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적다고? 아니 밥그릇이 작겠지! ?
밥이 적다고? 아니 밥그릇이 작겠지! ?
  • 성광일보
  • 승인 2020.03.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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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 논설위원
송란교
송란교

'어, 내 밥이 왜 이렇게 줄었지?' '줄긴 뭐가 줄었다고 그래. 항상 주던 대로 똑같은 양을 주었는데, 오늘 따라 자네가 배보다 더 큰 밥그릇을 가져 왔나 보지? 아니면 자네 욕심이 산더미처럼 더 커졌던지' 

'아니야, 어제 쓰던 밥그릇이야' 하면서 자신이 먹을 밥이 줄어들었다고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조그만 밥그릇 가지고 와서 밥을 적게 준다고 불평하는 사람, 가져온 그릇에 넘치도록 담아주었는데도 다른 사람보다 적게 준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 불평불만 제조공장 사장인가? 

어항보다 큰 물고기는 없다. 배불리 먹고 싶거든 내 밥그릇을 키우면 될 일이다. 그들은 정말 밥이 적어서 싸우는가? 아니면 작은 밥그릇 가지고 서로 크다 작다 하면서 싸우는가? 그들은 누구를 위해 그렇게 죽기 살기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가?

'도토리 키 재기', '난쟁이 키 자랑하기', '깨들이 기네 짧네 다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다툼을 하고 있다. 내 것과 네 것을 쉼 없이 비교하면서 내 것은 항상 작거나 적다고 불평을 한다. 내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덜 가진 것만 보고 불행하다 생각한다. 나의 짐은 커 보이고 남의 짐은 가벼워 보인다고 불만을 내뱉는다. 남의 밥에 들어 있는 콩이 더 굵어 보이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면서 액(厄)은 내 것이 더 크다고 우긴다. 왜 남의 것은 항상 많고 좋아보여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괴롭히는 것일까? 

미셸 몽테뉴는 자신보다 뒤쳐져 있는 사람을 보고 행복해 하기보다 자신보다 앞서 있는 사람을 보고 불행해 한다고 했다. 불평불만을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고 남들과 비교를 하다보면 불행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세간 살림은 옮길수록 줄어들고 되질은 할수록 곡물이 줄어들지만 불평불만은 할수록 늘어나고 커진다. 생각이 다르기에 다양한 사람들의 불평불만 해소법도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불평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화풀이를 해대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마음속에 쌓이기 전에 내보내야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달팽이는 빨리 달리는 노루를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잘못하고 부족한 것들을 남들이 잘하고 넘치는 것과 비교하면 나는 항상 불만제조기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들이 널려 있음에도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다면 누가 나의 잘난 점을 보아주겠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들을 남들이 훔쳐볼까 아니면 남들이 훔쳐갈까 의심하면서 깊은 곳에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세상에 드러내라. 그리고 베풀어 보자.

'나눠먹을 떡의 크기가 크면 정략적 수준에서 타협이 가능하나 떡의 크기가 작아서 나눠 가질 수 없다면 타협은 없고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된다.’는 세이어의 법칙(Sayre's Law)이 있다. 재물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재물이 소중해서가 아니고 부족하기 때문이다. 넘치면 여유가 있다. 돈 앞에서는 모두 적이 된다고 하지만 표 앞에서는 예의염치도 없고 서로 원수가 되어가는 이유는 표를 가진 사람의 숫자는 그대로인데 욕심의 표는 숫자가 자꾸 부풀려지고 마음속의 표는 자꾸 쪼그라들기 때문일 것이다. 

집안에 도둑이 들어오면 잡든지 몰아내든지 해야 하는데 그 도둑과 한통속이 되어 도둑질을 하려고 한다. 철면피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철면피인줄 모른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잘못되었다 큰소리치면서 자신도 그들과 똑같이 잘못된 행위를 반복한다. 나쁜 짓 한다고 흉을 보면서 자신도 은근슬쩍 나쁜 짓하는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너는 절대로 나쁜 짓하면 안 돼 하고 외치고 있다. 보는 눈도 듣는 귀도 불편해지는 시절인가 보다. 

나의 흠은 태산처럼 크지만 낙엽 속에 묻어 놓고 못 본체 하고 남의 허물은 좁쌀 같지만 갈퀴를 긁어대며 잃어버린 보석 찾아내듯 잽싸다. 허리 없는 개미도 배불리 먹고 싶은 욕망이 있다. 깃털만큼 베풀고 대왕 같은 대접을 받으려 하지 말자. 챙기려는 밥그릇 보다 베풀려는 밥솥이 더 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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