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과 경쟁력확보는 다른 방향이다
생존전략과 경쟁력확보는 다른 방향이다
  • 성광일보
  • 승인 2020.09.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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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종 / 건국대학교 의과전문대학원 교수
장원종 교수
장원종 교수

몇 년 전, 지리산을 등반하기 전날 지인을 따라가 지리산 초입에서 멀지 않은 한 초등학교에서 소위 예술을 하는 분을 잠시 만났다. 그 분은 몇몇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폐교를 구매하여 그 곳에서 마음껏 예술혼을 펼치고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방, 더 나아가 도심에서 거리가 먼 곳에는 대도시로의 이전과 출산율 저하에 따라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초등학교들이 대거 문을 닫아왔다. 현재 초, 중, 고등학교는 과거 그 부모가 경험했을 조그마한 교실에 학생들이 꽉 들어찬 밀집된 환경에서의 교육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환경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열을 이야기 하자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에 나서게 된 것에는 당연히 그 교육열이 일조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2020년 9월 현재, 교육부에 등록되어 있는 일반대학의 수는 220개이고 전문대학은 136개이다. 그 중 국립, 공립, 특별법인, 국립대법인을 제외한 사학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은 177개로 전체의 80.45%에 달하고, 국립과 공립을 제외한 94.12%에 달하는 128개 대학이 사립전문대학이다.

교육은 국가의 百年之大計라고 한다. 따라서 국가가 당연히 국민의 교육을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있어서는 그 역할 중 상당부분을 사학에 떠맡겨왔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떠받혀 온 것은 다름 아닌 사립학교재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립대학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립대학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도 많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재단 관계자들로 인한 각종 사학비리이다. 정부는 사학의 공공성 제고를 내세우며 1963년 6월에 사립학교법을 제정했지만 그 이후에도 사학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작금의 사립대학들은 재단비리와 더불어 다수의 대학을 난립하게 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0년부터 대학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되었다. 고등교육법에서는 대학 등록금 인상 상한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 이하'로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대학 재정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는 재정 지원이나 국가장학금 등에서 불이익을 줘왔기 때문이다. 등록금 동결 이후 지난 11년간 물가가 대략 25-30% 상승했다고 한다면, 대학등록금은 그만큼 감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의 지방대학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있다. 지난 7월 26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 외 지역 대학 220곳 중 85곳(34.1%)은 신입생 충원율이 70%에 미치지 못할 것이고,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학교는 26곳(11.8%)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학마다 다르겠지만 국내 대학은 자체 수입의 50-70% 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1년간 사립대학은 수입 감소로 인해 지출을 최소화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행정인력을 줄였고, 교수인력을 줄이고 대신 강사 수를 늘려오다가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시행 이후 또 다른 방법으로 인건비를 줄이고자 노력하였다. 학생지원비, 실험실습비, 도서 구입비 등 교육여건에 관련된 투자를 줄였다. 국내 사립대학의 교육여건 관련 투자 규모가 2011년 1조 7,680억 원에서 2017년에 1조 6,185억 원으로 6년간 8.5%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대학의 노력은 생존을 위한 최소 조건을 갖추는 것이며,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전혀 시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대학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학령인구에 맞게 일부 대학을 정리하고 대입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당연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살아남은 대학이 곧 경쟁력이 있는 대학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QS대학평가에서 2014년까지만 해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이 새롭게 아시아 상위 20위 대학에 진입했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새로 진입한 대학이 한 곳도 없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우리 후손들은 전 세계의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대학에서 공부할 권리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가부채는 수 조원, 아니 수 십 조원이 늘어났으며 이는 모두 우리 후손들이 갚아야 할 빚이다. 훗날 우리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 후손들이 그 빚을 갚을 충분한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에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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