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그리움은 가을바람을 타고
<시 론> 그리움은 가을바람을 타고
  • 성광일보
  • 승인 2020.09.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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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효은 / 기자.작가
어효은

모든 희노애락의 다양한 감정들은 대부분 관계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9월이 시작되자마자 선선한 바람이 그리움을 싣고 가을의 향기를 몰고 온다. 뜨거웠던 여름과 작별 인사도 없이 갑자기 이별했다. 

여름의 태양 아래 함께 했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들과는 여름을 함께 했구나. 가을에는 누구와 어떤 감정을 느끼며 보내게 될까. 
계절은 거대하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고 자연에 속하는 생명은 모두 그 계절에 어우러져 살아야 몸도 맘도 건강하고 평안하다. 
숲 속의 나뭇잎이 물들고 그 시기에 맞는 식물들이 자라나듯 계절마다 새로 맺어지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 작년 이맘 때쯤 글쓰기모임 동료들과 한강유원지에서 피자, 치킨 등을 배달해 먹으며 각자 자신이 써온 글을 낭독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페이스북 어플은 종종 잊고 있던 과거를 꺼내어 내게 그 날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작년 가을에는 가평으로 문학워크숍을 떠났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 가면 나이가 많은 어른들도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놀고싶어진다. 골목을 탐방하고 그림자를 보며 웃고 어릴 때 했던 놀이가 생각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신발 던지기를 하고 해질녘 길어지는 그림자를 본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아무말 없이 바라보는 것도 좋다. 혼자 걷고 생각에 잠기다가도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또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다. 

어릴 적 나를 둘러싼 세계가 불안하고 무서웠다. 강렬한 충격이 깊게 남아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정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럴수록 더 쓸쓸하고 외로워졌다. 안전한 공간에서 맺는 관계는 안전했지만 깊게 이어지기 어려웠다. 헤어지면 다시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 

어린시절 심심하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저 누구 친구 누군데요. 00이 있어요?”라고 매일 전화하던 습관은 사라진지 오래다. 바로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을 각자 가지도 있으면서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세상과 관계를 해석하려고 한다. 

마음의 균열은 감정을 느껴야 일어난다. 감정은 타인과 함께 할 때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느낄 수 있지만 느낌을 담아두기 때문에 고여버리고 만다. 

남원 문학워크숍을 갔을 때 나도 모르게 정이 스며든 것을 느꼈다. 1박 2일을 함께 보내고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서 그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저녁까지 같이 먹고 헤어졌다. 집에 오니 마음이 허전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고작 하루, 이틀간 시간을 함께 했을 뿐인데 그 사이 정이 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고 찍어주고 여러 체험을 했다. 날은 무척 더웠다. 택시를 잡아 펜션에 도착했다. 근처 계속에 발을 담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차가웠다. 그래도 들어가서 물놀이를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한다. 누군가는 밥을 하고 누군가는 야채를 씻고 썰고 누군가는 고기를 굽는다. 

물놀이를 할 때 함께 놀았던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와서 키위를 주고 쑥스러운 듯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게임을 하며 이기면 좋아하고 지면 속상하고 억울해한다. 

미스테리한 사건에 탐정이 되어 추리를 하고 옆 사람이 놀래키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밤이 깊어지자 진지하고 깊이 있는 질문이 담긴 카드를 뽑아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더 궁금한 건 질문하며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벌써 과거가 된 사진을 보며 그때 그때의 감정을 느껴본다. 웃고있는 얼굴이 많아서 그 미소만큼 그리움도 짙어지나보다. 올가을은 어떤 추억을 누구와 만들어갈지 높아진 하늘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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