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 전쟁이 던져준 세 가지 계기
한일 경제 전쟁이 던져준 세 가지 계기
  • 성광일보
  • 승인 2019.08.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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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 /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 석 /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 석 /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국에 수출하는 3대 핵심 소재에 대해 일본이 규제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된 한일 경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장을 검토했던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연장을 우리 정부가 거부하면서 오히려 경제 전쟁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특정 표적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더 공고해지고 있다. 초기에 감정적으로 반일을 주장하던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전체가 아니라 반 아베 평화투쟁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필자는 이번 한일갈등이 발전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 계기를 어떻게 살려 나가는지에 따라 역사의 발전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첫째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한국 경제의 기형적 대외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는 자강의 계기이다. 우리 경제규모나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에서 보듯 핵심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다 보니 부가가치의 상당부분을 일본에 빼앗기는 구조다.

결국 무역량이 늘어날수록 무역 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이번처럼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고 무기화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간 국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이나 내수 공급과 기술혁신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효율성 논리에 밀려 외면 받다가 위기의 상황에서 소재와 부품 다변화를 시도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2차 대전이후 세계경제는 국제적 분업체제와 자유무역 원리를 기반으로 발전해왔지만 핵심기술이나 소재를 절대적으로 외국에 의존하다 보면 지금 같은 무역 갈등이 생기면 국가경제자체가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최소한의 방어적 기반을 만들어 나간다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득이 될 것이다.
둘째 친일청산의 필요성이다. 해방이후 반민특위를 중심으로 친일청산 작업을 진행하다 좌절된 이후 친일파들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승만 정권이 반공주의를 천명하면서 친일파를 정권의 기반으로 삼자 친일청산 자체가 흐지부지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친일세력이 국가발전의 주역으로 대우를 받았다.
이번 갈등 국면에서 친일파들이 친일이 왜 문제냐고 당당하게 커밍아웃(?)하면서 역설적으로 왜 친일청산이 계속 필요한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주었다.
이들은 좌파와 공산화를 경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무조건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며, 한일 갈등에 내재한 역사적 문제나 군국주의 위험성을 무시한다.
생존과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 무조건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신민지 근대화론의 변형이다. 일본이 아니었어도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일본에 의해 개화가 되면서 근대화가 진행되고, 한국경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신민지 근대화론의 핵심이다.

조금 더 양보해 식민지배가 우리 민족에게 고통이나 피해를 준 것이 있더라도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이 더 많다는 공리주의식 논변에 곧잘 호소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문제점을 여기에 열거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약육강식 논리에 기대고 있으며, 물질적 발전이 역사의 선인 것처럼 왜곡한다는 것이다.
역사상 어떤 식민화도 상호 평등과 호혜의 원칙대로 진행된 사례가 없으며, 백번 양보해 일제 덕분에 물질적 부가 증대되었다 해도 주권을 잃은 대가로 잘 먹고 잘 살다면 그것을 정상적 국가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일 경제 전쟁 국면에서 친일보다 친북이 더 문제라는 식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국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을 광풍이나 우민화니 매도하는 일부 보수주의자들 주장은 역설적으로 우리 내부의 적이 누구며, 왜 친일청산이 그렇게 중요한지 보여준다.

셋째 통일과 남북협력의 필요성이다. 이번 한일갈등을 겉으로 보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일본이 가진 불만이나 한국정부의 외교적 미숙함 때문에 시작된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추락해가는 일본의 경제적 위상에 대한 초조함과 평화헌법을 수정해 예전과 같은 군사적 힘을 보유한 군국주의를 재건하려는 퇴행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
아베가 꿈꾸는 일본은 군대를 보유해 전쟁이 가능하고, 군사적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을 대신하면서 패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국주의 일본이다. 

일본이 과거사를 계속 부정하는 것이나, 식민통치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독일과 같은 사죄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국가목표와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격변의 시기에 열강들과 잘 협력해야 하고, 일본과도 적대적 관계를 계속할 수 없겠지만 이번 갈등을 계기로 남북협력과 통일을 통해 힘을 키워나가면서 외교적 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남북 대결에 소모적으로 힘을 쏟을 수밖에 없으며, 대외관계에 있어 끊임없이 진영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한일갈등은 거꾸로 왜 통일이 미래의 전략적 대안이 되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위기도 겪고, 고통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주어진 계기를 살려 위기를 극복한다면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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