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우분투(ubuntu)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우분투(ubuntu)
  • 성광일보
  • 승인 2020.09.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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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杉基
김삼기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나무 옆에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문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 찬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다 주겠노라고 했다.

그런데 인류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그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가서 딸기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가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은 일제히 “우분투(ubuntu)"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 중 한 아이가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나요?“라고 말했다.

‘우분투’란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분투’란 말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9.7) 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자로 나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설을 마무리하기 전 우분투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우분투 정신으로 우리는 K방역을 성취했고, 전쟁과 가난을 딛고 일어섰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고, IMF 외환위기도,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겨냈다”며 “그런 연대와 협력으로 우리는 지금의 국난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본회의장에서 우분투를 외친 까닭은 ‘연대와 협치’를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날 대표 연설에서 언급된 우분투 이야기를 들으면서 1950년대 어느 시골 학교에서 있었던 일화가 생각났다.

규율 담당 선생님이 지각한 10명의 학생에게 벌을 주기 위해 운동장 한 바퀴를 돌게 하고, 제일 꼴찌로 들어오는 학생은 한 바퀴 더 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3명의 학생이 동시에 꼴찌로 들어오게 되었고,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묻자, “다리가 불편한 친구가 꼴찌를 해서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면 위험하니, 우리가 한 바퀴 같이 돌면서 도와주기 위해서입니다.” 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7명의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꼴찌로 들어온 이 3명의 학생에게 다시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게 했다.

그러자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지면서 나머지 7명도 이 3명의 학생과 함께 운동장을 돌면서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도와줬다.

우분투 스토리가 1등을 공유해서 함께 잘 먹는 이야기라면, 한국의 어느 시골 학교 일화는 꼴치를 공유해서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온 나라가 코로나 사태로 1등보다는 꼴찌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 대표가 우분투 이야기보다는 시골 학교 일화같이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언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프리카 아이들이 공동 1위도 되지만 공동 꼴찌도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단상]
그래도 우분트(ubuntu)의 기본 정신을 존중하는 오늘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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