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지프스?(카뮈의 시지프스 신화)
행복한 시지프스?(카뮈의 시지프스 신화)
  • 김광부 기자
  • 승인 2019.04.18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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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19.04.18

“산정仙頂)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한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에 그려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알베르 카뮈 저(著) 김화영 역(譯) 「시지프 신화」 (민음사, 185쪽)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2019.3.08 청도 와인터널) 사진: 김광부 기자
(2019.3.08 청도 와인터널) 사진: 김광부 기자

그리스 신화 중에 「시지프스의 신화」 가 있습니다.  신을 속이고 농락한 시지프스에게 제우스가 내린 최고의 형벌이 나옵니다.  그것은 큰바위 돌을 산꼭대기에 올리게 하고,  올린 바위 돌을 다시 떨어 뜨리고, 그것을 다시 올리게 하고,  다시 떨어 뜨리고,  다시 올리게 하고...

제우스는 죄를 범한 시지프스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무의미한 일을 무한 반복하게 하는 것이 죽음보다 더 큰 형벌이었습니다. 그런데 카뮈는 그의 명저 「시지프 신화」에서 이 신화에 대한 다른 해석을 가합니다.  이 무의미한 일,  부조리한 일에 굴하지 않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일을 오늘도 해내고 있는 시지프스를 ‘행복한 시지프스’ ‘영웅’으로 그린 것입니다.

오늘도 돌을 굴리고 있는 시지프의 행위를 가리켜 ‘반항’이라고 하였습니다.  자살하면 이런 무의미 부조리가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자살하지 않고 오늘도 돌을 굴리는 ‘반항’ 이 부조리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하였습니다.

제우스가 죽음보다 더 큰 형벌로 파멸시키려 하였습니다.  그에 굴하지 않고 그 부조리한 운명에 반항하며 돌을 굴림으로,  다시금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면서 제우스의 의도를 이겼다는 겁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깊은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몇사람이나 이 무의미한 돌 굴리기를 버티며 끝까지 반항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런 반항을 하며 행복을 느낄 수가 있을까요?   하나님을 믿지 않은 카뮈는 오늘도 돌 굴리기를 하라고 합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은 사무엘 베케트는 오늘도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라고 합니다. 욥이 그러했습니다.  부조리한 고난을 받으며 참 오랫동안 돌을 굴렸고,  오랫동안  ‘고도’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돌을 굴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하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이 점이 카뮈와 사무엘 베케트의 주장과 명확히 다른 점입니다.  부조리한 세상 속에 서도 하나님은 분명 살아계시고 섭리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결산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 때에 여호와께서 폭풍우 가운데에서 욥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욥38:1)

 

한재욱 목사
강남 비전교회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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