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三昧) 체로 거른 ‘깨달음의 노래’
삼매(三昧) 체로 거른 ‘깨달음의 노래’
  • 성광일보
  • 승인 2019.04.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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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옹(和翁) 이계묵(李啓默)

『삼매三昧 체로 거른 '깨달음의 노래'』는 곽암 선사님의 『심우송(尋牛頌)』과 의상 대사님의 「법성게(法性偈)」, 그리고 삼조 승찬 대사님의 『신심명(信心銘)』, 마지막으로 영가 대사님의 「증도가(證道歌)」를 한데 묶었다. 옛 조사님들의 게송(偈頌)은 한자로 되어 있어서 한글세대인 현대인들이 뜻을 이해하고 알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필자는 한자 게송 원문과 번역한 내용을 함께 담았다. 번역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어는 알기 쉽도록 문단마다 해설을 붙여놓아 누구든지 불교의 가르침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호부터 본 란에 애국시조 감상은 중단하고  <삼매체로 거른 깨달음의 노래>를 연재합니다.

소(牛)를 찾아나서다

「망망한 풀을/헤치고 가서 찾는데//물은/넓고 산은 멀어/길은 다시 깊구나!//힘은 다하고/마음도 피로한데//다만/들리는 것은 늦가을//단풍나무에/매미 우는 소리뿐이네」
茫茫撥草去追尋  水闊山搖路更深
力盡神疲無處覓  但聞楓樹晩蟬吟

이 게송(偈頌)은 십우도(十牛圖)또는 심우도(尋牛圖)에 나오는 첫 번째(第一頌) 심우송(尋牛頌)입니다. 십우도는 북송말 정주 양산사에 살었던 곽암사원 선사가 각 단마다 그림과 함께 칠언절구로 수행의 단계를 시로 읊어 놓으 작품입니다. 보통 십우도라고 하지 않고 심우도라고 합니다. 소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소는 우리 불성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는 법화경에 나온 말로, 법화경에 보면 장자가 밖에 나갔다가 집에 와보니 집에 불이 난 것입니다. 불난 것도 모르고 어린 세아들은 불타는 집 속에서 노는 데 정신 팔려서 깜깜소식이니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장자는 소리를 내어 세 아들을 부릅니다. “불났다 불! 어서 나오라!”그러나 아이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편으로 애들이 좋아하는 수레가 있다고 부릅니다. 그게 바로 우거(牛車), 녹거(鹿車, 양거(羊車)입니다. 부처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삼계(三界)가 화택(火宅)”이라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꼭 불난 집 같다는 말입니다. 오욕(五慾)의 불입니다. 집에 불이 났는데, 불난 줄도 모르고 집 안에서 노는데 팔린 아이들 같다는 말입니다. 오욕락(五慾樂)에 빠져서 꼼짝도 안 하는, 불난 집에 어린아이같다는 말입니다.

