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근로자는 생산성이 없다고요?...이들과 함께 일하니 매출이 14배나 올랐습니다.”
“장애인 근로자는 생산성이 없다고요?...이들과 함께 일하니 매출이 14배나 올랐습니다.”
  • 정소원 기자
  • 승인 2020.09.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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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근로 생산시설 ‘해오름장애인협회’ 노영주 대표

- 2017년 매출 3억에서 올해 매출 40억으로 올린 해오름장애인협회는 근로자 200명 중 90%가 장애인.
- 근로장애 중증장애인들 위한 안전장비, 시설 확충으로 고용 맞춤 환경에 힘쓰며 이들과 함께 작업

노영주 대표

“중증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만연하지만 그래도 이 편견들을 계속 부셔나가며 이들과 함께 회사를 키우고 싶습니다.”

최근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기업경영여건이 악화되며 고용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일자리에 대한 우려도 커졌었다. 지난해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장애인고용공단 제공)에 따르면 고용률 6.8%였던 반면, 올해는 국내 전체 장애인 3명 중 취업자는 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이 코로나 여파로 감소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통계로 보는 장애인의 삶'에 따르면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0%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 20명 중 한명은 장애인인데 일자리는 전보다 부족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정부에서 계획한 장애인 의무고용률(2019년 기준 3.4%)을 충족시키지 못해, 중증장애인 고용 문제의 심각성은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서도 중증장애인의 고용창출 증대를 이뤄내고 코로나를 극복하여 안정적 일자리 제공을 실현하는 기업이 있다. 성북구에 위치한 해오름장애인협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CCTV 및 방송 음향 장치 제조업에서 3년만에 전기배선업, 건설업, 금속업으로 확장

해오름장애인협회 노영주 대표는 협회 창단 6년동안 중증장애인 고용비율 90%를 유지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갔다. 해오름장애인협회는 장애인 고용창출에 힘쓰는 사회적 기업으로, 2016년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CCTV 및 방송, 영상 음향 장치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2018년에는 이천지부까지 신설되며 최근 2020년 7,8월에는 전기 배선업, 건설업, 금속구조물창호온실공 사업 등록증을 취득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해온 바 있다. 연도별 순매출은 각각 2017년도 3억, 18년도 14억, 19년도 23억, 20년도에는 40억 가량을 달성하며 코로나 위기에도 하반기에 매출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보는 성장세 기업이다.

중증장애인근로자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특성상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노영주 대표는 많은 고비를 맞닥뜨려야 했다. 노영주 대표가 가장 먼저 부딪혔던 고비는 중증장애인근로자의 안전문제였다. 제조업이라는 특성 상 생산과정 속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겪을 위험은 존재했다.

“근로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안전이거든요. 저희가 우선적으로 고려한 건 근로자들의 평상시 건강에 대한 보장이었어요.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안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판단했죠. 물론 법으로 보장해주는 월차가 따로 주어지지만, 저희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검진에 대한 복지를 따로 주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물리치료나 건강검진같은 것들이죠. 두 번째로 고려했던 것은 근로자가 제조과정 속에 겪을 수 있는 위험이었어요. 저희는 기계를 만질 때 안전장비에 대한 투자는 절대 아끼지 않아요. 한 기계가 들어오면 거기에 대한 위험성이 낮을 수 있는 모든 경우를 고려해서 투자를 하고 있구요. 예를 들면 근로자분들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작업 동선을 최대한 안전하게 설계한 후, 동선에 따라 안전바나 안전장비들을 설치한다던가 하는 식이죠. 또한 제조하기 전에 근로자가 안전을 위한 복장준비가 되었는지 항상 점검하구요. 숙련된 관리자가 있어야만 기계 작동이 허락돼요.”

그는 “장애인 근로자분이 갖고 있는 장애를 고려하여 조를 구성한다.”고 했다. 장애인 근로자가 제품 생산 업무를 수행하며 겪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고려한 판단이었다.

“외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지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분들과 외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지능적으로 불편을 겪고 계신 두 분을 한 조로 묶으면 안전문제에 대비할 수 있고, 일반 근로자 한 분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그런 식으로 조를 구성해 훈련시키고 있어요.”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겪는 불편은 업무 분담에 있어서도 철저히 고려되었다. “예를 들어 전기배선제품의 경우 드라이버도 하고 납땜도 해야 하는데 손이 어려우시다고 하면 발로 밟아서 하실 수 있는 일을 드린 후 개인별 맞춤 훈련을 하죠. 맞춤훈련을 한 후 실제 제조 과정에 투입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 어떻게 이걸 극복하느냐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안전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조 과정에서는 항상 숙련된 근로자를 동반하도록 되어 있어요. 안전에 대한 문제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까, 항상 조심하며 대비해야 하죠.”

