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느 해에 살고 계시나요?
여러분은 어느 해에 살고 계시나요?
  • 성광일보
  • 승인 2019.04.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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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 / 건국대 사학과 교수

한정수/건국대 사학과 교수
한정수/건국대 사학과 교수

우리는 세월 속에 살고 있다. 생로병사의 필연적인 코스를 밟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를 센다. 1살, 50살, 100살! 또 역사상으로 보자면 올해는 서기 2019년이자 간지 상으로는 기해년이며, 단군기원으로는 4352년이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때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시간은 초, 분, 시, 월, 년 단위로 쌓이고 단위를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참고로 현재 우리가 해의 단위로 쓰는 ‘년(年)’은 중국 주(周)나라의 것이며, ‘세(歲)’는 하(夏)나라의 것이다. 은(殷)나라에서는 ‘사(祀)’를 단위로 하여 썼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기본 시간 틀은 주나라의 것을 따르고 있는 셈이 된다. 음력 정월을 새해 첫 달로 삼는 것을 건인월(建寅月)이라 하는데 이는 하나라에서 시행한 것이었고 주나라는 음력 11월을 첫 달로 삼는 건자월(建子月)을 적용하였다. 역사에서 공식적으로 음력 정월을 한 해의 첫 달 즉 세수(歲首)로 정하고 이를 공식화한 것은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부터였다.

현재까지의 시각으로 볼 때 시간을 계산하고, 그에 따른 삶의 과정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할 듯하다. 그렇지만 사실 무인도에 혼자 남아 산다고 가정할 때 그 사람은 해가 뜨고 달이 뜨고, 계절이 바뀌어 가는 사실을 체험하지만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계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또 언제 월식이나 일식이 일어나고, 별자리는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계절에 따른 별자리는 어떠한지, 날씨는 어떠한지, 언제쯤이면 해가 뜨고 지는지, 달은 그믐에서 보름으로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등 이 모든 자연현상을 보면서 정확하게 기록하고, 계산하고, 예측하며, 얼마정도의 시간주기를 갖는지를 산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혼자일 경우 겨우 자연과 자기 생체시간 즉 생존시간을 맞추는 것만도 벅차다.

다행히도 우리는 현재 전혀 고립된 이러한 상황, 사회 속에 살고 있지 않다. 당장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아도 최소 달력이 하나가 있으며, 시계는 컴퓨터 모니터 상, 손목, 벽, 핸드폰 화면 상 등에 있다. 달력에는 연월일과 주일, 기념일, 절일, 음력 등이 갖춰져 있다. 대한민국 기상청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월별음양력, 일출일몰시각, 월별 해/달 출몰시각, 월별천문현상 등도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어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현재 달력과 시계, 천문, 기후 등등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시간을 체크하고 그 흐름을 헤아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것은 특정한 사건을 토대로 몇 해가 지났는지를 살펴볼 때에도 유용하다. 가령 올해는 4.19혁명 59주년이 되는 때이며,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이 되는 해이다. 좀 더 올라간다면 고려건국 1101년이 되는 해이며, 가깝게는 문재인정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3년이 되는 해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면, 올해는 ‘헤이세이[平成]’ 31년이지만, 5월 1일이 되면 ‘레이와[令和]’ 원년이 된다. 5월 1일에 있을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와 함께 새로운 ‘겐고[元號]’ 즉 연호를 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2019년이자 레이와 원년이라 표기되는 달력을 앞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왜 이렇게 복잡한 연도 표시 즉 기년(紀年)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동아시아사 전체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을 포함해 우리는 이미 고대사회에서부터 동지와 하지, 춘분과 추분을 기준으로 한 태양력과 달의 크기를 주기로 하는 삭망(朔望)을 합하면서 한 해를 헤아리는 음양력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왕조사회가 전개된 만큼 과거에는 제왕의 재위년수로 표기하는 한편, 기해년이라 하는 것처럼 간지로 해를 표시하였다. 또한 건국한 해를 기준으로 할 때는 건국 몇 년이라 하였다.