심우도
심우도

여기서 우거(牛車)는 수수레입니다. 소는 백우(白牛)를 말합니다. 백우는 흰 소를 말합니다. 불교에서 백우(白牛)는 일승법(一乘法)을 말합니다. 일승은 최상승의 진리법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곽암사원 선사가 깨달음에 이르는 열 가지 단계로 심우도(尋牛圖)를 지은 것입니다. 심우도는 마음을 닦아 깨달음에 이르는 노래입니다. 곽암 선사는 임제종(臨濟宗) 양기파(楊岐派)에 속하는 스님입니다. 양기방회(楊岐方會)-백운수단(白雲守端)-오조법연(五祖法演)-대수원정의 법을 이은 스님입니다. 벽암록(碧巖錄)을 쓴 원오극근(圓悟克勤) 선사도 오조법연 문하(五祖法演 門下)이니까 원오극근 선사가 법계로 백부(白父)가 됩니다. 또 간화선(看話禪)을 창안한 대혜종고(大慧宗고) 선사는 법계로 보면 종형이 됩니다. 당시로 보면 정말 쟁쟁한 거장(巨匠)들입니다. 심우도는 벽암록이 출판된 직후 나온 거로 되어 있습니다. 각 단마다 그림과 함께 소를 찾는 대목부터 입전수수(入廛垂手)까지 칠언절구(七言絶句) 선시(禪詩)로 자세하게 읊어 놓았습니다. 심우도는 서(序), 송(頌), 화(和), 우(又)로 엮어져 있어 이해하기 쉽고 마음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선문(禪門)에서는 예부터 애송(愛頌)하는 게송입니다. 서(序), 화(和), 우(又)는 생략하고 송(頌)만 들어서 소개할까 합니다. 그러면 송(頌)을 한 번 볼까요? 여기서 망망(忘忘)은 번뇌, 망상(妄想),으로 보면 됩니다. 처음 우리가 마음공부를 할 때 그렇지 않습니까? 앉아있어 보면 별의별 잡념과 망상이 다 떠 오릅니다. 소 찾는 목동(牧童)이 산속으로 들어가 소를 찾는데, 소(佛性)는 보이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망망한 잡초(번뇌)뿐이니. 마음에 대비하여 읊은 것입니다. 소 찾는다고 종일 온 산천을 다 헤맸으니 물은 넓고, 산은 멀 수밖에 없습니다. 숲속으로 소가 도망을 갔으니 찾자니 망망할 께 아닙니까? 여기서 “물은 넓고, 산은 멀다”라고 하는 것은 애욕(愛慾)과 인, 아상(人, 我相)을 말한 것입니다.

물은 애욕입니다. 산은 아상, 인상, 사상을 말한 것입니다. 소를 찾으려면 산 넘고, 물을 건너야 찾을 것 아닙니까? 마음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욕과 사상이 끊어져야 합니다. 겹겹이 산이고 물이듯이 마음공부도 안으로 반조하면 번뇌, 망사와 사상뿐입니다. 통 방향을 잡을 수 없듯이 잡념과 망상이 쉴 새 없이 괴롭힙니다. 소 찾는 목동과 똑같습니다. 소는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것은 산이요, 물 뿐이니 지칠 대로 지쳐서 퍽 주저앉고 보니, 쌓인 피로가 밀려온 것입니다. 찾을 힘도 없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다하고 피로하여 찾을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마음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앉아있어 보면 망상 아니면 잠입니다. 화두는 어디 갔는지 흔적도 없고,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수고. 별의별 온갖 잡념과 망상을 하다 보면 피곤하니까 생리적으로 또 잠이 오죠? 잠자면서도 잠 속에서 꿈을 꿉니다. 그것을 혼침 속의 도거라고 합니다. 잠시 앉고 보니, 다만 들리는 것은 나뭇가지에 매미 우는 소리뿐입니다. 소 찾는 사람은 소를 찾아야지, 매미 소리만 들어서 되겠습니까? 목적 달성이 안된 것입니다. 마음공부 하는 사람은 불성을 깨쳐야지, 망상과 잡념 속에서 살아간다면 별 볼 일 없는 일생이 되고 맙니다. 이 게송은 곽암 선사의 심우송 중 첫 번째 단게인 소 찾는 심우 대목이었습니다. 송구를 마음공부에 반조하십시오. 마음공부에 진척이 있을 것입니다.

 

화정(和政)·화옹(和翁) 이계묵(李啓默)
·1972년 합천해인사 출가
·1978년 해인사 강원대 교과 졸업
·1981년 중앙승가대하학졸업
·1983년 환속
·2004년부터 노고산방 칩거
·현재 페이스북(www.facebook.com)에서 불교포교, 如如法堂傳法
<저서>
《話頭參禪》 1권
《禪의 뜰에 거닐다》 1-2권
《唯識三十頌》 1권
《돌계집이 애를 낳는구나》1권
《옥상 생태 텃밭 가꾸기》1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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