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말, 썩은 나무에 꽃을 피운다! ?
촉촉한 말, 썩은 나무에 꽃을 피운다! ?
  • 성광일보
  • 승인 2020.07.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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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송란교
송란교

필자는 중학교에 들어가 '노래 부르기' 실기 시험을 치루고 나서야 지독한 음치라는 사실을 알았다. 음정과 박자를 도통 무시하고 마치 내가 작곡가인양 내 감정에 충실하면서 내 맘대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선생님께서 '너 같은 음치는 정말 처음 본다.'라고 핀잔을 주셨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는 말씀도 없었다. 얼굴이 붉어지고 속상했지만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그 이후로 저는 음치라는 생각에 노래 부르는 것을 잊고 살았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누가 노래를 부르라 하면 무척 곤혹스러웠다. 때로는 저를 모욕 주거나 능멸하기 위해 노래를 시킨다고 오해 아닌 오해를 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못한다고 피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좀 더 가깝게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노래를 불러야겠기에 마음을 고쳐먹고 노래연습을 시작했다. 

먼저 가사 속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이해하고 노래방기기를 이용해서 음정 박자를 익히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먼저 나서서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제 순 번이 오면 뒤로 빼지 않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어색하여 남들로 부터 잘 부른다는 칭찬의 소릴 들어보질 못했다. 

최근에 어떤 모임이 끝나고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었다. 제가 노래를 중간정도 부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이 '노래를 그렇게 하면 가수가 욕해요'라고 말하면서 마이크를 빼앗아 가고 본인이 그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것이었다. 

참 황당하고 모욕감이 치솟았다. 무슨 이따위 똥 매너가 있나 싶었다. 끝까지 듣고 나서 이차저차 잘못된 부분을 설명해주고 다시 불러보라 하면 서로 민망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말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있고 없고 멋이 있고 없고 서로 다른데, 이 사람은 과연 말을 잘 할 줄 아는 사람인가 궁금했다. 
미숙한 초보자에게 조그마한 배려는 구성원 모두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저는 더 큰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서, 어색해진 분위기가 싫어서 그 자리를 급히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누가 그대에게 가르쳐달라고 했는가? 누가 그대에게 평가해달라고 하였던가? 누가 그대에게 지적 질 해달라고 했단 말인가? 누가 그대에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권리를 부여했다는 것인가? 

태어날 때부터 잘한 게 있었으면 그것으로 직업을 삼고 지금 쯤 잘 나가는 유명인이 되어있겠지요? 관심의 차이, 노력의 차이, 열정의 차이에 따라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고 못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도 어쩌면 백지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할 것이다. 남들 보다 조금 잘하는 것처럼 보여 지는 것을 가지고 마치 매우 잘 한다고 착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조금 서툴러 보이면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한다는 것은 거만함과 오만함이 넘치는 것이다. 

형편없구나, 겨우 그 정도야, 왜 그렇게 밖에 못해, 왜 그것 밖에 안 돼, 그래 많이 컸다?, 돈 값 하고 있네, 그 놈보다 잘하네, 너는 움직이는 지적사항이야 등등,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 뱉는다면 서로에게 무슨 득이 있겠는가? 

알량하게도 굽어진 자신만의 잣대로 삐뚤어진 자신만의 기준으로 곧게 펴진 잣대를 사용하는 남들을 무시하는 것 아닐까요? 내가 너 보다 잘 한다고, 훨씬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네가 잘 한다고 큰 소리 친 게 고작 이거였어?', '야, 네가 자랑하고 싶은 게 겨우 이것뿐이야?', '머리통 크다고 공부 잘하는 거 아니다' 이런 식으로 노련하게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면 나보다 잘나고 눈치 빠른 그들은 속속히 다 알아본다. 

무시당하는 그들은 무시하는 당신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영리하다. 무시당하는 순간 '그래, 네가 언제까지 잘 나가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깜도 안 되는 녀석이 까불대고 있네.' 이런 식으로 마음에 울분과 저주를 쌓기 시작한다. 

상대를 무시하면 상대는 저주의 칼을 갈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저주와 분노는 이자 부쳐서 끝내 '나'에게로 돌아온다. '그냥 하면 돼' 보다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촉촉하고 따뜻한 말로 썩은 나무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고운 하루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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