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삶
<수필> 사랑과 정성을 다하는 삶
  • 이기성 기자
  • 승인 2020.03.2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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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순
이선순(·2017년 광진문학 시 부분 신인상·광진문학 사무차장·광주 시아문학 회원)
이선순(·2017년 광진문학 시 부분 신인상·광진문학 사무차장·광주 시아문학 회원)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울렸다. 택배가 왔다고 했다. 여느 때처럼 문자가 오고 현관 앞에 두고 가는데 그날은 문자를 보지 못했다. 
경비실에 문이 열려 있었다. 903호 인가요? 호수를 확인하고 택배를 건너 받았다. 좁은 공간 경비실 안에는 예쁜 화분들이 즐비하게 놓아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경비 아저씨는 주민들이 버린 화분들을 모아 물을 주고 이파리를 닦아주며 아이들 돌보듯 관리하고 있었다. 

11월의 창가에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꽃들이 웃고 선인장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꽃대가 올라온 군자란도 낮잠을 자면서 앉아 있다. 뱅갈 고무나무 잎줄기가 늘어져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화분들은 아저씨의 사랑으로 이파리에는 연녹색 싹을 틔우며 하품을 하고 입을 벌린 꽃들도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꽃들  내 눈에 반짝이는 고무나무 푸른 잎줄기가 산들 거리며 유혹하는 것이다. 
이 가을날 아저씨 정성으로 키운 화분들은 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것 같았다. 찬 바람이 불어오자 갈곳 잃은 화분들이 아저씨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아저씨가 물었다 예쁜 화분 하나 가져가서 한 번 키워 보세요?
나는 고무나무에 시선을 띠지 못했다. 성큼 대답을 했다. 잎줄기만 늘어져 있어도 거실에 분위기가 어울린 것 같았다. 성큼 다가온 봄 금방 찾아와 나비들이 춤을 추며 찾아와 잎줄기에 앉을 것 같았다. 

햇살 가득한 거실은 생명의 기운이 감돌았다. 날마다 가지에서 새로운 잎이 한 잎 두 잎 돋아 나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예쁜 화분 받침으로 갈아 끼우고  사랑을 담아 키우며 행복을 나누었다.

나는 아저씨의 따뜻한 선물을 받아 행복을 느껴 본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느낄 줄 알면서도 쉽게 발견 하지 못한다. 요즘 세상에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진정으로 생각 한다면 배려와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의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또는 아버지로서 삶에 기쁨을 주는 사람이 따뜻한 향기가 아닐까 싶다. 내면을 보지 않고 화려한 모습만 보고 평가 한다면 진정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가 없다. 주어진 일상에서 얻어지는 행복은 내게도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 주위에서 얻어지는 물질보다 소소한 행복에 감동을 전하고 싶다. 아저씨의 삶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경비 아저씨의 삶을 통해서 풍겨 나오는 따뜻한 눈길에서 이런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꽃의 향기는 바람이 전하고, 사람의 향기는 마음이 전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사람도 사계절을 보내야 한다. 식물도 사계절을 보내야만 할 것이다.
경비 아저씨가 최선을 다하여 살아 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 나 또한  열심히 살아가며 이웃에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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