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20.08.03
“신앙심이 깊은 당시 환자들은 이토록 참혹한 모습을 보면서 적잖이 위안과 평안을 느꼈을 겁니다. 구세주가 자기들보다 훨씬 더 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걸 목격한 거니까요.”
양정무 저(著) 《미술 이야기6》 (사회평론, 36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중세 유럽인들은 흑사병과 맥각 중독증의 공포로 떨었습니다. 맥각 중독증은 맥각균에 오염된 호밀이나 보리 곡물을 섭취하면 걸리는 병으로 밀을 주식으로 하던 유럽인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손끝과 발끝이 불에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을 겪다가 괴사해 사지를 절단해야만 하는 끔찍한 괴질이었습니다.
흑사병 이전에 이괴질로 수많은 중세 유럽인들이 죽었습니다. 흑사병과 맥각 중독증의 공포에 휩싸였던 중세 유럽인들은 기적과 구원을 바라며 ‘제대화’에 매달렸습니다. 제대화란 미사를 거행하는 제대 위에 올려놓는 그림으로, 중앙 제대와 양쪽의 보조 제대로 구성 되었습니다.
‘제단화’라고도 불리는 제대화는 르네상스 교회 미술의 핵심입니다. 제대화 중에 대표적인 것이 마티아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이젠하임 제대화’입니다. 이 제대화가 있었던 병원 겸 안토니우스 수도원은 독특한 피부병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나병 환자도 있었지만 더 주력했던 병은 맥각 중독증이었습니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며 이 제대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젠하임의 제대화에는 예수님이 맥각 중독증 환자처럼 손 발이 뒤틀려 있고, 몸에 수많은 가시가 박혀 있고, 여러 상처로 피부가 찢겨져 있습니다. 단지 수난 받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니라, 맥각 중독증에 걸려 고통 받는 그리스도의 모습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환자들은 “그리스도께서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같이 겪으시는구나!” 하면서 위로를 얻은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우리의 아픔을 함께 겪으신 메시야입니다. 그래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우리에게 “내가 너를 알아!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11:28)
한재욱 목사
강남 비전교회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