기록이다. 서해수호 55용사 또한 위국헌신의 표상으로서 소중하게 기록되어야 할 우리의 역사이다.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보았듯 55용사의 이름과 업적을 기억하고, 남긴 숭고한 뜻을 받들어 나가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 나가는 길인 동시에, 서해수호 55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함으로써 자신들을 잊지 말라는 물망(勿忘) 호소에 답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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