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모델계에 부는 ‘시니어 바람, 인생 2막’ - 100세 시대를 대비하다
패션 모델계에 부는 ‘시니어 바람, 인생 2막’ - 100세 시대를 대비하다
  • 이원주 기자
  • 승인 2020.02.25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4세 시니어 모델 – 황윤규
“청춘과 더불어 노인이 주인공인 세상을 만들고 싶다”

급격한 인구 변화에 따라 모델 시장의 흐름이 점점 바뀌고 있다. 10~20대 패션모델만 주목받던 시대를 지나 중·장년층 모델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현 업계의 현실이다.  최근 60∼70대 시니어 모델이 패션위크 무대에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양한 시니어 패션쇼도 있지만 패션위크에 섰다는 건 모델과 패션업계가 인구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최근 광고 시장에서도 스포츠의류 모델로 시니어 모델이 발탁돼 화제가 됐다. 그만큼 광고 시장에서도 중·장년층, 시니어 모델의 활약이 눈에 띈다. “어떻게 하면 시니어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많은 시니어가 묻는다. 시니어 모델이 된다는 건 모델로서의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나이에 상관없이 본인의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을 어필할 수 있어야만 한다. 더불어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다.

현대백화점이 1명의 시니어모델을 선발할 때 1,500여명이 응모한 한 것을 보면 시니어모델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이에 늦깍이 나이에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살면서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황윤규를 만나다. 시니어 모델 황윤규씨를 인터뷰 하러 가는 길에 한 마리의 나비처럼 너풀너풀 걸어오는 그와의 만남은 나의 걸음걸이와 몸 상태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했다.   - 편집자 주

▶ 먼저 바쁘신 모델 활동에 귀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에 독자를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황윤규 모델께서 늦은 나이에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제가 시니어 모델에 도전한 것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 삶이 변화 없이 하나에 안주하며 살았다는 현실과, 젊은 날 경쟁에 내몰려 주변을 바라볼 여유 없이 그저 로보트 같은 변화 없는 일상, 또한 변화 하는 것이 두려웠던 날들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누군가 한말이 나의 좌우명이 된 그 한줄 “Change(변화)의 g를 c로 바꾸면 Chance(기회)가 된다”고 한 말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주었습니다. 노년의 적극적인 삶을 위하여 자기 개발 없이 백세 시대를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는 많은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황윤규님은 워낙 젊어 보이셔서 겉모습만 봐서는 나이가 가늠이 안갑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원래 직업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 나이를 물어보니 쑥스럽습니다만, 제가 1957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올해 64세인데 저도 가끔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라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가끔은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에 직업은 주한미군 군무원 이였고, 한국인 직원 메니저로 35년 근무하고 퇴직 하였습니다.

▶ 과연 새로운 삶에 어떤 모험이 펼쳐졌나 궁금한데요?

▷ 무대에서의 화려함과 잠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생각하기보단 오늘 최선을 다하다보면 내일은 새로운 행복한 삶이 오지 않을까요?

▶ 처음 시니어 모델 도전 할 때 어떤 점이 힘이 들었는지요?

▷ 누구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4년 전 굳은 맘먹고 용기를 내 모델아카데미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여성분들뿐이어 많이 쑥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마른침 삼키며 힘들게 말문 열고,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모델 워킹 배우러 왔습니다”라고 했더니 다들 저를 쳐다보기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도 싶었습니다. 여자들과 함께 쯔밋 쯔밋한 몸짓으로 몇 개월 배우다 그만두고 쉬다하길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모델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어 다시 용기를 내 다른 아카데미에서 워킹을 다시 배워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머리가 쭈뼜거렸습니다. 아마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교육받는 과정도 힘들지만 나이 먹고 굳어버린 뼈를 반듯하게 잡아나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지금은 시니어모델 아카데미가 너무 많아서 웃으며, 오늘도 멋진 런웨이를 시작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기간에 모델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모델로 나서려고 하는데 런웨이는 양복, 한복, 케주얼에 따라 다르고, 힘의 강약도 다릅니다. 따라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 정말 에너지가 넘치십니다. 젊은 사람들도 그 정도 하기 힘든데 그런 에너지의 원천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천에 민들레는 잘 가꿔진 화단을 원하지 않듯, 편하게 누워서 꿈을 꾸면 단꿈은 꿉니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꾸는 꿈은, 앞으로 계약되지 않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

