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 시인, 한양대 교수, 성동문인협회 자문위원
우리 부부는 로또복권 같다는
어떤 중년 연예인의 말에 누군가
아직도 서로 기대하며 설레는구나 하니
하나도 맞는 게 없어서란다.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로또복권이 처음 나왔을 때 나도
재미삼아(속으론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한동안 토요일마다 열심히 사 보았지만
혹시나는 늘 역시나로 돌아오기만 했다.
주말마다 헛웃음이 번졌다.
새끼들 자라 제 갈 길로 날아간 뒤
그녀와 단둘이 묵은 둥지를 지키며
사지도 않은 복권 추첨 방송을 보다
누군가 웃을 일 생겨 좋겠다 싶어져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아무것도
기대할 일 없어서
한결 더 홀가분한
토요일 저녁 한때
<이상호>
시인
한양대 교수
성동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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