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감기가 유행이래요
<수필> 감기가 유행이래요
  • 이용흠 기자
  • 승인 2020.02.22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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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자 / 광진문인협회 회원
강운자
강운자
·2007년 《시현실》로 등단. 
·동화스토리텔러
·광진문인협회 회원
 

은진이는 떡볶이와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요. 그런데 오늘 짝꿍이 떡볶이를 같이 먹자고 했어요.
은진이도 같이 먹고 싶었지만, 다음에 먹기로 하고 한 달음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친구가 새로 생겼거든요. 이름도 코코라고 지어줬어요.
그 친구는 흰 눈이 펄펄 내리던 날 처음 만났는데, 은진이만 보면 도망을 갔어요.
어찌나 빠르게 사라지는지, 고양이라는 것도 나무에 푸른 잎이 돋아나는 얼마 전에야 겨우 알았답니다.
솜처럼 하얀 몸을 눈 속에 숨기고 있어서 알아볼 수가 없었지요.
은진이가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순식간에 없어졌습니다.
너무나 속이 상한 은진이는 휴지에 얼굴을 묻고 코를 아주 세게 풀었어요.
“너는 내 맘 하나도 몰라, 내가 너하고 얼마나 친하게 지내고 싶은지.”
도망만 가던 그 친구가 코푸는 소리에 놀랐는지, 바다처럼 파란 눈을 하고 은진이를 쳐다보았어요.
솜처럼 하얀 몸을 나무 뒤에 숨기고 하늘로 뻗은 꼬리를 살짝 흔들어 주기까지 했습니다.  
은진이는 코코와 더 친해지려고, 날마다 코에 휴지를 대고 코푸는 흉내를 내고, 휴지도 흔들어 보았지요.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사료도 가져다주고, 물도 떠 놓고 했지만, 언제나 코코는 세 걸음쯤 떨어져서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런데 어제는, 코코가 가까이 다가와서 사료를 맛있게 먹고 물도 마셨어요.
얼마나 기쁜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아참! 왜 코코라고 이름을 지었냐 하면요. 은진이가 속상해서 코를 확 풀 때 코코가 관심을 가졌잖아요.
그날 고양이가 은진이를 쳐다보면서, 코를 벌름벌름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깜찍한지 은진이는 기절할 뻔했지 뭐예요. 그래서 코코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코코도 그 이름이 맘에 드는지 코코하고 부르면 바람같이 달려왔어요.
부끄럼쟁이 코코는, 하루 종일 화단에 있는 큰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은진이가 아파트 창문을 열면, 야옹야옹하면서 올려다보았지요.
“오늘도 빨리 숙제하고, 코코랑 놀아야지.”
그런데 은진이는 숙제장에 코코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서, 숙제를 끝마칠 수가 없었습니다.
“먼저, 코코를 아주 조금만 보고 숙제를 해야겠다.”
은진이가 창문을 열자 이제는 부르지 않아도 코코가 야옹거리면서 창문 아래로 달려왔어요.
“코코야, 잘 숨어있었지? 내가 숙제 다 하고 너랑 놀아줄 거야. 잠깐만 기다려.”
코코는 아쉽지만 알겠다는 표정으로 힘없이 야아옹하면서 나무 뒤로 숨었어요.
그런데 은진이는 그만 숙제장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 큰일 났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숙제장이 나무 위에 걸쳐있었어요.  
“숙제를 안 해가면 선생님한테 혼나는데..., 어떻게 하지”
은진이는 머리를 싸매면서 고민했습니다.
“아하! 그렇지”
한참을 생각하던 은진이는 빗자루를 가져와서 숙제장 위로 떨어뜨렸어요.
그런데 숙제장이 떨어지지는 않고 빗자루마저 나무 위에 걸려버렸습니다.
“빗자루가 가벼워서 저기에 걸린 거야. 어디 더 무거운 것이 없을까?”
고민을 하던 은진이는 프라이팬을 가져다가 창문 아래로 힘껏 던졌어요.
“이번엔 틀림없이 숙제장이 땅에 떨어지겠지.”
그런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은진이는 다급하게 코코를 불렸지만 대답이 없었어요.
은진이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비상계단으로 급하게 뛰어 내려갔어요.
피를 많이 흘린 코코가 나무 아래 쓰러져 있었습니다.
은진이와 눈이 마주친 코코가 다 죽어가는 소리로 야아옹했어요.
은진이는 코코를 안고 있는 힘을 다해서 동물병원으로 뛰어갔습니다.
“코코가 큰일 날 뻔했구나. 그래도 다행히 죽지는 않겠구나."
의사 선생님이 안도의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습니다.
“그런데 코코를 매일 병원에 데리고 와야 한단다. 또 코코가 많이 다쳐서 따뜻한 곳에 있어야 해 추운 곳에 있으면 죽을 수도 있거든. 내 말 알아듣겠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의사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네 선생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병원을 나온 은진이는 울먹이면서 코코한테 진심으로 사과를 하기로 했어요.
“코코야! 정말로 미안해. 난 네가 다칠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 내가 숙제 안 해 가면 선생님한테 야단맞잖아. 엄마한테도 혼나고. 그래서 숙제장을 땅으로 떨어뜨리려고 그랬던 거야. 코코야! 정말 정말 미안해. 날 용서해줘. 다시는 위에서 아래로 아무것도 던지지 않을 거야.”
코코는 알았다는 듯이 은진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은진이는 집으로 가는 길에 고민이 많아졌어요.
왜냐하면 식구들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코코를 어떻게 하지? 밖에 두면 틀림없이 죽을 거야.”
은진이는 코코를 꼭 안고, 눈물을 닦으면서 집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지요.
은진이는 침대 밑에 코코를 꼭꼭 숨기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코코야! 너 여기서 나오면 진짜 진짜 안 돼. 나는 알레르기가 없지만, 우리 식구들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거든.”
코코는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침대 구석 깊은 곳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은진이는 방문을 살며시 닫고는 거실로 나왔지요.
그런데, 거실엔 엄마와 동생이 들어와 있었어요.  
“넌 도대체, 언제 집에 온 거니?”
엄마가 놀란 눈으로 은진이를 쳐다보면서 물었어요.
“조, 조오 조금 전에요.”
은진이는 가슴이 철렁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갑자기 재채기를 하면서 코를 문지르고 눈도 간지럽다고 했습니다.
은진이도 얼른 재채기를 하면서 말했어요.
“에에에취~ 엄마! 요새 감기가 유행이래요. 에취에취 저도 감기에 걸렸나 봐요.”
하면서 콩당 거리는 가슴으로 재채기를 계속했어요.
“에에에취 에취 에취”
“큰일 났구나. 애들아! 어서 병원에 가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가 말했습니다.
“엄마! 저는요. 깨끗이 씻고 약 먹고 일찍 자면 괜찮을 거예요.”
은진이는 얼른 화장실로 도망을 치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코코와 우리 가족이 함께 살 방법이 어디 없을까? 코코의 상처가 아물 때만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 아빠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는데 구름처럼 예쁘고 솜처럼 부드러운 코코를 보면 어쩌면 같이 살자고 할지도 몰라…”
은진이는 화장실에서 씻는 것도 잊어버리고, 거울에 코코의 얼굴과 아빠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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