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내미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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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향금 기자
  • 승인 2019.07.0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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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유업 진암사회복지재단 후원으로 매주 밑반찬 전달
- 복지 사각지대 한부모 가정에 먼저 다가간 적십자 봉사원

가장 믿고 의지하던 상대를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살아나가고 있을 때, 그 아픔을 지나치지 않고 알아봐준 고마운 사람이 있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현대사회에서, 어려운 이웃을 섬세하게 살피고 도울 방법을 찾는 사람. 그 보이지 않는 노력이 어려운 이들을 지탱하고 위로한다.

마주보고 웃는 나영씨(가운데)와 적십자 봉사원들
마주보고 웃는 나영씨(가운데)와 적십자 봉사원들

‣ 남편과 사별 후 혼자 세 아이를 돌보는 나영 씨

나영 씨(만 35세/가명)는 작년 겨울에 남편과 사별했다. 남편이 혈액암 4기로 투명한지 1년 만이었다. 남편이 떠난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삶은 나영 씨를 재촉했다. 세상을 떠난 남편과 나영 씨 사이에는 세 아이가 있다. 그 중 올 해 9살이 된 첫째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둘째는 선천성 대사증후군이 있어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제일 어린 막내는 기운이 넘치는 남자아이라 손이 많이 간다.

남편의 사망보험금으로 병원비 정산을 하고 남은 돈으로 네 식구가 살고 있지만, 나영 씨는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막막함을 느꼈다. “한창 손이 많이 갈 시기의 아이들이 셋이나 되는데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병원도 다녀야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어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앞의 일들을 해내느라 정신이 없었죠.”

‣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된 따뜻한 밑반찬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던 나영 씨에게 마음을 추스르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최숙 적십자 봉사원이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양천지구협의회 신정3봉사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최숙 봉사원은 지역에서 통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처음 만난 건 애기 아빠 투병할 때였어요. 민방위 통지서가 나와서 애기 엄마한테 전달을 했는데 남편이 투병 중인데도 가야하느냐고 묻더라고요. 주민센터에 확인해보니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전했어요. 그 이후엔 잊고 있었죠.”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나영 씨 큰 아이의 취학통지서를 전달하면서다. “취학통지서가 나와서 전달하러 갔는데 아이가 8살이 아니고 9살이더라고요. 그때서야 지난번에 왔었던 기억이 났죠. 애기 아빠가 아프셔서 입학이 늦었느냐 물어보니 애기 특수학교 보내려고 대기하다가 입학이 늦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최숙 봉사원은 나영 씨의 사연을 자세히 알게 됐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제가 적십자에서 봉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까 적십자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봤어요. 우리 양천구 적십자봉사회에서는 매일유업 진암사회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서 매주 금요일마다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에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어요. 마침 지원받을 가정을 추천받고 있어서 제가 나영 씨 가정을 추천했죠.”

가족이 넷이나 되다보니 전달받은 밑반찬은 하루 이틀이면 다 먹지만 혼자서 아이 셋을 돌보며 늘 시간에 쫓기는 나영 씨는 식사 준비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 주도 빠짐없이 늘 정성으로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다주세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밑반찬도 감사하지만, 봉사원님이 직접 오셔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도 참 좋아요. 그냥 누군가에게 말이라도 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거 있잖아요. 저는 친정 도움도, 시댁 도움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옆에서 친정어머니처럼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봉사원님께 정말 감사해요.”

‣ 늘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적십자 봉사원

나영 씨는 현재 수입이 없지만, SH공사 장기전세로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과 차량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급자나 한부모 가정으로 선정되기가 쉽지 않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 “2월 말에 신청을 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선정 기준의 경계에 있다고 하셨어요. 집도 그렇고, 차도 아이들 병원 다니려면 꼭 있어야 해서...” 말을 맺지 못하는 나영 씨의 얼굴에서 걱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현재 국가 지원으로 취업성공패키지를 진행 중이라는 나영 씨는 아이들 때문에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아이돌보미를 신청하려면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직장을 구하려면 아이 봐 줄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영 씨는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최숙 봉사원처럼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국가 지원을 신청해놓긴 했지만, 저는 나이도 젊고 건강하니 아이들을 봐줄 사람만 있다면 충분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요. 사실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는 것 보다 아이돌보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최숙 봉사원은 나영 씨와 인연을 맺고 사연을 알게 된 이후 나영 씨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살피고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애기 엄마한테 도움을 주려고 보니 의외로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더라고요.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 저마다의 이유로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 가정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매일유업 진암사회복지재단 같은 후원기업이 참 중요하고, 또 감사해요.”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최숙 봉사원은 지역에서 적십자 봉사원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파트타임 일자리를 나영 씨에게 소개하거나, 정말 급할 때 잠깐 아이들을 봐주기도 한다. “젊은 애기 엄마가 애들을 셋이나 데리고 혼자서 얼마나 막막하겠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뭔가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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