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손맛이 이사 왔어요!
외할머니 손맛이 이사 왔어요!
  • 성광일보
  • 승인 2020.04.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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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 / 논설위원
송란교
송란교

내가 자주 쓰던 물건을 누군가가 나도 모르게 그 옆으로 옮겨 놓으면 그걸 찾는데 한참동안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순간 당황하기도 한다.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간 첫날은 만나는 사람도 낯설고 마주치는 시선도 왠지 어색하고 집을 찾아가는데도 서툴다. 
이처럼 익숙한 것으로 부터 벗어나려면 두려움이 앞서고 서툼이 가로막고 불편함이 짓누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안 해보면 정말 못하는 것이 되고 못한다고 생각하면 끝내 안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는 것만 하려고 한다면 모르는 것은 언제나 해볼 수 있을까? 시간이 쌓이면서 형성된 습관을 단숨에 확 바꾸려 하면 이미 투자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습관은 어떤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만드는 몸에 밴 오랜 시간의 흔적이다. 습관은 몸에 새겨진 생활 리듬이고, 무의식적 행동의 패턴이다. 습관적으로 하던 것을 어느 날 아침 다르게 해보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면 이전의 기억들을 모두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늘 하던 대로 하면 편하다. 오랫동안 신어 온 구두를 싣는 것처럼, 묵혀둔 김장김치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엄마의 품속은 언제나 포근한 것처럼. 

호기심은 두려움을 없앤다. 상상은 도전을 부른다. 그러니 익숙함에 갇히지 말자. 어색함을 피하지 말자. 미국 소설가 '노라 로버츠'는 “묻지 않으면 대답은 항상 '노' 라고 했다.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는 항상 멈춘다.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확률은 언제나 꽝이다. 한 발짝도 떼지 않으면 항상 제자리다.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함을 느끼고 가보지 않아서 두려움이 앞서지만 시도하고 도전하면 그 나름의 배움이 쌓이고 경험이 늘어나고 또 다른 친숙함이 다가온다. 어색함도 불편함도 자주 마주하다 보면 친해지고 자유로워진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벗고 낯섦에 과감하게 마주할 용기와 배짱이 있는지 묻고 싶다. 꽁꽁 얼어 있는 생각에 펄떡거리는 상상의 햇살을 쏘여보자. 

늘 먹던 음식이 아닌 색다른 맛에 도전하여 이 맛 저 맛을 느껴보자. 새로운 삶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강해질수록 사고가 부드럽고 상상의 무대도 무한대로 커진다.
'나를 가로막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김새해 작가의 말처럼 지금 현재의 나를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나의 미래의 불안감과 현재의 익숙함이다. 

결국 익숙함을 버린다는 것은 불편함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편해지고자 하는 유혹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를 이겨내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부터, 타인의 평가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지금처럼 살아온 나를 지금부터 나답게 살아가겠다고 외치면 어색할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면 너무 혼란스러울까?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신드롬에 빠져 한동안 바람이 불었던 비트코인 열풍, 지금 불고 있는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등등.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조직이나 단체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잃어버릴 것 같은 초조감, 부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은 이미 익숙한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떼돈을 벌었다 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그래야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남들이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면서 불빛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을 보고 메뚜기도 달려들고,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뛰고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뛰는 꼴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살아가는데 길들여진다. 그러면서 FUD(fear uncertainty doubt, 공포 불확실성에 대한 의심)에 함몰되어 걱정이 태산이다. 이슈가 발생하면 더 하락할까 불안에 떤다. 그러다가 차츰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된다. 익숙한 경험들이다. 타인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한 의심의 저주가 불타오른다면, 나는 나만 믿고 너는 너만 믿게 되니 우리는 누굴 믿게 될까? 
어느 날 갑자기 시골집 외할머니의 묵은 손맛이 뚝배기에 담긴 채 봄바람 타고 이사 온다면 어떤 맛일까? 익숙한 맛일까? 어색한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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