▶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매너 있고 젠틀하게 하시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도 늘 존댓말을 사용하구요. 다른 비슷한 또래 분들과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본인만의 철학이 있나요?

▷ 철학은 아니고요, 우리는 타성에 젖은 틀 안에 끼워져 있는 것 같아요. 즉 학교 선·후배, 나이, 지역이나 혈연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은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외국은 이런 것들을 다 버리고 서로 마음이 통하면 친한 친구요, 친한 이웃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이런 형식적인 틀을 벗어 버리고 서로 똑 같음을 인정하고 마음이 통하면 친구요, 이웃으로 권위를 버리고 거듭 나다 보면, 서로 아름답게 어깨를 비비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물론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한국사회에서는 나이가 들면, 사회적으로 가치를 비하하는 문화도 존재하잖아요. 그분들이 소외감을 느끼니까 더욱 더 자신을 스스로 높이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봐요.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 아닐까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나이 듦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인생을 어떤 인생관과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 할지…. 한마디로 지혜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제목이 언뜻 떠오르네요.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익어 가는 거라고 말입니다.

▶ 시니어 모델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금 시니어 모델을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겁니다. 시니어모델을 모델이 나이 먹어서 되는 직업은 아닙니다. 모델은 나이 먹어도 모델입니다. 그러니 키와 몸무게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키는 늘일 수 없고, 몸무게도 어느 한도 이하로 내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나이를 속이려고도 하지 마십시오. 어떻게든 젊어 보여야 한다고 지나치게 애쓰지도 마십시오. 시니어 모델은 절대 동안을 가진 노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멋있게 나이 먹은 사람을 원합니다. 건강하게 나이 들은 멋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원하는 겁니다.

▶ 끝으로 시니어 모델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 시니어 모델은 베이비부머와 삶의 맥락과 인생의 깊이, 그리고 남아있는 가치를 공유하는 존재라 생각합니다. 멋지게 늙어온 사람과 더 멋있게 늙어가고 싶은 동시대의 동지들에게 멋지게 늙어가는 법을 서로 나누고 .삶의 여유를 즐기는 법을 이야기 하는 존재가 시니어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100세 시대에 함께 걸어가야 하는 수많은 시니어들에게 따라하고 싶은 롤 모델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저렇게 하면 건강하구 저렇게 하면 멋지게 사는 구나”하는 시대의 현상을 대변하는 시니어의 아이콘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저 겉보기만 그럴 듯하고 속은 텅 비어있는 늙은 노탐의 상징이 아닌 진정한 멋의 족으로 알려지고 싶습니다. 또한 시니어들의 세상에서 새로운 꿈을 찾는 시니어들에게 그 꿈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방안을 보여주는 시니어 모델의 파이어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특별시 광진구 용마산로128 원방빌딩 501호(중곡동)
  • 대표전화 : 02-2294-7322
  • 팩스 : 02-2294-732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연
  • 법인명 : 성광미디어(주)
  • 제호 : 성광일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336
  • 등록일 : 2010-09-01
  • 창간일 : 2010-10-12
  • 회장 : 조연만
  • 발행인 : 이원주
  • 자매지 : 성동신문·광진투데이·서울로컬뉴스
  • 통신판매 등록 : 제2018-서울광진-1174호
  • 계좌번호 : 우체국 : 012435-02-473036 예금주 이원주
  • 기사제보: sgilbo@naver.com
  • 성광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성광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gilbo@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