다만 제왕의 재위년수를 표기할 때의 경우 변수가 있었다. 전왕이 죽고 사왕(嗣王) 즉 계승자가 즉위하였을 때 이때를 계승한 왕의 즉위년으로 할 것인가, 원년으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유교사관에 따른다면 즉위한 이듬해를 원년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우리 역사의 경우 때로 즉위년을 원년으로 하여 기산한 경우도 많았다. 현재 왕의 권위를 보다 높이고자 한 면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연호는 무엇일까? 앞서 정월 즉 건인월을 세수로 정한 때는 한 무제 때부터라 하였다. 또 무제는 공식적으로 연호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건원(建元)’이라 정한 바 있었고, 이후 중국의 역사에서 황제는 하늘이 내려주는 상서(祥瑞)가 있거나 유신(惟新)의 정치적 의지를 천명하고자 할 경우, 경사로움이 있는 나라임을 뜻하고자 할 경우 연호를 정하였다. 대체로 그것은 2글자에서 4글자를 넘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2글자였다. 때로 연호는 한 군주가 여러 개를 고쳐 쓰기도 하였는데, 명나라 때에 이르러서야 한명의 황제가 하나의 연호를 정해 쓰는 1세1원의 원칙이 정착되었다.

우리 역사에서도 연호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의 ‘영락(永樂)’이 있으며, 신라에서는 법흥왕이 ‘건원(建元)’이라 한 이래 진덕여왕 때 ‘태화(太和)’ 등 7개의 연호가 쓰였다. 이외 김헌창의 난 때에는 ‘경운(慶雲)’이라 정한 바 있다. 백제의 경우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태화(泰和)’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후 궁예는 ‘무태(武泰)’, ‘성책(聖冊)’, ‘수덕만세(水德萬歲)’, ‘정개(政開)’를 써 한국사상 최다 연호 사용자의 자리에 오른다. 태조 왕건은 고려 국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개원하여 ‘천수(天授)’라 하였고, 광종이 다시 ‘광덕(光德)’과 ‘준풍(峻豐)’을 공식적으로 정하였으나 이후 독자 연호를 국왕이 정하지 않았다. 묘청의 난 때에 ‘천개(天開’라 연호를 칭하였다지만 공식적이지는 않았다. 이후 우리 역사에서 건원은 조선 개국 505년 고종 33년(서기 1896)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연호 ‘건양(建陽)’을 썼으며, 대한제국이 되면서 광무(光武)와 융희(隆熙)가 사용되었다.

서력 즉 그레고리력인 태양력을 쓴 것은 우리 역사에서 바로 이 고종 33년 병신년 11월 17일(계축)이었다. 이때를 서력인 1896년 1월 1일로 치환하였고, 한국사에서 양력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일제는 1911년부터 조선총독부가 편제하는 ‘조선민력(朝鮮民曆)’을 간행하여 시간을 통제하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부터 ‘대한민국’을 연호로 제정하여 썼으며, 이는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과 함께 공식 연호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기미독립선언서에서의 조선건국 4252년, 대한독립선언서에서의 단군기원 4252년 표기에 보이듯이 단기를 함께 쓰기도 하였다. 하지만 연도표기는 곧바로 바뀌었는데, 1948년 9월 25일부터는 단기 즉 ‘단군건국기원(檀君建國紀元)’을 쓰기 시작해 1961년까지 적용되었다. 참고로 제헌국회의 헌법 전문은 ‘단기 4281년 7월 12일’ 제정되었고 공포일은 ‘단기 4281년 7월 17일’이다. 이렇게 사용되던 단기는 군부세력에 의해 1961년 12월 2일 단기 연호 폐지 법령이 선포되면서 1962년부터 공식적으로 서기가 사용되었으며, 여기에 때로 단기가 부기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양력을 쓰면서 김일성이 태어난 해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 연호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양력(태양력)과 음력(태음태양력)을 혼용하고 있으면서 달력에서는 연도표기를 서기로 일원화하고 때로 단기와 석가모니 입적 해를 기준으로 하는 불멸기원(佛滅紀元)을 쓰고 있다. 그러니까 올해는 서기 2019년이자 기해년이며,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이 되는 때가 된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문재인정부 3년이 되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때가 되는 것이다. 또 조금 더 올라가면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가 있은 지 500주년이 된다. 한 해를 칭하는데 정통성과 정체성과 관련해 이렇게 많은 부분이 함축되고 있다. 우리는 이 중 어느 셈법에 따른 해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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