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누구를 위한 대면시험인가
한양대, 누구를 위한 대면시험인가
  • 정소원 기자
  • 승인 2020.06.2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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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조차 보장되지 않은 환경 속 속출하는 코로나 의심 증상 학생들
소통없이 밀어붙인 대면시험의 결과

날이 더워지며 수그러들 줄 알았던 코로나 기세는 다시 상승하고 있는 시점이다. 수도권 내 신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환자는 5월 말 일일 30명대에서 6월 초 40명대로 급증하면서 성동구 소재의 한양대학교의 학생들의 불안 역시 심화되고 있다. 

◆대면시험 반대 78.5%에도 소통없이 강행된 대면시험정책
한양대학교의 경우 기말고사를 전체의 30%정도 대면시험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대면수업 찬반여부 조사에서 대면수업을 반대한 학생들은 전체의 78.5%에 달했다는 점은 학생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줄 소통을 학교가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한양대학교 교내 곳곳이 걸려 있는 현수막 중 하나에 '한양하다’라는 말이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독단적 결정을 내리다를 뜻한다고 쓰여 있었다. 또 입구에 들어서는 현수막에는 소통 없이 대책을 강행한 부분에 대해 총장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마련하라는 학생들의 요청사항이 적혀 있었다.

◆한양대학교는 왜 '소통없는 행정'으로 학생들에게 비판받았나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한편, 공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절대평가를 시행한 타 대학들과 달리 한양대학교는 대면시험 정책을 일방적으로 내세웠다. 학생들은 이에 맞서 지속적으로 학교 곳곳에 대면시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펼치며 피켓시위를 펼쳐 '학교와 학생의 소통을 통한 정책 시행'을 주장해왔지만 돌아온 건 '소통을 위한 답변'이 아니라 '학교를 믿어달라는' 총장의 전체 메일이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직접 예정된 날짜에 총장실을 방문하여 학교와의 소통을 실시하려 노력했으나, 그 와중에 기획처장으로부터 들은 말은 '혈서를 써오라는' 답변이었다. 한양대학교 교육정책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류덕경 학생(4학년)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실태의 구체적 진실을 직접 확인해보았다.

대면시험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교내 곳곳에 붙어있다.
대면시험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교내 곳곳에 붙어있다.

▶학생들이 서명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코로나로 인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학교가 전반적으로 미흡해서 학교가 현재 주장하는 질 좋은 수업과는 거리가 먼 교육환경을 제공했던 것, 학생들이 계속해서 피드백을 제시했지만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왔던 점, 그리고 이후에는 이미 훼손된 공정성을 학생들의 건강보다 우선시했다는 점, 학생들과 소통없이 대면시험을 강행했던 점을 계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로, 코로나로 인해 진행되었던 온라인 수업 대책이 미흡했습니다. 학교가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까 출석이나 과제 평가와 같은 정밀한 대책이 필요했는데 수업별로 교수가 재량으로 알아서 하도록 하게 했죠.

학생이 교수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교수와 협의해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셨는데 실제로 학생이 교수에게 연락을 직접 해서 해결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교수는 성적을 주는 사람인데 개인적인 방법을 통해서 해결하는 건 학생한테 어려운 거죠. 이처럼 학교가 본질적으로 해결해주지 않고 학생과 교수의 재량에만 맡겨버리는 방침을 세워버려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둘째로, 학교 행정 직원분들이 학생이 건의하는 것들을 제대로 받여들여 주지 않는 문제가 있었어요. 학교가 행정적으로 운영되고 책임져야 할 것들을 한 학기동안 책임지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는데 바뀌지 않았죠. 지금 기준이라든가 방침이라든가 학교 본부에서 사실 일괄적으로 바뀌지 않고 단지 교수님 재량으로만 비대면 수업, 대면 수업을 하고 있구요. 

셋째로, 대면수업,대면시험같은 부분도 진짜 학생들은 코로나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면수업 대면시험 하지 말자 이렇게 얘기하는건데, 학교는 평가의 공정성 같은 문제 때문에 안된다고만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타학교들만 봐도 절대평가거나 충분히 다른 대책을 세울 수 있어요. 근데 그저 학교는 교수님들에게 일률적으로 일괄적으로 이렇게 해라 하라 방침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또 교수의 권리와 재량적인 부분이 있다 이렇게 말씀만 하시니까 학교가 책임지지 않는다라고 학생들이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말씀해주신 부분에 따르면 학교가 대면시험정책의 근거로 들었던 공정성도 사실상 이미 훼손되어 근거로 작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네요. 
네. 신기한 부분은 학교가 교수들에게 절대평가라든가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고 얘기하면서도 사실은 대면시험이 (일률적인) 원칙이다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의 입맛에 맞춰서 하고 싶은 대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고 생각됩니다

▶지금껏 소통을 해보았을 때 학교가 학생들을 고려한 측면은 아직까지도 없는 부분인 것이고요?
네, 학교의 입장은 변화가 없습니다

▶이 건에 대해서 학생들로 구성된 교육정책위원회의 그 다음 계획이 있나요?
수요일 답변이 나와봐야겠지만 1학기도 끝나가고 시험이 끝나가기도 한데 학교의 입장이 완강할 뿐이어서 학교 답변에 따라 추가대응계획은 없고 코로나가 종식된 것도 아니고 이 상황이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고요
2학기 중에 반복될 이런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지금처럼의 행정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학교 행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소통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거고 대화를 단지 한다고 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구요.
결국에는 결과로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아무것도 학생들이 안심할 만한 대책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소통은 이런 것들이에요. 학교가 감염병 관리 위원회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것들을 매일 토론하고 있는데 학생대표자들을 같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었어요. 그것도 소통하는 행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눈치채셨겠지만 지금 그런 것들은 안되고 있구요. 

학생들과 회의 몇 번 했다는 횟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대학교육이란 게 학생만의 것, 학교 본부만의 일, 학교 교직원만의 일이 아니라 학생들도 구성원이고, 당사자이기 때문에 당사자로서 존중받는 일이 결과로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담담하게 학교에 소통을 촉구하는 류덕경 교육정책위원장 학생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결국 한양대학교는 일방적으로 대면시험을 강행했고, 16일, 17일 의심환자가 속출되었으나 4시, 5시에도 지키는 사람이 없으며 의심환자가 있음을 알리는 문자가 이틀이나 지나서야 오는 등의 지속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성동구 소재 내 대표 대학으로서, 이 행정문제는 비단 대학교 일로만 국한시키기 어렵다. 결국 한양대학교에서 나온 코로나 의심증상 환자들은 시험을 위해 성동구 내부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코로나가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전파되었다면 이제 지역사회 전체의 위험이 될 수 있는,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문제인 것이다. 또한 이미 기존에 대면, 비대면 여부를 교수 재량에 맡겨버려 공정성이 기존에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간과하고 소통없이 강행했다는 점은 당장 눈 앞의 공정성 명분을 챙기기 위해 지역사회의 위험을 간과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시도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양대학교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한 대면시험이었나? 지역사회 안전보다도 이미 훼손된 공정성 챙기기가 중요했을까? 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못한다면, 성찰을 통해 보다 나은 소통의 행정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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