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낳은 새로운 단어
과학이 낳은 새로운 단어
  • 성광일보
  • 승인 2019.03.2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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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종/건국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교수
장원종 교수
장원종 교수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신조어(新造語)를 만난다. 2017년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과학 진흥 협회(AAAS) 연례 회의에서 아주 흥미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하버드대학의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교수는 그 학회에서 “2년 안에 매머드(맘모스, mammoth)와 코끼리(elephant) 잡종 배아를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매머드-코끼리 잡종을 '매머펀트(mammophant)'라고 명명하였다. 이 새로운 단어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며, 또한 우려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아는 매머드는 이미 4천 년 전 빙하기 때 멸종하였다. 매머드는 현재의 코끼리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지녔다.

특히, 시베리아에서 마지막으로 서식했던 매머드들은 추위에 견디기 위해 작은 귀를 가졌고 두터운 피하지방과 한기에 적응하는 혈액을 지녔으며 긴 털로 덮여 있었다.

그 매머드는 피부가 긴 털로 뒤덮여 있다고 해서 털매머드(woolly mammoth)라고 불리운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는 그러한 털매머드의 사체가 종종 발견되고는 한다. 사체가 크게 훼손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낮은 온도 덕분에 매우 보존상태가 양호한 사체들도 간혹 발견되며, 혈액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들로부터, 과거 지구환경을 연구하며 털매머드의 특징을 연구해 왔다.

근래에 들어서는 단순히 이들을 연구하는 것을 벗어나, 이들을 되살리는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 황우석박사는 2012년 러시아 과학자들과 함께 매머드를 복제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체세포복제를 통한 그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최근에는 방향을 돌려 러시아 과학자들과 함께 4만 년 전 멸종된 망아지 복제를 연구하고 있다.

처치교수는 2012년 개발된 CRISPR-Cas9이라는 유전자편집기술을 개발하고 사람세포 유전자를 편집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연구자이다. 그는 12년 전부터 기존 코끼리 유전자를 편집해서 매머드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연구를 시작해 왔다. 2015년에는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자와 매머드의 유전자를 접합해 매머드를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처치교수팀은 북극의 영구 동토 층에 보존된 매머드의 DNA를 이용하여, 빙하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털 코트와 ‘부동액’과 같은 혈액을 가지게 하는, 현재의 코끼리와 다른 형질을 나타내는 44개의 특이 유전자를 발견했다.

또한 아프리카 코끼리보다는 아시아 코끼리가 매머드에 더 근연관계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시아 코끼리를 매머드 부활의 파트너로 정했다.

2018년 4월 바티칸 시티에서 열린 제4차 국제바티칸회의에서 그는 “내 목표는 매머드를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매머드 유전자를 되찾아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우리는 44개의 부활한 매머드 유전자를 가졌다”고 말했다.

처치교수팀은 그들의 연구결과가 지구상에서 현재 코끼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온도가 낮은 북반구에서 살 수 있는 더 강건한 매머드 하이브리드를 만들면, 현재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코끼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코끼리의 엄니가 크게 자라지 못하게 하는 비-매머드 유전자를 삽입하여 밀렵을 막을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새로운 DNA를 삽입하여 코끼리의 생태계를 변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적인 계획과는 달리, 과학자들 중 일부는 이들의 시도가 잘못된 결과를 도출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 또한 연구의 걸림돌 중의 하나이다.

매머드는 단순히 유전자 조합의 산물만이 아니며, 현대의 아시아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코끼리-매머드 잡종이 태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 코끼리가 우리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다행히 처치교수팀은 코끼리 자궁에 잡종 배아를 착상시키는 것 보다는 인공 자궁을 개발하여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또 다른 매머드 부활에 대한 가능성을 알리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러시아-일본 공동 연구팀은 2012년에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매우 잘 보존된 털매머드를 발굴해 이를 '유카(Yuka)'라고 불렀다.

최근 연구팀은 28,000년이나 된 매머드, 유카에서 손상이 덜 된 핵산을 분리해 냈으며, 핵치환(nuclear transfer)방법으로 쥐의 난모세포(oocytes)에서 핵을 제거하고 매머드의 핵을 주입했다.
그 세포로부터 히스톤(histon)의 혼입과 세포분열에 필요한 방추체 형성(spindle assembly), 전핵(pronuclear) 형성 등의 세포분열에 필요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어떤 연구자가 우리에게 매머드를 먼저 소개할지 모르지만, 매머드가 우리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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