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쓰다> 외로움에 대하여
<청년, 쓰다> 외로움에 대하여
  • 성광일보
  • 승인 2020.07.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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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효은 / 자유기고가
어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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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내게 익숙한 감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감정 중 하나다. 책을 읽어도 외로운 주인공에게 마음이 갔다. 그 인물들의 마음이 어찌나 생생하게 와닿는지 같이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가상 인물들이지만 많은 위로를 받았다. 현실 세상에서 나만 지독히도 외로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별을 좋아했는데 나와 닮은 존재가 다른 별에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별을 바라보면 덜 외로웠다. 

어린 시절 최초의 기억은 버림받은 기억이다. 어두운 방에 혼자 남겨져 서럽게 울던 아이가 있다.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세상은 내게 두려움 그 자체였다. 세상과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면서 벽을 쌓아갔다.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누구도 믿지 못했기에 외로움은 커져갔다. 벽은 나날이 견고해졌다. 스스로 쌓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허물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란 색안경을 쓰면 온통 세상이 파랗게 보이듯이 외로움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외로워 보였다. 해가 지는 아름다운 노을, 부서지는 파도, 그냥 불어오는 바람에도 외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모든 존재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움 속에는 엄마가 있었다. 세 아이를 키우느라 야생초처럼 억세고 강해진 엄마는 외로웠다.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세월 속에서 혼자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우리가 태어날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빠가 사랑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서로 사랑을 어떻게 주고받아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엄마의 좌절과 절망감, 세상에 대한 두려움, 홀로 남겨진 외로움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렇지만 외로움이 마냥 피하고 싶은 감정은 아니었다. 예술 활동을 하는 동력이 되었고 나와 사람에 대해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외로움을 들여다보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했다. 

티베트 승려인 달라이라마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충격을 받았다. 다른 존재에 대해 자비심과 긍정적인 마음이 있다면 연결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모든 존재는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행복하길 원한다. 상대와의 만남을 두려워하기보다 모두가 진리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면 외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마음은 오랜 시간 하나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거의 평생을 거쳐온 익숙한 감정을 공기처럼 들이마시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라이라마의 이야기는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요즘 나는 외로움이 찾아올 때 외로움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알아차린다. 
'많이 외로웠구나. 사랑받고 싶었구나. 아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싶었구나.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버림 받을까 봐 두려웠구나.' 
마음의 구멍은 스스로 채워야 한다는 것을, 온몸이 아프더라도 끌어안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돌아보니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이 외로움이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별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린 왕자를 만난 것도 외로운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도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된 것도 모두가 고마운 외로움 덕분이다. (lovewill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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