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와 마음
<수필> 나와 마음
  • 이기성 기자
  • 승인 2020.08.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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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라 / 성동문인협회 사무국장
황미라
황미라

오래전 출근길에서 생긴 일이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전철을 탔는데 웬일로 빈자리가 있어 얼른 앉았다. 
그런데 옆 사람에게서 지독한 냄새가 났다. 이유를 안 순간 여러 생각이 지나갔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지, 그대로 있어야 할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피할까, 표정관리는 또 어떻게 할까, 그들은 속으로 나를 보며 무슨 생각 할까.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눈을 감았다. 

그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책을 보고 새겼던 구절이 떠올랐다. '눈에 보이는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없다. 화를 내거나 욕심을 내는 것이 원래의 내가 아니다. 그런 것을 걷어내고 남은 것이 바로 나다.' 정확한 뜻은 이해할 수 없지만 '지저분한 모습과 악취는 한 번의 목욕으로 씻어낼 수 있다. 

이 사람의 실제 모습은 이것이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을 돌리니 마음이 편해지고 남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선(禪)에 관한 말씀들》이라는 책 속에는 여러 분들의 선에 대한 정의가 있다. 몇 가지 옮겨보자. 용타선사는 '선이란 불심을 말합니다. 불심이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마음이다. 심즉시불(心卽匙佛) 즉 불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곧 부처다.' 라고 하셨다.

윤재근 교수는 '알록달록 여러 사람 틈바구니에 살면서 겪어 가면서 맺히는 것은 풀고, 막힌 것은 트고, 그러는 것이 바로 선이다. 그리고 선이란 평소에 내 자신이 체험하는 것이다. 내 자신이 즐겁게 체험하는 것이다. 선이란 관(觀)을 실천하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거운 상태에서 그저 머무를 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다. 

또한 범산 이공전 법사는 '선이란 첫 번째 정려(靜慮)와 사유수(思惟修)라고 말한다. 정려란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작업이며 사유수란 내 마음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를 챙기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선이란 괴롭고 번거롭게 하는 모든 것을 벗어 던져 버리고 넉넉한 마음의 터전을 닦는 것이라는 소박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선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면 염불선(念佛禪)과 좌선(坐禪)과 무처선(無處禪)으로 대변할 수 있다. 어느 길을 통하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마음의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다.' 라고 하셨다. 

수학공식처럼 몇 개의 기호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건 인간의 복잡다단한 심정(心情)을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것이 있다. 이 말에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속뜻이 있는 듯하다. 
또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도 있다. 마음보다는 이성적 판단에서 나온 결정대로 따라야만 하는 어떤 강요가 들어있는 것 같다. 

모 광고에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 사랑을 움직이게 하는 밑바탕이 무엇인가. 
마음일 것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마음이 많은 걸 움직인다. 상대방과 다른 방향으로 가면 갈등이 생긴다.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게 마음이라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때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음, 그 마음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선이란 그 알 수 없는 마음을 다스리는 요령(?)인가 싶다. 그것을 터득하고 행하면 어느 새 마음은 깊은 산속 옹달샘과 같은 깨끗함과 잔잔함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참 나를 찾으려는 마음, 한결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갖가지 번뇌(煩惱)를 줄이고,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 텐데…. 아직 수양이 부족한 나는 지금도 미망(迷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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