중증장애인 근로자들의 업무 분담은 맞춤 훈련에서 더 나아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장애인 근로자분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창호 사업을 예로 들게요. 창호가 길게 오면 근로자분들은 구십 도씩 접어서 네모를 만드세요. 이후 저희가 신체가 불편하더라도 넣을 수 있는 잠금장치를 넣지요. 융이라고 하는 소음을 차단하는 장치를 장애인분들이 직접 붙이시는 수작업을 하고 계세요. 그러나 창호를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것은 아니죠. 전기도 마찬가지에요. 전기와 관련된 제품 일부분을 우리가 만드는 거에요. 전기설비 자체를 다 하지는 못하고 예를 들면 두꺼비집 같은 거죠. 자재를 사다가 납땜하고 조립하고 그걸 큰 두꺼비집을 만들어요. 그러면 철판을 절곡하는 기계에 체크해주면 넣고 밟아주면 절곡이 돼서 네모상자로 만들어져요. 그러면 저희가 거기에 부품을 넣는거에요. 아시겠지만 현장은 그걸 설치하러 나가야 되기 때문에, 제조하는 사람들과 설치하는 사람들로 업무가 나뉘어요. 현장에 설치하실 수 있는 분들은 전기, 통신에 대해 자격증을 다 땄었죠.”

현장에 설치 업무를 맡은 장애인 근로자들의 경우, 자격증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모두 협회에서 지원받는다. 현재까지 협회 지원으로 자격증을 딴 중증 장애인 근로자는 3명이다. 현장에 설치하러 갈 때는 자격증을 딴 근로자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동행을 하는 식으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처음부터 모든 일을 다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협회에서 요청한 전문가의 지원을 통해 근로자는 익숙해질 때까지 현장에 전문가와 같이 동행하게 된다.

중증 장애인 근로자 위험 줄이기 위한 지부 확장, 안전 설비 갖춘 신식 건물 이전

중증 장애인 근로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영주 대표의 또다른 노력은 지부확장으로 실현되었다. 그는 “장애인 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해 복도 너비부터 모든 편의시설, 제조시설에 관한 제한이 있어요. 사실 모든 편의시설을 갖춰야 승인이 돼요. 그래서 지금 위치한 성북구에서 이 건물처럼 예전에 지었던 건물은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계획된 건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승인받기도 어렵죠. 또 건물 자체가 노후되서 공사해도 승인받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아예 경기도 쪽 신식 건물로 옮겨 가는거에요.

지금 이사가는 신식건물에는 장애인 화장실이나 근무환경에 대한 경사로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어요. 사실 그게 없어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휠체어타시는 분들이 있다면 못 올라오셔요. 한, 두 층이 저희에겐 별거 아닌 계단인데 그 분들이 저희같은 기업이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는 옮기는 거거든요. 사소한 것들도 고려대상인 부분이 많아요. 저희는 벽이 뭐 없이 깨끗한 게 좋지만 안전바같은게 필수로 있어야만 일할 수 있는 분들이 많고. 일하는 동선, 복사기까지의 내 동선 안에 장애물이 있고 없고에 따라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많이 바뀌거든요.”

그는 장애인 복지법을 현재 충족시키지 못하는 장애인 근로사업장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중증 장애인 근로자 고용을 어려운 환경에서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에요. 지금 같은 코로나 사태에서는 특히요. 저희처럼 매출 상승해서 지부 확장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기적에 가까워요. 이 분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신식 건물로 옮기라고는 말할 수 없는 거에요. 오히려 이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지원이죠.”

지금같은 코로나 상황에서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 장애인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기도 어려워 장애인 복지법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설 공사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 근로사업장이 근로를 더 많이 늘릴 수 있게 제도적으로 장애인 근로자 급여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 장애인생산품 시설들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공공기관에서 판매를 확대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중증장애인도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인식 가져야된다고 생각해 출범”

이처럼 노영주 대표가 중증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근로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그의 대학교 시절부터였다. 그는 “중증장애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출범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제가 대학교 시절부터 봉사 동아리에서 중증장애인을 돌봐주고 교육하는 역할을 했었어요. 전공이 클래식이어서 그 분들에게 음악쪽을 교육해드렸죠. 그러면서 이분들이 경제적 활동도 하면서 취미활동도 한다는 데에 모티브를 얻었어요.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을 운영하게 되면 수익금을 가지고 경제활동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은 수혜자라는 인식을 벗어나서 (중증 장애 근로자들에게) ‘아,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서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해오름장애인협회를 2014년에 창단한 이후,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학원까지 클래식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그의 제자들과 후배들과 함께 장애인학생과 일반학생이 어울려 연주를 하는 프로젝트를 협회 차원에서 진행해왔다. 1년간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며 일반 장애인분들을 알려주며 가르쳐주고, 같이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프로젝트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웃음나눔콘서트들도 해왔다. 프로젝트들이 거듭 성공하자 성북구에서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계획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반소비자들로 접점을 확대해가며, 장애인고용기업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기 위한 일환으로 소비자 문의 24시간 내 AS 서비스를 중점으로 두는 시도도 보였다.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계획했던 CCTV에 대해서는 제품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수십개의 인증도 확보해왔다. 본래 코로나 19 사태가 아니었다면 CCTV, 영상 음향 쪽의 해외 수출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장애인 고용 확대와 고용 안정화, 장기근속 유지를 위한 처우 개선 등을 꾸준히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 구축, 업무 조기적응 프로그램 운영, 장애인 인식개선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뜻을 밝혔다.

“저희는 저희같은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근로자분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시는 건 바라지 않고, 오히려 받는다고 해도 저희가 거절해요. 저희 기업이 목표하고 싶은 건 장애인 근로자들의 경제적 자립성과 자율성을 갖추는 쪽으로 성장하시는 거에요. 저희의 사소한 시도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 한 줄기가 되길 바라죠.”

정소원 기자
smartsow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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