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의 노포>가족식당 서울맛집
<성동의 노포>가족식당 서울맛집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0.09.09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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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 꿈꿔요!”가족이 똘똘 뭉쳐 대 잇는 식당
싸고 맛있고 양 많고! 시장에 사람 모은 그 가족의 음식철학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은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을 특별히 노포라고 불렀다. 그는 세월도 50여년 이상으로 한정하고, 그런 집 열일곱 군데를 모아 책 《백년식당》을 펴냈다. 그 식당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첫 번째는 맛, 두 번째는 주인이 직접 일하는 성실함 그리고 직원도 주인만큼이나 오래 같이 일했다는 점.
성동구 성수동 뚝도시장에 자리잡은 '서울맛집'은 2013년 상호를 달았다. 백년식당에 이르려면 한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이 집의 주인 부부는 성수동서 시작한 포장마차부터 나란히 음식장사를 이어온 지 36년여 째다. 

올해 스물아홉이 되는 그의 맏딸도 식당 이력이 십여 년째다. 이들의 식당 이력을 합하면 대략 팔십 오년여 쯤. 
이 식당은 균일하게 맛있는 음식을 낸다. 주인장 셋이 모두 요리를 직접 한다. 성수동의 많은 직장인들과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이 동네 맛집으로 자주 찾는다. 멀리서 젊은 연예인들이 찾아오고, 그 뒤를 따라 여러 나라 팬들이 성지순례하듯 이곳을 찾아온다. 
고기를 굽고 면을 끓이는 조성심 님은 빠지고, 처녀사장 마리아와 아빠 마철웅 실장이 대화에 나섰다. 둘은 번갈아 일을 맡았다 오면서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손님들도 쉼없이 오고갔다. 

'백년가게' 선정될 뻔한 이력 합 '80여 년'의 가게 

- 뚝도시장에 큰 변화를 있군요. 내부 청소를 싹 마쳤고, 조명을 갈았고, 가로수 정비와 보도블럭 교체도 하고요. 시장 간판도 뚝도청춘시장으로 바꾸었습니다. 
마리아 : “변화가 크죠. 동편 시장은 아케이드도 새로 했고, 쓰레기 집하장도 새로 했어요. 뚝도시장번영회에 김미정(미정이네 코다리찜) 회장이 1월 1일 취임한 뒤부터 변화가 커졌어요.  

그때 저도 번영회 이사가 됐어요. 최연소 여성인 거죠. 그 뒤에 3월쯤 뚝도청춘상인회협동조합을 세웠어요. 슈가맨(수제맥주), 에바상회(칵테일), 삼미식당 그리고 사업단의 권종민 님 포함해 서울맛집 리아까지 5인이 조합원이에요. 제가 밀려서 이사장이 됐죠. 뚝도시장 공유공방을 만들었고, 공유주방도 구상했어요. 공간을 시장사람들과 나누고, 공동으로 배달도 하고, 플리마켓도 진행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었거든요.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굉장히 성공적인 모델이 만들어진 걸 보셨을 텐데요.”

- 서울맛집은 백화점 입점 이야기도 있었고, 직영점 구상 등 다양한 시도도 있었죠? 진척이 있었습니까?
마철웅 : “백화점 쪽은 진행하시던 분이 어려워졌어요. 하남에 공장이 있었는데, 재개발로 이사를 가야해서 1억쯤 깨졌죠. 코로나로 올해 백화점 입점처들 형편이 굉장히 나빠졌어요. 월 6~8천 하던 매출이 1천 가까이 떨어졌으니까. 견디질 못하는 거죠. 
면목시장에 2019년 12월 일종의 직영점을 냈었어요. <셰프의 분식>이라고, 창업자금을 300만원 안쪽에서 시도해 봤었어요. 추억의 고기말이 튀김, 4천-7천-1만원에 한 마리서 세 마리씩 주는 치킨, 닭꼬치와 어묵을 팔았어요. 
첫 달에 8백쯤 매출도 나오고, 꽤 괜찮았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죠. 5월까지 버텼는데, 지금은 역시 철수했어요.”

