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책임과 실천: 옥석구분(玉石俱焚)
정치의 책임과 실천: 옥석구분(玉石俱焚)
  • 성광일보
  • 승인 2019.08.0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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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항석/논설위원
정항석/논설위원
정항석/논설위원

옥석구분(玉石俱焚). ‘옥과 돌이 같이 타버린다’는 뜻이다. 흔히 ‘옥석을 가린다’라는 말은 예서 비롯되었다. <서경(書經)>의 ‘하서(夏書) 윤정편(胤征篇)’에 전하는 이 말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가리지 못하고 함께 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서(夏書)는 기원전의 하왕조(夏王朝, B..C 2070?-B.C.1600?)를 기록한 사서이다. ‘윤정편’에 따르면 중강(仲康)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윤후(胤侯)가 임금의 명을 받아 주역과 역법(曆法)을 창안했다는 제후 희화(羲和)를 정벌하게 된다. 사정이 어떠하든 출정(出征)전에 휘하의 장병들 앞에서 윤후는 그 취지를 다음과 일설한다.

옥(玉)을 생산 하는 곤강(崑岡)이 북에 타버리면 돌과 함께 옥도 타버린다(火炎崑岡 玉石俱焚).
군주가 가질 권위의 덕을 놓치면 그 권위에 도전하는 번질 것이며 이는 사나운 불길과 같다(天使逸德 烈于猛火)하여 그 수령만 벌하고 협박으로 가담했던 이는 이들은 처벌하지 않는다(殲厥渠魁 脅從罔治).

옛말에 이르기를 혼탁해진 풍습은 오로지 혁신으로 하되 같이 더불어 해야한다고 하였다(舊梁歞俗 咸與惟新).

이 내용은 <위고문상서(僞古文尙書)>에도 전한다. 이에 따르면 새로운 임금에 대한 저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윤후의 전략은 나름 설득력을 지닌다. 내적인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불필요하게 많은 이들을 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영리한 계책이다. 또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名分)마저 확보하고 있다.

여기서 생긴 말이 옥석구분이다. 일이란 무 자르듯 하는 것보다 옥(玉)과 돌(石)을 가려서 추진하는 것이 보다 사리분별하다. 사실 그렇다. 개별적인 사안도 그러하지만, 특히 국가사회의 일은 주어진 곳에서 실용적이고 생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2019년 여름 아베신조(安倍 晋三 1954-)의 발언으로 한국사회는 부화가 치밀었다. 부화(附和)이다. 일부 일본의 정치인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발언을 심심치 않게 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일은 경제와 연계시켰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불쌍할 만큼 유아적이다. 가려야 할 것은 이렇다. 그 말 한마디에 국내사회가 그렇게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은 그야말로 자존심이 팍 상한다. 게다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일본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전하는 것도 마뜩치 않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그렇게라도 극일을 보여주려는 가상함일 것이다.

이렇다!

이렇게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그것이 일본의 극우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콩밭에서 콩을 털어 가져왔을 경우, 그것을 그대로 조리하거나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콩과 흙먼지를 가르고 때로는 작은 돌들도 골라내야 한다. 몇 번에 걸쳐 가르고 갈라서 콩들만 걷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조리와 판매할 콩을 얻을 수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렇다.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한다. 과거 강점기와 식민지배에 대한 인식이 한일 양국에 존재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콩밭에서 이제 막 가져온 콩처럼 이 문제를 취급하는 것은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복되지만, 한 사람과 소수의 철없는 말에 흥분할 필요는 없다. 9.11테러 직후 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G. Bush)는 기자회견에서 흥분하여 ‘성전이다’라고 말실수를 한 적이 있다. 참모들이 놀라서 그를 말렸다. ‘이슬람교도 전체와 전쟁하자는 것이냐’는 설득으로 그를 달랬다. 그리고 ‘그렇게 분별력이 없냐’는 질책도 빼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이다. 아베와 그 추종자들이 했던 말에 한국사회 전체가 발끈할 만큼 침착하지 못하고 점잖지 않는 우리가 아니다.

알아야 한다.

일제(日帝)의 마지막 가미가제 특공대원이었던 아베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해서는 온갖 짓을 할 위인이다. 더욱이, 소수와 전체이다! 너무 손해 보는 계산이 아닌가! 그들이 이것을 바라는 것이다. 일본인 몇 사람의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화를 내는 모습으로 그들을 즐겁게 할 수 없다. 침착하게 선비의 모습을 보이되 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가려야 한다. 또한 일본전체와 전쟁이라도 벌일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실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절실하다. 윤후의 연설을 다시 들어보자.

첫 번째는 ‘국민대국민’이라는 감정을 국가적으로 들어내는 것을 아니 된다. 한국에도 일본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일본에도 극우보수주의자들이 자유와 민주 정신을 훼손하는 것에 분개하며 한일 과거사를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는 평화주의자들이 있다. 옥과 돌을 가려야 한다. 이것이 돌과 함께 옥을 태울 수 없다는 호소이다(火炎崑岡 玉石俱焚).

두 번째는 단호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난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남다른 우리이다. 해마다 일본의 극우파들이 도발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그것을 참는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다른 국가들의 시선을 왜 의식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전후 일본은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범자의 가족들이 최고의사결정자가 되는 국가이다. 아베의 발언 말고도 우리의 영토와 영해를 끊임없이 분쟁지역화하고 있다. 국가의 주권을 위협하는 엄연한 도발행위이다. 이러한 국가와 대사급 외교를 실행하고 있다. 무슨 해괴한 일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는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건드릴 빌미를 주는 것이 아닌지를 점검해야 한다. 국가가 가질 권위의 덕을 놓치면 그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는 맹화처럼 계속 번질 것이기 때문이다(天使逸德 烈于猛火).

세 번째는 1948년 건국이후 일본의 극우보수주의자들이 놀리는 것처럼 ‘매국노와 민족배신에 대한 처벌’은 단 한 번도 없다. 제도적으로 ‘매국과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가 없는데 일제강점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교육시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왜 우리는 ‘친일매국노’를 끼고 감싸는 국가사회가 되었는지를 재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는 물론이고 명년에도 그리고 내명년에도 그들은 우리의 민감한 곳을 자극할 것이고 우리는 미지근하게 대처하여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속으로 외쳐야 될 것이다. 모두를 처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이고 악질적인 이들을 벌하고 협박으로 가담했던 이는 이들은 가려서 처벌하지 않으면 된다(殲厥渠魁 脅從罔治).

유신(維新). 이제는 낡은 유적과 같은 단어이지만 그 의미를 재생산해야 한다. 말하자면 이제라도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좀이 슬게 하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하왕조(夏王朝)는 기원전의 나라이다. 그때도 ‘옛 말(舊)’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오래되었다는 것이 존중의 지속력을 지니지 않는다 하여도 혼탁해진 풍습(歞俗)에는 오로지 혁신적인 개선(改善)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주 오랜 전부터 성현들이 말씀하신 옛말을 들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온 국민이 더불어 해야 한다(舊梁歞俗 咸與惟新).

국제관계는 격이 같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를 약을 올렸으니 그들이 독이 오를 차례이다. 그것이 맞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미래 양국관계의 갈등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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