- 서울맛집 이야길 해보죠. '백년가게'에 선정될 뻔 하셨다구요?
마철웅 : “소상공인진흥공단서 그런 이야기를 해오셨어요. 추천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사업자 등록증 상으로 20년 이상 운영해 온 걸 증명해야 한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는 노점서 시작하고, 골목점포로 한 거라 정식등록은 꽤 늦었어요. 규모가 좀 있는 데나 그런 증명을 받고 시작했죠. 우리처럼 작고 가난하게 시작한 사람들은 거기서도 배제돼야 하느냐 물었더니, 어쨌든 규정은 그렇다고 했어요.”

시장 좋아한다. 동료 요리사들에 한 끼 대접하고 싶다

- 백년가게가 되려면 대를 이어야 하는 거잖아요. 마리아는 어떻게 부모님의 일을 이어서 하게 됐죠? 자식들 누구나가 부모의 직업을 따라가지는 않거든요.
마리아 : “저는 시장이 어릴 때부터 좋았어요. 정 있는 사람들이고, 편안했거든요. 어느 지역을 여행하나 저는 처음 시장부터 가요. 광장시장에 펼쳐진 자판들이나, 어릴 때 동대문야구장 근처서 보았던 노점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제가 10여년 전쯤 고교 졸업한 뒤에 한양대 앞서 냉면 가게를 열었었어요. 근데 봄부터 여름까지 내내 비가 왔어요. 망하고 나왔죠. 
그뒤 기업은행 한남동 지점서 상담일을 했는데, 내부 경쟁이 심한 게 저랑은 잘 안 맞았어요.  
여섯 시 칼퇴근 한 뒤에 열한 시까지 동대문서 노점을 병행해 봤죠. 거기 장사하시는 분들이 까다로운 분들도 많은데, 좋은 이웃들이 더 많았어요. 저는 그 일이 할 만하다 싶었어요.”

- 마리아같은 젊은 세대랑 마철웅 님 같은 부모 세대랑은 무엇이 다르던가요?
마철웅 : 마리아가 여기 뚝도시장에 젊은 애들을 끌어 모았어요. 그런 일이 처음이었대요. 리아가 SNS를 하니까, 그걸 보고 엄청 애들이 왔어요. 
마리아 :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커피 이야기도 했어요. 동네의 숨은 맛집 소개도 하고요. 친구들이 저보고 '성수동 특파원'이니, '뚝도시장 메신저'니 하고 불렀어요. 장사 홍보만 하는 게 아니라 제 이야기를 좋아해 주었어요. 요리를 해서 엄마께도 드리고, 친구들하고도 나눠 먹는 얘기도 하고요.

 - 상호가 서울맛집이잖아요. 이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으세요?
마철웅 : 왜 지역마다 대표적 음식들이 있잖아요. 함흥엔 냉면이 있고, 전주엔 비빔밥이 있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엔 뭐가 있을까? 
나는 우리가 만들어 파는 음식들이 서울의 대표 음식이 됐으면 했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먹을 수 있는 집, 가족들과 친구들이 둘러앉아서 기쁘게 이야기도 하는 식당. '만원의 행복'을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 백년가게로 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서울맛집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뭐죠?
[마철웅] “망하지 않는 가게를 만드는 게 첫 번째죠. 
우리는 삼고가 있어요. 값싸고 맛있고 양 많고. 양푼이 감자탕을 낸 것도 뚝배기로는 충분히 드릴 수가 없어서 선택한 거였어요. 꼬막비빔밥도…. 우리는 꼬막을 정말 많이 넣어주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주겠단 거예요. 값을 높여 받으면 마진이 좋겠지만, 그건 일부만 즐길 수 있잖아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어요. 경험적으로.”
[마리아] 저도 백년을 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리 하나를 제대로 하는 이연복 셰프도 보고, 누구나 쉽게 음식에 접하게 하는 백종원 셰프도 보죠. 남친도 이 일을 함께 할 건대요.(웃음)

4년전 만났던 마리아의 꿈은 요리사를 위한 심야식당을 여는 거였다. 종일 손님들을 위해 서비스한 요리사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꿈. 백년가게를 꿈꾸는 2세대의 포부로, 그 꿈은 소박하지만, 온전해보였다. 잘 지어 정성껏 차려낸 한 끼 밥상처럼. 100년의 길도 시작은 늘 그런 모습일 듯했다.

<원동업^성수동쓰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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